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학벌 세탁의 길인가
편입, 학벌 세탁의 길인가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4.03.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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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사무처장
(국민대 법대 학장)
김동훈
 대학입시가 끝난 캠퍼스에는 이어서 또 하나의 작은 입시인 편입이 이어진다. 내가 재직하는 학교에도 올해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고 학교당국은 매우 짭짤한 전형료 수입을 올린 듯하다. 아울러 서열이 낮은 대학들에서 밀려드는 지원자들을 보며 평소 서열이 높은 대학들에 가졌던 열등감을 다소 해소해보는 시간이 되었음직도 하다.
 대학교육의 소비자인 학생이 더 나은 교육여건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대학당국에 자극을 주는 측면도 있다. 학생을 유치했다가도 만족스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냉정하게 떠나버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편입을 통한 학생들의 이동이 주로 학벌세탁이라는 목적, 즉 좀 더 나은 간판을 얻기 위하여 도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편입은 2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의 이동,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이동, 또 같은 지역권에서도 좀 더 서열이 높은 대학으로의 이동도 있고 지방에는 등록금 등의 차이로 사립대에서 국립대로의 이동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이동은 대학간의 교육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기는커녕 기존의 대학서열구조를 확인하고 강화해주는 기제가 될 뿐이다. 또 편입바람은 적지 않은 학생들을 소속대학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안착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학교출근길마다 교문에서 편입학원이 광고지를 나눠주는 것을 볼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노골적인 영업(?)방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편입학원의 배만 불리고 대학교육을 파행으로 이끄는 소모적인 편입열풍을 잠재울만한 뚜렷한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학벌주의의 기반이 되는 대학의 고착화된 서열을 흔들어야 한다. 대학마다 개성과 자부심을 갖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간의 획일적인 비교의 잣대를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그 핵심을 대학에 대한 국가의 관리체제의 타파라고 보고 있다. 국립서울대학을 하나의 ‘표준대학’으로 설정하고 역시 국가관리의 수능시험을 통해 국립·사립을 막론하고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배분하는 전체주의적 고등교육체제가 대학서열구조의 근원인 것이다. 본래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은 독점이나 서열고착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법이다. 한국의 재벌서열의 극심한 부침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단기적으로는 대학들이 편입생을 선발할 때 지금처럼 영어시험 등 획일적인 지필시험이 아니라 대학나름의 교육이념과 해당 전공의 특성에 따른 창의적이고 교육적인 선발기준을 개발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여기에서 쌓인 노하우를 신입생의 선발에 있어서 품격을 높이는데 활용하였으면 한다. 치열한 편입시험에서 합격하는 사람은 면접시 눈여겨 봐두었던 학생들보다는 오랜 기간을 편입학원에서 편입시험 대비를 해 온 학생들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편입은 지독한 학벌사회에서 합법적인 학벌세탁의 길이다. 학벌사회는 자주 그 세탁의 전력을 문제삼아 차별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학벌사회의 그림자는 편입 이후에도 편입생이라며 따돌리는 기존 학생들의 닫힌 마음에서도 나타난다. 몇 명의 빈자리를 오로지 등록금액수로만 계산하고 또 전형료 등 부수입도 노리며 학생채우기에 급급한 유수한 대학들의 행태도 명문대라고 불러주기에는 너무 천박하게 느껴진다. 학벌주의란 바로 우리 사회의 속물주의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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