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등대를 찾아서…
지혜의 등대를 찾아서…
  • 유재옥(문헌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3.12.0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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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꼽히는 왕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다. 솔로몬 왕의 그 유명한 재판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두 여인이 한 아기를 놓고 모두 자신의 아기라고 하면서 솔로몬 왕 앞에 나섰을 때 솔로몬 왕은 칼로 그 아기를 반으로 쪼개 각자에게 나눠 주라고 선언한다. 그러자 한 여자가 내 아기가 아니니 저 여자에게 주라고 말한다. 아기의 진짜 엄마는 아기를 죽이느니 살리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솔로몬 왕은 그렇게 진짜 엄마를 가려내고 아기를 친엄마 품에 안기게 한다.

  솔로몬 왕은 다윗 왕과 ‘우리아의 아내’라고 불리는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윗 왕은 우리아의 아내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래서 그 여인의 남편인 ‘우리아’ 장군을 일부러 전쟁터에 보내면서 전사시킨다. 그리고 그 여인을 왕궁으로 데려오고 아내로 삼는다. 그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솔로몬이다. 솔로몬 왕이 다윗 왕의 여러 아들 가운데 뽑혀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했을 때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신 하느님이 솔로몬에게 원하는 것을 청하라고 하신다. 솔로몬 왕은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한다. 하느님은 흡족히 여기시며 너처럼 지혜로운 왕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부와 명예와 장수까지 더해 주신다.

  우리는 솔로몬 왕처럼 거창하게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냥 소박하게 이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지혜라도 있으면 좋겠다. 살면서 우리는 수도 없는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렵고 힘든 선택 중의 하나가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라고 한다. 하다못해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도 고민이 되는데 그보다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인생에서는 수시로 찾아온다. 내 경우에도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는 마당에 남편과 유학을 가야 하나, 아니면 여기에 안주할 것인가 하고 한참 고민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래, 돈은 나중에도 벌 수 있지만 공부는 지금하지 않으면 나중에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 식구가 같이 유학길에 올랐다. 그 일로 인해 ‘경험’은 물질적 재산보다 더 귀중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진시황은 영생할 수 있는 불로초를 원했다고 하지만 우리 인류는 지혜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 같다.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에는 등대모양의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 이름은 ‘지혜의 등대’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혜의 등대’ 도서관에서 한줄기 지혜의 빛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 같다. 맨하탄 한복판에 있는 뉴욕공공도서관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도서관이지만 마치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 아름다운 뉴욕공공도서관 건물 외벽에는 부엉이가 조각돼 있다. 부엉이는 밤눈이 밝다고 한다. 부엉이처럼 깊은 인식과 넓은 안목,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도서관에서 찾게 되길 바라는 염원을 부엉이 조각상에 담은 것이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민거리가 있으면 책방에 가서 이것저것 책을 골라 한 아름 사들고 온다. 그리고 그 책들을 다 읽고 나면 어느덧 나의 고민거리도 출구를 찾게 된다. 해결책이 저절로 생각난다. 책에서 얻게 되는 지혜의 샘물이 너무 고맙다.

  요즘은 자기계발서가 난무하는 시대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법, 대인관계에서 성공하는 비결 등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아니면 족집게 과외받듯이 요점정리가 잘 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책에서 지혜를 발견하고 싶으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리나>와 같은 책을, 또한 도스토엡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고 싶다!

  요즘 우리 학생들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떡을 보며 스트레스 받는 것 같다. 남의 떡만을 쳐다보지 말고 자기가 가진 것이 얼마나 좋은 것 인지를 먼저 바라보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면서 잘 가꿔 나갔으면 좋겠다. ‘지혜의 등대’를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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