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여성 혐오, 인터넷 넘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시켜야
도 넘은 여성 혐오, 인터넷 넘어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시켜야
  • 손민지 기자
  • 승인 2014.04.1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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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따른 불안에 대한 잘못된 책임 전가


  2000년대 중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된장녀’를 기억하는가? 된장녀란 값비싼 커피를 즐겨 마시고 고가의 명품백을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 남에게 의존하는 여성들을 비하해 칭하는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온라인상의 여성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끊이지 않고 ‘○○녀’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김치녀’라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들로 인해 논란이 거세지기도 했다. 여성 전체를 ‘김치녀’라 부르며 비하를 넘어 혐오하는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남초 사이트 중심으로
  여성 혐오 시작
  ‘김치녀 평균 외모’ ‘여자들이 X슬아치가 되는 건 대학부터다’ ‘아내건 딸이건 삼일한이 답이다’ ‘X혐의 선두주자’. 이는 여성 혐오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 남초 사이트(남성 가입자가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게시되는 글들의 제목이다. 게시되는 글의 대부분에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 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남초 사이트를 포함해 몇몇 남초 사이트 및 포털사이트 댓글에서는 한국 여성을 ‘김치녀’라 낮춰 부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벼슬아치 행세를 한다며 ‘X슬아치’ 등의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의 단어 ‘삼일한’까지 사용하며 여성 혐오를 더욱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성만 여성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이러한 남성들의 분위기에 맞춰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은 ‘여성마초’라 불리며 자신은 다른 여성들과 다른, 남성의 기대에 부응하는 여성상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이러한 여성마초들은 여성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들을 남초 사이트에 올려 여성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고 남성들보다 더욱 심하게 여성들을 비난해 문제가 된다.


   대중매체 타고
  여성 혐오 분위기 조성
  일부 남성에게만 나타날 법한 여성 혐오는 우리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돈을 밝히는 여자 캐릭터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성 캐릭터 등은 실제 여성들보다 매우 과장되게 표현돼 여성 혐오 분위기를 조장한다. 이와 같이 그릇된 여성의 모습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며 최근에는 광고, 음악 등 다양한 대중매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화장품 회사는 “명품백을 얻기 위한 방법. 단 하나의 솔루션.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문구를 사용해 상품을 광고한 적이 있다. 이 광고는 남성은 여자친구에게 명품백을 사주는 것이 당연하고, 여성 또한 남자친구를 통해 명품백을 얻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위의 가사는 최근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음원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던 가수 브로(Bro)의 노래 <그런 남자> 중 일부이다. 이 가사는 소위 남자의 ‘스펙’이라 불리는 연봉과 재산 정도, 그리고 각종 외적 요소를 따지는 여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가수 브로는 여성 혐오 현상이 심한 한 남초 사이트의 유저임을 당당히 밝혀 논란이 됐지만 이러한 사실을 밝힌 후 오히려 해당 사이트 유저들과 많은 남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대중매체를 타고 여성 혐오 분위기가 조성되고 우리나라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들이 남발되는 사회풍조에 대해 일부 여성들은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대란에서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안녕하십니까’ ‘댁의 김치는 안녕하십니까’ 등의 대자보를 통해 심각해지는 여성 혐오 현상을 비판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가
  여성 혐오 야기했다
  이처럼 수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여성 혐오는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확실한 인과관계를 밝힐 순 없지만 많은 여성주의자들은 급격한 현대화를 그 원인으로 제시한다. 남성 중심 사회가 갑작스러운 현대화를 거치며 붕괴됐고 이는 많은 남성들에게 무의식중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를 탄생시켰고 심지어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모든 것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현상까지 발생시켰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장 증폭시킨 사건으로는 ‘제대 군인 가산점 제도’ 폐지다. 1998년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던 모 여대 졸업생 5명은 “공무원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과목별 득점에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를 가산하는 ‘제대군인 가산점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냈다. 이에 다음해 헌법재판소는 많은 여성, 신체장애자 등과의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 해당 제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남성들은 판결 결과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분노를 표했고 이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켰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현재 20~30대가 ‘삼포세대’에 직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오늘날 20~30대는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난에 시달려 연애, 결혼, 출산을 잠시 유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연애를 하기 위한 기회비용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이에 여성은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하는’ 대상에서 ‘분노의 대상’으로 전환됐다.


  왜 ‘OO녀’는 젊은 여성일까
  최근 인터넷상에 자신이 목격한 모습을 찍어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 아닌 문화가 됐다. 특히 비도덕적인 여성의 모습이 많이 올라오는데 ‘개똥녀’ ‘막말녀’와 같은 ‘○○녀’ 열풍은 여성 혐오 현상의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터넷 활용은 여성을 분노의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일베와 여성 혐오>라는 논문을 쓴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씨는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젊은 여성일 경우 더 논란이 된다. 이러한 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잘못된 여성의 행동을 인터넷에 더 많이 게시하고 이를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일부 여성의 모습을 전체 여성에 투영하고 이를 통해 여성 혐오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
  인터넷 현상을 넘어 공론화돼야
  여성 혐오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나타나는 문제점은 바로 여성 혐오 현상이 여성의 문제로 치부된다는 점이다. 윤보라 씨는 “남성 중심사회를 유지하고자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이 현재 중요한 여성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 혐오가 오랜 기간 이어진다면 단기간에 향상된 여성의 지위는 다시 떨어지고 과거 여성처럼 제한된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 세대, 나아가 미래 세대의 여성이 여성의 지위를 올바르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혐오 현상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여성 혐오가 특히 심한 한 남초 사이트를 폐쇄하자는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 사이트 폐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도 여성 혐오라는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고 공론화시키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여성 혐오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를 단순히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위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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