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분노, 왜 문제를 잠재우는가
[학생칼럼] 분노, 왜 문제를 잠재우는가
  • 김예지(일어일문 3) 학생칼럼 위원단
  • 승인 2014.04.14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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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학교 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하나 있었다. 수년 동안 특정 학과에서 일명 ‘선후배 간에 지켜야 할 규율’하에 이뤄지고 있던 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내용을 알게 되고 난 후, 학우들은 ‘이것이 실제로 우리학교에서 일어난 일인가’ ‘다 큰 성인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인가’라며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사건은 비단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앞서 숭실대, 서울여대에서도 화제가 됐던 일이다. 그러나 당시 뉴스가 보도된 후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감히 말해보건대 우리대학이라고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다 한때라는 이야기다. 늘 그래왔듯이 시간이 흐르면 묻히고 잊히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지나가면 잊힐 일, 굳이 수면 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가? 우리들은 다른 학교 소식을 접했던 때처럼 그저 남의 일로 생각하면 되고 다가오는 중간고사를 위해 바삐 공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그렇게 해도 크게 꾸짖을 사람은 없다. 그래도 조금 보태서 학교 게시판에 항의 글과 댓글 몇 개 달았으니 본교 학생으로서의 본분은 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것마저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단지 그 정도의 분노를 가진 채, 우리는 예전처럼 똑같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다시 잊히고,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할지라도 다시 잊힐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불미스러운 일이 잠잠해지고 그에 따라 우리대학의 위상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적당히 의견을 내거나, 아니면 혹은 정당한 처사였다고 학교에 의견을 내기도 하면서 그에 대해 학교는 대책위원회를 통해 모든 것은 잘 마무리됐다는 답변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가 바라는 결과가 된다면 누가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에 대해 함부로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로 창학 94주년을 맞이한 덕성여자대학교. 문득 작년 교내에서 “차미리사 선생님의 이념을 닮아 자랑스러운 덕성인이 되자”고 외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우리는 과연 덕성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덕성인이 됐을까? 지성을 갖춘 대학생이 됐을까? 이것도 아니면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세상에는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일들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마땅히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진심으로 학교를 위하고 걱정한다면 누군가가 있는 힘을 다해 던진 질문에, 우리 또한 있는 힘을 다해서, 진심을 담아 대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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