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私)교육 아닌 대학생 사(死)교육
사(私)교육 아닌 대학생 사(死)교육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4.03.0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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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로 내몰리는 대학생들… 사교육비 부담, 교육 양극화 문제 유발해

  ‘대학에 가면 자유다’라는 말은 옛말이 된걸까. 사교육은 이제 중고등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학생 2명 중 1명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들의 취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남들보다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학생 사교육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생 2명 중 1명 사교육 받아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A양은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나면 토익 강의를 듣기 위해 강남의 한 영어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이 끝나면 한자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밤 늦게까지 인터넷 강의를 듣고 새벽 3시가 돼서야 잠을 청한다. A양은 “학기 중에는 전공 공부만으로도 힘이 들지만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여름방학에는 컴퓨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대학생 4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7.3%의 대학생이 취업을 목적으로 사교육을 받았거나 현재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보면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영어 점수, 자격증 등 취업에 대비한 스펙을 쌓기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난 속에서 경쟁력이 되는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생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어학 점수, 사교육의 큰 부분 차지
  특히 토익, 토플 등의 어학 점수를 올리기 위한 사교육에 중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학 졸업요건과 취업은 물론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도 외국어 성적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4년제 대학생 3,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대학 재학 중 영어학원을 다녀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대학 강연희(법학 2) 학우는 “주변을 보면 토익, 토플 등 영어 성적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며 “나 또한 일정 이상의 토익 점수를 충족해야 하는 졸업요건 때문에 조만간 영어학원에 다닐 예정이다”고 답했다.

  사교육비 매년 증가
  가계 부담으로까지 이어져
  대학생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에 따른 비용문제를 꼽을 수 있다. 대학생 사교육비 지출은 대학생 본인뿐 아니라 전체 가계에도 경제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위해 대학생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연 평균 207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 대비 약 37만 원 증가한 수치다. 학원에 다니면서 드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대학 김지선(철학 2) 학우는 “토플 점수를 위해 하루에 6시간 정도 학원에 할애하고 있다”며 “학원숙제를 하느라 세 시간만 잔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 197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문한 결과 ‘사교육비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9.7%로 가장 많았다. 이는 대학에 다니면서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의 교육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대학생 스펙 뛰어나
  기업에선 변별 어려워
  기업에서는 오히려 대학생들의 어학 점수 등 스펙이 다들 뛰어나 스펙만으로는 사원을 선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히려 차별성을 위해 인성과 적성 위주로 뽑겠다는 기업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W기업 류원영 이사는 “높은 취업 경쟁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들이 눈에 보이는 어학 점수와 자격증을 얻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 같다”며 “대학생들이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H기업의 이해진 인사팀장 또한 “요즘은 서류에서도 토익과 같은 어학 실력은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며 “기업에서는 인성, 적성을 본다고 강조하고 있긴 하나 대학생들에게는 뜬 구름 잡기로 보이는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위해 사교육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질문에 ‘필요하다’ 또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대학생은 61.7%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86%의 응답자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떨어진다는 불안심리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지금까지 받은 사교육에 만족한다는 대학생은 38.3%에 불과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사교육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불안심리로 인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강연희(법학 2) 학우는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들이 많아 취업경쟁이 더 심해진 것 같다”며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경쟁에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사교육 증가, 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해
  취업의 관문이 되다시피 한 대학생 사교육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대학생 본인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대학생 사교육 증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취업난이라 할 수 있다”며 “사교육의 감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취업난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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