<제39회 학술문예상 사진 심사평>
<제39회 학술문예상 사진 심사평>
  • 이명찬(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13.11.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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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 인간은 사진을 왜 찍는 것일까? 1839년 프랑스 다게르가 은판 사진을 발명한 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물음이다. 그 물음에 대해서는 이미, 재미있어서라는 대답부터 사적 소유욕이라는 설명, 미적 감응 혹은 자기표현의 욕구라는 멋진 답변에 이르기까지 다기한 반응들이 족출(簇出)해 왔다. 사진 찍는 마음이 향하는 바를 설명하려는 논리들의 이 찬란하고 고삽한 스펙트럼은 전공자들의 몫으로 잠깐 돌려두고, 우리 같은 소인(素人)들은 비교적 명료한 문제부터 접근해보자. 음악이나 미술, 문학과 다른 사진만의 독특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카메라라는 흥미진진한 기계덩어리를 작동하여 필름 혹은 촬상 소자(撮像素子)에 일정한 상이 맺히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 렌즈를 조작하고, 조리개를 여닫고, 셔터 속도를 바꾸고, ISO 감도를 조절하고, 파인더나 엘시디 창을 들여다보며 피사체를 관찰하고, 적당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면 숨을 멈춰 셔터를 누르고, 액정으로 그 결과를 확인하고, 혹은 필름을 되감아 카메라 뒤 커버를 열어 빼낸 다음 인화 가게로 들고 가서 현상하고 인화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은, 아닌 게 아니라 악기를 다루거나 물감을 칠하거나 언어를 다루는 일에 비해 확실히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무엇보다 이 드라마틱한 과정을 즐길 줄 안다는 뜻이다. 특히 마지막 단계, 메모리카드나 필름을 들고 인화 가게로 가는 일을 즐긴다는 뜻이다. 다 같은 것을 즐기면서도, 남들과 다르게 즐기는 방법에 관심을 보이는 자들에게, 사진은 인간계의 진리(truth)나 풍문으로 진리 너머에 있다고 전해오는 실재(reality) 진여계(眞如界)의 면목을 슬쩍슬쩍 흘려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사진 잘 찍는 일의 우선은, 기계에 익숙해지는 일(그러니 매뉴얼 정독하는 일)이다. 거기 더해 주제를 정해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들이대고, 더불어 남다르게 찍는 게 뭘까 고민하는 일. 요컨대 평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하긴 따지고 보아 그렇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을까만). 그런데 이번 학술문예상 사진 부문은 응모도 그렇고(총 4명) 작품들의 방향도 그렇고(대부분 여행 사진) 좀 많이 실망스러웠다. 이 겨울 뭔가 저지를 줄 아는 덕성인을 기대하면서, 그나마 진지하게 주제를 쫓아다닌 흔적이 보이는 <바람의 춤꾼-2>를 당선 없는 가작으로 선(選)했다. 발끝과 팔의 동작이 좀 더 미세하게 읽히는 사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전한다. 카메라를 피사체에 더 가까이 바싹 들이댔어야 한다는 뜻이다.
생의 낌새를 채는 일, 요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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