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세계로
[국제] 비트코인,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세계로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4.03.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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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초월한 새로운 화폐의 세상이 도래하는가

  모두들 한 번쯤 온라인 게임 속에서 몬스터를 잡거나 미션을 완수하고 그 대가로 동전을 얻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로 문제를 풀면 얻을 수 있는 동전이 있으니 바로 ‘비트코인(Bitcoin)’이다. 게임 머니는 게임 속에서만 사용, 거래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현실에서도 물건을 사거나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불가능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나름 ‘혁신적인 화폐’라고 불리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보자.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프로그래머가 암호화 기술 메일링 리스트인 ‘메인(Gmane)’에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 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토시 나카모토는 자신이 누구인지, 심지어 사람인지 아니면 집단인지 조차 밝히지 않았다.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bitcoin.org’라는 웹사이트에서 실제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발행 초기에는 이에 대한 관심도, 반응도 미미했기 때문에 사토시 나카모토가 전체 비트코인의 10%를 소유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국가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은행 예금액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비트코인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을 가진 사람에게 40% 내외의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유로화에 대한 불안을 느낀 부유층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2011년에는 2달러 가치에 불과했던 1비트코인(BTC)이 2013년 초에는 147달러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급격한 가치 상승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지난 12월에는 1,152달러까지 그 가치가 올랐으며 지난해 경제계를 가장 ‘핫’하게 달궜던 키워드로 꼽히기도 했다.

세계 최초 독립적 사이버 머니
컴퓨터로 암호 풀어 얻는다

세계 전역 거래소·쇼핑몰에서
환전 또는 구매 가능


  발행기관도, 관리기관도 없다고?
  일반적으로 화폐는 각국 중앙은행에서 발행 및 관리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발행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관리를 받지 않는다. 대신 사토시 나카모토가 고안한 방법을 통해 개개인이 스스로 비트코인을 발행하게 된다. 제시된 수학문제를 컴퓨터로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제공되는데 이러한 작업이 금광에서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해 비트코인 발행을 ‘마이닝(채굴)’, 비트코인을 얻는 사람을 ‘마이너(광부)’라고 부른다. 제시되는 문제는 일종의 암호풀기로 이해할 수 있으며 컴퓨터의 성능이 좋을수록 문제를 푸는 데 유리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PC 한 대로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과 전문적으로 비트코인을 캐는 모임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직접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기가 쉽지 않다 보니 현금과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P2P(Point to Point) 형태로 운영된다. 비트코인 사용자 PC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그 안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현재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온라인 거래소까지 등장했으며 항공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트코인으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끝없이 채굴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비트코인의 수는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다.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문제는 10분의 간격을 두고 제시되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은 4년 주기로 점차 줄어든다. 실제로 2009년에는 한 문제당 50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됐으나 2013년에는 25개만이 발행됐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비트코인 발행이 줄어 2140년에는 결국 발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익명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경제활동
  일반 화폐와 차별화된 비트코인만의 특징으로 ‘익명성’을 꼽을 수 있다. 현실에서 계좌를 만들 때는 실명,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필요하지만 비트코인 계좌는 그 어떤 개인정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코드로 이뤄진 비트코인 계좌와 지갑 역할을 할 컴퓨터, USB 등의 저장소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거래 과정에서도 누가 누구와 거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불법거래, 돈세탁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인터넷 네트워크의 특성상 IP, 접속 시간 등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또한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들 간의 최초 거래내역부터 가장 최근 거래내역까지 공개돼 있으며 모든 이용자가 이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갑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언제, 얼마나 거래했는지와 같은 정보는 알 수 있다. 이 거래내역은 몹시 긴 블록체인으로 이뤄져 있어 조작이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비트코인 이용자의 컴퓨터 속 장부를 해킹해 공격하더라도 그를 제외한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들의 컴퓨터에 기존 장부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작이 이뤄질 수 없다. 때문에 비트코인은 익명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수단으로서의 신뢰도가 높다.

  다만 현실에서 비트코인을 돈, 물건 등으로 교환할 때에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때에는 본인인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비트코인을 대하는 태도도 각양각색
  그렇다면 각 국가들은 비트코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캐나다에서는 2013년 10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용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설치됐다. 독일 또한 비트코인에 대해 호의적이다. 독일은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하며 이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국경 초월, 익명성 등 비트코인의 특성상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며 2013년 12월 5일부터 중국 금융시장과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을 사용 및 거래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날 “비트코인은 발행 기관이 모호한 점 등으로 현행 법령상 화폐 또는 전자화폐, 금융상품으로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트코인의 미래
  전례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화폐인 비트코인이 과연 상용화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국가의 장벽을 넘어 공용화된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2013년 기준으로 발행된 비트코인 중 70% 가량은 전혀 유통되고 있지 않다. 일반적인 화폐의 가치는 각국 중앙은행과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큰 가치변동이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큰 가격변동을 보인다. 안정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관한 정부의 개입, 불법거래 등 악용사건,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그 가치가 유동적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자 간 높은 위험부담으로 인해 거래되는 경우가 적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화폐로서 받아들이기보다 일종의 투기 수단으로 여긴다. 가치변동이 심하다 보니 이를 악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치가 매겨진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미래는 그때 그때 상황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이 몇 달간 74만 4천 개나 도난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비트코인 총 유통량의 6%에 달하며 이 의혹으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비트코인 당 5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마운트곡스는 지난달 28일 파산하여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특정 기관으로부터 관리되지 않는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일본 금융감독청은 “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돈세탁 등 비트코인의 음성적인 사용이 밝혀지자 각국이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화폐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으로 화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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