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교수님, 프로그래밍 과목은 너무 어려워요
[교수칼럼] 교수님, 프로그래밍 과목은 너무 어려워요
  • 박태정(디지털미디어)교수
  • 승인 2014.03.1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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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핀란드,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주도하에 소프트웨어 코딩을 초중고 정규 과목으로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또는 소프트웨어 코딩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code.org’라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컴퓨터 과학교육을 실시하려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IT 기업 설립자들, 컴퓨터공학과 교수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스타, 영화배우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이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 단체의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지만 말고 직접 프로그래밍하라(Don’t just play on your phone-program it)’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그런데 우리대학에서도 정보미디어대학 내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컴퓨터학과, 그리고 자연과학대학 일부 학과에서만 다루고 있는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향후 기술 개발 분야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학생들에게도-초등학교 때부터 공통적으로 실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쟁의 여지가 있겠으나 중요한 원인 중 한 가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기술의 발전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사회구조와 산업구조가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특허가 만료돼 폭발적인 속도로 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3차원 프린터 기술을 살펴보자. 지금까지 제조업이 대량생산, 규모의 경제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하에서 발전해 왔다면 이 기술은 2014년 현재 약 300달러 정도의 비용만으로 단순한 플라스틱 조형물에서부터 정밀 기계 부품, 의약품, 합성 식품까지 각 개인이 말 그대로 원하는 물건을 직접 ‘찍어’낼 수 있는 개인 차원에서의 생산능력 확보를 의미한다. 이렇게 된다면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로 생산 설비가 이동하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논리로 경제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고,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3차원 제작을 구현하는 컴퓨터 코딩 능력과 콘텐츠 및 미디어 제작 능력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또 다른 기술 발전의 예로 최근 아마존에서 상품 배송 활용 계획으로 발표한 ‘드론’을 들 수 있다. 드론은 프로펠러 4개 또는 6개로 헬기처럼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일종의 비행 로봇이며 내장된 소형 컴퓨터 시스템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길 안내, 화재 감시는 물론 군사적 용도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다른 컴퓨터 관련 기술의 발전에서처럼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로그래머 개개인의 코딩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드론의 기술 발전이 가능했었다. 최근 국내 공중파 방송국 부설 연구소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카메라 촬영 담당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논의한 것처럼 신기술의 등장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부정적인 영향까지도 줄 수 있는 파급력을 생각해 본다면 각국에서 정부 차원에서 컴퓨터 과학교육을 조기에 수행하고자 하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의의를 가지고 있는 코딩 교육이지만, 우리 디지털미디어학과 및 컴퓨터학과 학생들로부터 소프트웨어 코딩이 너무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 학생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 구조와 컴퓨터의 일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에겐 코딩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였으면 한다. 다른 일들도 그러하지만 코딩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충분히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감 부족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나 세칭 SKY 대학들 중 한 곳에서 약 5년간 연구교수로 일하며 가르쳐왔던 학생들에 비해 우리 학생들의 기본적인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컴퓨터 분야 과목을 동일한 내용으로 강의했음에도 더 높은 결과를 달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과 끈기를 가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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