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우리대학 역사 바로 세우기
[기자석] 우리대학 역사 바로 세우기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3.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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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이화여대 학생들이 친일 인사 김활란 초대 총장의 동상이 교내에 존재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화여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에 친일 인사의 잔재가 동상이나 건물로, 혹은 장학금의 이름으로 곳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대학은 지난 2000년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통해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송금선 초대 학장의 동상을 철거한 바 있다. 그러나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에는 여전히 친일 인사의 잔재가 남아있다. 바로 우리대학 각 계열별 최초 수석합격자 및 약학대학 최초 수석합격자에게 주어지는 ‘남해장학금’이다.

  남해장학금은 우리대학 송금선 초대 학장의 호를 따서 만든 장학금으로 교내 장학금 중에서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며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송금선 초대 학장은 1937년 조선총독부 학무국이 조직한 친일여성단체 조선부인문제연구회에 이사로 취임했고 일제의 전쟁 비용 마련을 위해 금비녀와 금가락지를 헌납하자는 운동을 한 애국금차회에 간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런 친일 행위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장학금에 역사 속 인물의 이름이나 호를 붙이는 것은 그의 정신을 학생들이 계승하길 바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남긴 송금선의 호를 붙인 남해장학금은 과연 우리 학우들이 무엇을 계승하길 바란다는 의미일까. 또한 남해장학금에 ‘차미리사장학금’과 같은 혜택을 부여해 일제강점기 자주 독립을 외친 차미리사 선생의 항일 자주 정신과 송금선 초대 학장의 친일 행적을 동일 선상에 놓아도 되는 것일까.

  우리대학은 차미리사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차미리사연구소를 만들었고 대학 홍보 자료에서도 차미리사 선생의 정신과 우리대학의 자랑스런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송금선 초대 학장이 우리대학에 기여한 공도 존재한다. 그러나 민족사학의 역사를 말하면서 친일 인사의 호를 딴 장학금을 유지하는 이중적 태도가 우리대학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학우들의 무관심과 대학 측의 부주의는 우리대학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학우들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대학 측은 신중한 고려를 통해 우리대학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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