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즐겁고 꾸준하게 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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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03.17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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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태 줄타기 명인

 
  아슬아슬 외줄 위에 서 있는 남자. 그는 해학이 넘치는 구수한 입담을 구사하다 한 마리 새가 돼 누구보다 화려하게 날아오른다. 바로 권원태 줄타기 명인(이하 권 명인)이다. 줄과 함께한 지도 어언 3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줄타기 하나로 전국을 넘어 전 세계를 장악한 명인이 됐다. 권 명인을 만나 줄타기와도 같은 그의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10살 어린이,
  줄타기를 통해 이름을 알리다

  “부모님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줄타기를 알았고 빨리 시작하게 됐죠.” 권 명인의 줄타기 인생은 예술계에 종사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권 명인은 10살 때부터 줄을 타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하루에 10시간 이상 줄을 탈 때도 있었다. “그때는 모든 부분이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그 시절에는 줄타기 환경이 많이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열악한 여건에서 줄을 타야 했어요.” 이렇게 줄타기를 시작한 10살짜리 어린이는 10년간의 꾸준한 연습 끝에 정식 무대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 “어릴 때는 줄 위에 선다는 게 겁도 많이 났는데 어느새 익숙해지더라고요.” 20대 후반의 권 명인은 줄타기를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줄 위의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권 명인의 줄타기 인생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권 명인은 정식 무대에 서고도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했고 부상 또한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공연 중 4~5m 높이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하면 1, 2년을 꼼짝없이 쉬어야 했죠. 그래서인지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안전문제예요. 위험성이 있으니까 더욱 조심스럽고 신경 쓰게 되죠.”

  이후 권 명인은 2003년부터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이하 풍물단)의 줄타기 상임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풍물단에 들어간 것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였어요. 풍물단에서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풍물단에서 활동하던 권 명인은 2004년 안성에서 열린 세계줄타기 대회에서 우승하며 자타공인 ‘줄타기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왕의 남자>를 만나
  전성기를 꽃 피우다 

  2005년, 권 명인은 영화 <왕의 남자>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권 명인은 극 중 광대 역할을 맡은 배우 감우성과 이준기에게 줄타기를 직접 가르치고 그들의 줄타기 대역을 하는 등 영화 촬영에 최선을 다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딱히 없어요. 그저 몇십 년 동안 계속해서 줄을 탔기 때문에 감독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봐 준 것 같아요.” 권 명인은 영화 촬영 당시 열정적으로 줄타기에 임한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영화 촬영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남들과 공유하고 함께 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참 즐거웠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권 명인이 뽑은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권 명인은 바로 ‘광대 장생이 다양한 재주를 부리며 연산군의 화살을 피하는 장면’을 꼽았다. “연산군이 활을 쏴서 장생이 떨어지는 장면은 사실 제 실수였어요. 그 장면이 마치 예정된 듯 자연스러워서 영화에 그대로 썼더라고요” 라며 웃음을 보였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남사당패 줄타기

  권 명인은 프랑스 10개 도시 순회공연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축하공연을 하는 등 줄타기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힘썼다. 줄타기를 본 외국인들의 반응을 묻자 권 명인은 웃으며 답했다. “처음에는 많이 의아해 하더라고요. 외국에도 줄타기는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나라는 없거든요.” 이어 한국의 줄타기가 해외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슬랙라인(Slack Line)이라는 스포츠가 독일에서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의 탄생에 모티브를 준 것이 바로 우리나라 줄타기예요. 독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직접 줄타기를 보기도 했죠.” 권 명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드러났다. 

  권 명인이 말하는 한국 줄타기의 매력은 ‘드라마적 요소’다. “한국의 줄타기에는 휴머니즘이 존재해서 보다 인간적이죠.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가는 세태를 풍자하고 거기에 해학까지 곁들여 웃음을 주기도 하고요.” 권 명인은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줄타기가 중국의 기예단과 외국의 서커스단과 비교될 수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학생들이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요

  한 편의 줄타기 공연에는 줄광대, 어릿광대, 삼현육각재비가 함께 한다. 줄광대는 권 명인과 같이 줄을 타는 사람이고 어릿광대는 밑에서 재담과 추임새를 넣는 사람이다. 삼현육각재비는 대금, 해금, 피리, 장구 등을 연주하는 악사를 이른다. 권 명인은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해야만 하나의 줄타기 공연이 완성되는 거예요. 줄타기가 위험한 연희다 보니 줄을 타기 전에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줄고사도 지냅니다”라며 줄타기 공연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정성과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권 명인은 전통문화에 대한 요즘 대학생들의 무관심이 걱정된다며 전통 줄타기를 포함한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했다.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많은 문화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결국 그런 문화들도 전통 문화에서 파생된 거예요. 유행하는 문화 컨텐츠를 아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권 명인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일을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하길 바라요. 꾸준히 줄을 타서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아준 것처럼 지금은 비록 힘들지라도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누군가 자신을 알아줄 날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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