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불확실성, 개방성, 가능성에 관하여
[교수칼럼] 불확실성, 개방성, 가능성에 관하여
  • 정혜옥(영어영문)
  • 승인 2014.04.1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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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봄엔 평년에 비해 꽃이 빨리 피었다. 올해처럼 4월도 되기 전에 서울에 벚꽃이 만개한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5월의 기온처럼 따뜻했다가 겨울처럼 쌀쌀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봄 날씨란 원래 이렇게 변덕스러운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이런 변화무쌍한 기온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와 꽃들은 예측불허 하는 이런 봄날에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다. 어느 날 별안간 우리 앞에 흐드러지게 만개한 꽃들을 선물하는 나무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단히 추운 날씨를 견뎌내면서 발화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런 날씨만큼이나 예단하기 어려운 변화가 진행되는 대학사회는 몇 년 내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할 입학생들의 수에 대응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대학은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기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은 학생대로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취업시장에서 취직 준비로 몸과 마음이 바쁘고 불안하다. 이제 사회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일상화됐다고 한다. 모든 인간사의 바탕에 경제적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한다면 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보다는 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듯하다. 이는 적과의 동침처럼, 위기를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공존해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린다.

  인류 역사는 불확실성과 함께 한 세월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삶이 단단한 반석 위에 서있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어떤 날은 바람이 잔잔하지만 또 어떤 날은 무서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한없이 흔들리며 어디론가 향해가고 있는 여정이 인생이다.

  문학사를 가르치다보면 정신을 가다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되는 양상이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님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16세기의 영국사회는 그리스·로마의 고전 문화가 다시 부활한 인본주의 르네상스가 꽃을 피웠을 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과 같은 신천지의 발견이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부인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의 대두와 헨리 8세의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가톨릭에서 영국 성공회로 전격적인 종교개혁을 감행한 변화가 맹렬히 진행되던 시기였다. 당시 영국 사회를 살던 사람들에게도 인생은 지금의 우리들만큼이나 확실한 가치 척도도, 안정된 사회 기반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격동기를 살았던 영국인들은 자기네 나라의 역사와 그 역사를 살고 간 인간 운명의 부침을 연극을 통해 알고 싶어했고 그 수요에 부응해 많은 극작가들의 대두와 함께 셰익스피어와 같은 위대한 극작가가 영국 드라마의 황금시대를 일구어냈다. 그 시대는 영국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고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발돋움하는 진정한 기반을 마련한 진정한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르네상스기의 영국이 보여주듯 불안정하다는 것은 고착되거나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돼 있으며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이런 불확실성을 가장 첨예하게 느끼는 때가 바로 대학시절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자기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싫든 좋든 자기가 처한 상황이나 자신의 능력과 타협을 하고 수용하게 되면서 불확실성이나 불안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 같다. 나는 학생들이 이 불확실한 세상에 위축되지 말고 거대한 파도가 도리어 서핑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받아들여지듯이 변화의 파도 한 가운데에 뛰어들기를, 서핑을 하듯 즐기면서 대처해나가기를 바란다. 젊다는 것은 변화에 민감한 것이고 민감한 만큼 고통도 크지만 그만큼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불안정성과 개방성 그리고 발전의 가능성이 서로 연결돼있는 것이다.

  학생들만큼이나 변화와 선택의 선상에 있는 우리대학은 6년만 있으면 창학 100주년을 맞이한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근대 한국의 고등교육의 역사에서도 짧지 않은 시간이며 특히 한국 여성고등교육 역사와 거의 맥을 같이한 장구한 기간이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도 싹을 틔우고 꽃을  활짝 피워내는 나무들처럼 학교와 학생들 모두 변화 가운데서도 열매를 맺길 고대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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