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소비 전 인식과 실제 행동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소비자의 소비 전 인식과 실제 행동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 이용숙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 승인 2013.12.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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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는 조사자가 주얼리, 침대, 정수기 소비자와 동반 쇼핑을 하면서 관찰한 결과를 매장에 가기 전에 실시한 면담 결과와 비교해봤을 때 소비자의 구매 고려사항에 대한 인식과 매장에서의 구매행동이 어떻게 다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소비자의 소비 전 인식과 실제 행동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실제 행동과는 다른 인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휴식이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비생산적이고 쾌락적인 활동들은 실제 소비 시간보다 적게 사용했다고 생각하고 생산적인 활동은 실제 사용 시간보다 오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식과 행동이 다른 것은 소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16명의 주얼리 소비자 면담 결과 1순위로 중시하는 고려사항으로는 ‘디자인’이 가장 많고 ‘가격’이 두 번째였다. 동반 쇼핑 결과 실제 매장에서는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었으나(특히 여성) ‘가격’에 대한 고려는 약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분석적인 소비자의 경우에도 ‘가격’과 ‘실용성’ 등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요소들의 중요도는 매장에서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명의 침대 소비자 면담에서 가장 중시됐던 ‘매트리스’는 매장에서도 가장 중시 됐으나 ‘브랜드 이름’이 매트리스 품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치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다. 이는 좋은 품질 매트리스 광고를 통한 이미지가 매장에서 직원들을 통해서 강화되는 것을 반영한다. 또한 여성 소비자들의 경우 ‘디자인’의 중요도가 매장에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대신에 면담 시 1, 2순위를 차지했던 ‘가격’은 매장에서는 덜 고려됐다.

  15명의 정수기 소비자 면담에서는 1, 2순위에 든 경우가 전혀 없었던 ‘디자인’이 매장에서는 1, 2순위에 절반이나 들어갈 정도로 디자인 관련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면담에서 절반의 소비자가 1순위로 고려한다고 했던 ‘정수기능’은 매장에서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다. 대신 ‘부가기능’의 우선순위가 크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정수기능’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실제로 보거나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가 되고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부가기능’ 같은 요소나 감성적 요소를 더 고려하게 됐음을 반영한다.

  이상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차이는 어느 제품이건 매장에서는 사전에 인식한 것보다 ‘디자인’에 대해 훨씬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와 반대로 ‘가격’에 대한 고려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남성들에게는 이런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는데 주얼리의 경우 남성들은 매장에서 디자인보다 오히려 ‘소재’ ‘가격 대비 높은 질’ 등 실용적 요소들을 더 고려하게 됐으며, 침대와 정수기의 경우에는 디자인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아진 경우와 낮아진 경우가 섞여 있었다.

매장에서 디자인보다 가격을 덜 중시하게 된 이유
  매장에서 ‘디자인’은 더 중시하고 ‘가격’은 덜 중시하게 되는 이유로는 다음 4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디자인 등의 감성적인 요소들은 매장에서 직접 보아야만 생각나거나 부각된다. 감성적 측면의 중요성이 매장에서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가격’의 중요성이 매장에서 줄어들게 됨을 의미한다. 심지어는 맘에 드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발견하자 원래 구매 계획했던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전혀 계획에 없던 상품을 구입하기도 할 정도로 매장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했다.

  둘째, 매장에 가기 전에 가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며 브랜드별 매장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가격은 어느 정도 고려된 것이라서 매장에서는 가격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격이나 브랜드는 주로 매장 선택 단계에서 고려되고, 디자인은 주로 매장에서 고려되는 사항들이다.

  셋째,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제품의 디자인의 우수성을 지적하면서 구매의욕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는 침대의 경우에도 직원들은 소비자의 시선을 디자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넷째, 매장 직원들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를 여러 방법으로 설득해 가격의 상한선을 없애거나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품질의 우수성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소비자의 절대적인 가격에 대한 관심을 품질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에 대한 관심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함께 원하는 가격으로는 더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인 것에서 상대적인 것으로 쉽게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절대적인 가격에 특히 민감한 소비자에게는 이외에 한정된 기간의 세일임을 강조하거나 약간의 할인을 직원 차원에서 해줌으로써 가격 상한선에 대한 의지가 꺾이는 것이 관찰되었다.


  소비자의 인식과 실제 행동 비교를 통해서 또 하나 발견한 것은 면담에서 기능의 중요성을 높게 인식했던 침대와 정수기도 매장에서는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는 데에 적은 시간만 보내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매장에서 기능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기능에 대한 고려를 ‘브랜드 이름’으로 대치하거나 부가적인 기능에 대한 고려로 바꾸거나 “모든 브랜드가 기능은 비슷할 것”이라며 고려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소비자에 대한 통찰을 위해서는 인식과 행동을 모두 조사하고, 차이가 있는 경우 그 의미까지 성찰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만약 매장에서의 소비자 행동만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한다면 ‘디자인’이 압도적으로 중요하고 ‘부가적 기능’도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설문지나 면담을 통해서만 조사한다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가격’ ‘디자인’ ‘기능’ ‘브랜드’ 중 2~3가지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어느 1가지의 자료만 사용하는 경우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2가지 자료는 함께 사용돼야 하며 또한 그 연결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  이 글은 필자가 우리대학 문화인류학과 이응철 교수와 함께 『마케팅연구』 28권 1호(2013년 2월)에 게재한 논문,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인식과 실제 행동은 어떻게 다른가-심층면담과 동반쇼핑 참여관찰 결과 비교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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