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정말 마음에 남아주세요
[백미러] 정말 마음에 남아주세요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4.04.14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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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벚꽃은 유난히도 빨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꽃은 일찍 폈지만 우리대학 학생자치의 봄은 조금 늦었다. 학생자치의 봄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총학생회 선거가 여러 연유로 수차례 미뤄지면서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겨우 새 총학이 뽑혔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총학생회는 ‘불신’의 아이콘이었다. 총학생회에 대해 무관심한 만큼이나 총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학내 곳곳에서 들려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전 총학과 현 총학을 분리해놓고 봐야 맞는 것이겠지만 그 둘 사이의 공통점과 관계를 살피면 사실 전 총학의 명맥을 현 총학이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비약은 아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제30대 총학생회의 첫 과업이라 할 수 있는 2014 학생총회가 열렸다. 매번 인원수 부족으로 쉽사리 성사되지 못했던 학생총회라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쳐다만 봐도 푸른 잔디에서 뛰놀고 싶어지는 싱그러운 날씨 탓인지 적지 않은 수의 학우들이 민주동산을 빽빽이 채웠다. 느낌 좋은 시작이었다. 시작만 그랬다. 학생총회에서는 평소처럼 일방적인 총학생회의 학내 사안 해석과 입장 표명이 계속됐다. 민주동산을 그득히 채웠던 학우들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낱말들의 연속에, 수업시간의 압박에 하나둘씩 자리를 빠져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600명이 넘었던 학우들의 수는 절반이 훨씬 넘게 줄어버렸다. 총학생회가 그렇게도 강조했던 ‘많은’ 학우들과의 ‘소통’은 ‘일부’ 학우들에 대한 총학생회의 ‘설명회’로 끝을 맺었다. 이러한 분위기 끝에 도출된 결과들이 얼마큼의 대표성과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안건의 내용들도 그랬다. 총학은 당선 전부터 ‘소통’을 강조했지만 논의안건 내용에서는 실질적인 소통을 위한 수단 및 방법 마련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대학 내에선 거대 담론이 돼 버린 RC 사업 및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와 골백번도 더 들었던 총학 대표 공약들에 대한 앵무새 같은 홍보가 대부분이었다.

  30대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시작으로 활기찬 새 출발의 축포를 쐈다. 허나 그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마냥 후련하기만 한 시작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학우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외면하는 건 51%와 39% 모두를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학년으로 치면 아직 새내기에 불과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발전의 여지도 크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총학생회장의, 부총학생회장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선 직후의 환호성과 눈물을 기억한다. 그리고 “학우들의 마음에 남겠다”는 그 말을 기억한다. 과연 최고의 총학으로 남을지, 최악의 총학으로 남을지는 총학생회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이왕이면 최악보다 최고가 낫지 않은가. ‘그냥’ 마음에 남는 것이 아닌 ‘최고로서’ 마음에 남는 총학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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