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온고지신(溫故知新)
[학생칼럼] 온고지신(溫故知新)
  • 김예지(일어일문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4.03.17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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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첫 주, 캠퍼스 안 학우들은 수강신청한 과목의 교재를 확인해보거나 혹은 강의 선택에 고민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학생들은 이번 학기를 다짐하기에 알맞은지, 또 적성에는 맞는 과목인지 고려하며 정정기간을 기다리는 듯했다. 이렇듯 분주한 학우들의 모습은 조용했던 캠퍼스에 활기를 가져다줬다.

  그러나 나는 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표를 검토하던 도중 문득 지난 학기를 막 시작할 무렵 우연히 들은 동기의 말이 떠오른 것이었다. 졸업한 지 수 년도 지난 선배가 우리 때와 사용하는 교재가 같다며 반가워했다던 동기의 말 한마디. 그 한마디에 책 표지를 펴는 것이 괜스레 찜찜해진 건 왜였을까. 어렵게 펼쳐 본 책 속 세계는 아득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알게 된 다른 사실은 선배가 반가워하던 과목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21세기. 그 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조차 넘쳐나는 정보들에, 빨라져만 가는 통신 속도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세계에서 적응해나가는 현대인들이 신기할 정도로. 이는 1테라바이트 HDD 6개만 있으면 전 세계에 출시된 모든 음악을, 15개만 있으면 미국 국회도서관 장서 1억 권을 모두 담을 수 있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 한층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책을 본 나는 홀로 멈춘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올곧게 뻗어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고장 난 시계 초침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낱 교재의 옛 모습에 멈칫한 것은 아니었다. 구(舊)와 신(新)의 경계에서 그 어느 쪽도 부정할 생각은 없고 폄하할 권리 또한 내게는 없다. 다만 교육에 있어서 ‘자세’란 무엇일까. 느려서도, 빨라서도 안 되며 덧붙여 성급해서도, 여유로워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정적인 태도를 벗어나 시대의 흐름에 한 걸음씩 발맞추어 나감이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생각처럼 유동적이지 않다. 대학 내에서 커져야 할 개인의 목소리는 확산되지 못하고 점점 작아지고 있으며 강의 흐름에 대한 피드백 반영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왜 우리가 배우는 세계가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 그 이전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여전히 대답은 침묵으로 돌아온다. 옛것을 버리고 새로움을 쫓는다기보다, 그저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이나 새 것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되 전통적인 것, 새로운 것을 고루 알자는 태도를 지향하고픈 작은 소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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