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
‘고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3.31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시 폐지, 더 나은 대안이냐 사다리 걷어차기냐

  2009년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도입과 함께 3대 고시인 행정, 사법, 외무고시의 폐지를 발표했다. 거센 폐지 반대 목소리에 행정고시는 현행 유지가 결정됐고 외무고시가 지난해 폐지된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사법고시의 존폐 논란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고시란 무엇이며 고시 폐지 논란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알아봤다.



  고시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우리나라의 3대 고시라 불리던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는 6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공직자 선발을 책임져 왔다. 3대 고시의 대표격인 사법고시는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을 시작으로 1950년에 고등고시 사법과, 그리고 196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사법시험으로 이름을 바꾸며 67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시행돼왔다. 그러나 사법고시는 2017년 최종 폐지를 발표한 2009년 이후 매년 선발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한편 사법고시에 앞서 폐지를 확정한 외무고시는 1968년 제1회 외무고시를 시작으로 긴 세월을 이어져 내려왔으나 2013년 6월 47기 합격자 35명을 배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폐지를 면한 행정고시는 1949년 고등고시 행정과를 시작으로 한다. 행정고시 선발인원은 해마다 다르지만 3천 명에서 많게는 5천여 명을 선발하며 3대 고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또 행정고시에는 5급, 7급,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외에도 승진, 전직, 경책, 견습직원 모집 등의 시험이 포함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고시는 단순한 공직자 선발 수단이 아닌 사회적 기회의 평등을 위한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험자의 학력과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응시 기회를 제공하는 고시의 특성은 일반 서민들이 차별없이 고위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희망이었다.

  고시의 기능 약화와 폐단 부각
  그러나 계층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하던 고시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고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이에게 균등한 출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고시의 대표적인 순기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법률저널이 지난해 사법고시 2차 시험 합격자 305명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2차 합격자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7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가 43명, 고려대가 4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소위 SKY라고 불리는 상위 3개 대학이 절반에 가까운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고시 합격을 위해 공부하는 내용이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아 재교육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과 고학력 경제활동인구들이 고시에 매달림에 따라 인적자원 낭비가 극심하다는 점 등 고시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경북대 로스쿨의 김창록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의 고시 존치와 관련된 대담에서 “이미 고시는 경제적 약자가 법률가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되지 못하고 있기에 로스쿨 제도를 통해서 확실하게 경제적, 사회적 약자가 법률가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며 로스쿨 제도가 제 기능을 잃은 사법고시의 대안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비쳤다.

  고시 폐지 움직임과 그 대안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 설립 인가를 내며 3대 고시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고시생들이 ‘3대 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반대 운동을 벌이는 등 고시 폐지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정부는 2015년 폐지 예정이었던 행정고시에 대해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외무고시와 사법고시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매년 합격자 수를 축소해 외무고시는 2014년, 사법고시는 2017년에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와 함께 지난 2012년 기존의 외교안보연구원을 국립외교원으로 개편하면서 외무고시 폐지는 확정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4월 첫 외교관 후보자를 받은 국립외교원은 2012년의 개편이 ‘유명환 외교부 장관 딸의 특채 의혹’과 맞물려 현대판 음서제도의 초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특권층 자녀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다수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지난해 국립외교원 입교 시험인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한 첫 외교관 후보자들이 국립외교원에 입교했으며 올해는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은 외교관이 처음으로 뽑힐 예정이다.

  로스쿨과 국립외교원 출신 인재들은 고시 출신자보다 실무에 가까운 전문교육을 받고 고시와는 다른 역량을 요구받는다. 그러므로 고시 폐지를 반기는 입장에서는 해당 업무에 더 적합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사법고시 폐지
  로스쿨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있나
  사법고시 폐지를 3년 앞둔 지금도 고시 존폐에 대한 논란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4년의 학부 과정을 마친 뒤 연간 약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며 수료해야 하는 로스쿨이 법조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533만 원에 육박했다.

  한편 법률저널에서 지난 5년간 로스쿨에 입학한 10,382명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이 1,99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려대 1,603명, 연세대 1,439명 순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볼 때 로스쿨과 국립외교원을 통해 기존의 고시가 잃어버린 계층이동의 순기능을 보장하겠다는 주장 역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고시 존폐
  고시 폐지 흐름에 대해 우리대학 김종길(사회) 교수는 고시의 폐지와 함께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역시 사실상 끝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재 고시의 대안으로 제시된 로스쿨과 국립외교원의 경우 고시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뽑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회에 사법고시 유지 입법 청원을 내는 등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사법고시는 정원을 2014년 200명, 2015년 150명으로 축소한데 이어 2017년 50명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사법고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사법고시 출신 법조인들이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