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는 웰빙족을 아느냐?
너희가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는 웰빙족을 아느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04.03.29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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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6시 아침형 인간답게 일찍 잠에서 깬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기지개와 함께 아침 명상을 시작한다. 이어서 거실 한편에 놓여진 런닝머신을 달리거나 요가를 하고 샤워 후, 7~9도에서 냉장한 플로리다산 오렌지를 직접 갈아 만든 주스와 유기농 새싹 샐러드로 아침을 먹는다. 바쁘고 복잡한 출근길에서도 그녀는 심신의 단련을 위해 좀처럼 화를 내거나 인상을 쓰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쓸데없이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대신 회사 앞 휘트니스 센터를 찾고 퇴근 후에도 술을 먹고 노는 불필요한 모임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욕실에서 아로마 향기요법으로 반신욕을 즐기거나 독서나 명상을 한다.
 이것은 어느 웰빙걸의 하루이다.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 식품, 그리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웰빙(wellbeing)은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얼마나 잘 먹고 얼마나 잘 사느냐에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웰빙의 그 목적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틈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다 높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웰빙을 선택하기도 한다. 때문에 하루 하루를 경쟁하듯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는데 모든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곧 경쟁력이라 생각하며 앞 다퉈 웰빙족의 대열에 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본 웰빙걸의 하루에서 느낄 수 있듯이 현재 우리의 웰빙 문화는 유기농, 요가, 명상 등등 몇 가지의 단편적인 생활양식으로 고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열풍을 타고 처음의 취지와는 달리 각종 웰빙 상품이나 문화들이 상업적 코드로 변질되면서 그 거품 또한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즉 오늘날 가시적으로 보여 지는 웰빙은 사회적, 경제적인 개인의 차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가 따라야 할 규칙으로 마치 그것만이 행복의 지름길인냥 선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시중에서 파는 상품보다 2배는 비싼 유기농 농산물에, 월 10만원은 하는 휘트니스 센터 회원증 그리고 기분에 따라 바꿔서 사용해야 하는 아로마 향의 값을 대자면 우리나라 국민의 몇 %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자신을 보다 많은 돈과 시간으로 치장하는 것이 행복의 척도가 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현재 웰빙 문화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는 고립되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개인적 행동 양태를 보이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소하게는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먹는 자신과 일반 농산물을 먹는 다른 이와의 차별을 두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는 이 문제는 결국 타자와는 달리 자신만을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는 폐단을 낳을 수도 있다. 즉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특별하다.'는 특권의식이 경제적 논리로 인해 시작되어 사람들의 개개인 관계에서도 '계층간의 고립'이라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타인들과 어울려 대화하기 보다 혼자만의 명상을 택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선택 또한 이러한 특권의식에서 기초한다. 따라서 타자와의 마찰이 생기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있을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합의나 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혼자만의 명상세계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해결방법이 정신적 고립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가져온다면 그 해결책은 영원히 미지수 일 수 밖에 없다. 
 행복, 안녕, 만족이라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사회에서 '웰빙'이 그 뜻에 맞지 않게 정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이든 유행이 되거나 이슈가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마는 상술과 거기에 좌지우지 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허영심과 욕심이 합해져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웰빙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경제적 능력이 바탕이 되는 폼 나고 멋있는 삶이 아닌 여유롭고 건강하며 행복한 삶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꼭 유기농 농산물이 아니더라도 아침에 끼니를 거르지 않고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먹고 나온다면 그게 웰빙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새벽에 눈 비비며 헬스장에 가는 대신 신문이나 우유를 돌린다면 런닝머신 30분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내 몸이, 내 마음이 행복해 지는 방법은 사람의 생김새와 사는 방식이 각각 다르듯 그 사람의 건강상태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천차만별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나 여론 등등에서 일시적으로 유행 삼아 만들어 놓은 웰빙의 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나만의 웰빙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 남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내가 좋아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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