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없을 때
[학생칼럼]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없을 때
  • 김보현(문화인류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4.03.0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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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떼목장의 산길을 한참 올라간 뒤 정상 즈음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저 산 뒤에 또 산이 있고 그 산 뒤에 또 산이 있고 하얀 눈밭 위에 안개로 가득하고 드문드문 얇은 나뭇가지 숲들이 있었다. 딱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완벽한 풍경을 눈앞에 두고 어쩔 줄 몰랐다. 이 풍경을 내 안에 꽉 끌어안고 싶은데 끌어안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서있기만 했다. 결국 꺼내 든 건 핸드폰 사진기였다. 내 눈앞에 있는 풍경들을 모조리 다 찍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게 ‘좋은 그림’만이 남게 되고 그 순간의 느낌, 공기 같은 것은 담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가 이 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사진기뿐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갖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영구히 ‘나의 것’으로 소유하는 느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무언가를 실제로 영구히 가질 수 있든 아니든, 그 무언가가 물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가질’ 때의 마음가짐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내 품안에 꼭 끌어안아 언제든 그 소유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갖고 싶지만 실제로 소유할 수 없는 것일 때, 우리는 특정한 ‘행동’을 한다. 양떼목장에는 가족끼리 오는 여행객들이 많았는데, 아빠들은 거의 모두 사진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이의 바로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사진을 찍어대는 부모들을 볼 때마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주고 예뻐해 주지’ 하며 좋지 않게 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게 보였다. 부모가 아이를 찍고 싶어 하는 것은 내 아이가 나를 보며 웃고 있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싶은, 내 사랑하는 아이의 순간을 영원히 갖고 싶은 몸짓인 것이다.

  우리가 갖고 싶은 ‘아름다운 것’들은 실제로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닐 때가 많다. 내 사랑하는 연인,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들, 친구들과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 아름다운 풍경, 이런 것들은 금방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리고 만다. 아무리 오래 누리고 싶다 하더라도 금방 지나가버리고 만다. 내가 아무리 양떼목장의 풍경으로 감동을 받았다 하더라도 곧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끊임없이 ‘갖고’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연인 사이에서는 스킨십으로, 친구들과의 시간에서는 단체 사진들로, 절경 앞에서는 풍경 사진들로 우리의 ‘갖고’싶어 하는 마음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 소위 ‘대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손잡고 뽀뽀하는 연인들을 고깝게 보는 시선은 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순간을 오래오래 가져보려고 하는 몸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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