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코피노, 그들의 국적은 어디에
갈 곳 잃은 코피노, 그들의 국적은 어디에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05.1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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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코피노를 위한 코피노 보호 정책과 한국 남성들의 올바른 성 인식 필요해
몇 년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코피노에 대한 문제를 조명했었다. 당시 코피노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이들의 버림받은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하지만 이후 코피노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고 현재 일부 여성단체, 인권단체들만이 코피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국민의 피가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면받는 코피노는 누구이며, 코피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필리핀 판 어둠의 자식들, 코피노
  ‘코피노’는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이르는 말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 존재하는 코피노 수는 2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아버지 중 20대 어학연수생이 무려 90%에 달하며 30대 직장인이 8%, 기타 2%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리핀 현지 여성과 유흥을 즐기다 임신시킨 후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코피노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안에서의 한국 남성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실정이다.

  코피노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파월장병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라이따이한과 흡사하다. 수많은 라이따이한은 종전 후 모국으로 돌아간 장병들에게 버림받다시피 남겨졌고 베트남 안에서 ‘적군의 아이’라며 차별받았다. 코피노 역시 필리핀 내부에서의 차별과 싸우며 ‘제2의 라이따이한’이라 불리고 있다.


성매매 관광을 목적으로
필리핀에 방문하는 남성들도 있어
  한국인들이 필리핀으로 향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어학연수다. 현재 7천여 명의 어학연수생들이 필리핀 현지에 살고 있으며 적지 않은 어학연수생들이 필리핀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들은 영어를 쉽게 배울 목적으로 필리핀 여대생과 동거를 하다가 임신을 시키기도 한다.

  또한 사업차 필리핀에 방문하는 경우 손님접대를 위해 윤락가를 찾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현지처를 두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애초부터 성매매 관광을 목적으로 필리핀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한 사업가는 “한국에서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성매매를 하기 어렵지만 필리핀의 경우 300달러 정도면 ‘왕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필리핀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일부 한국 남성들의 단발성 쾌락의 결과물로 코피노가 태어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6.25전쟁 당시 파병된 미군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국내 여성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미군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는 무려 10만 명에 달했으며 당시 한국에서도 버려진 혼혈아들이 많았다. 이런 아픔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사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 일부 미국인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필리핀 일부 여성,
돈을 목적으로 남성들에게 접근하기도
  하지만 코피노는 일부 한국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리핀 여성들의 경우 한국인들의 대부분이 부유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인 남성들이 이곳 사람들의 한 달 급여인 3~40만 원을 하루 관광비로 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필리핀 현지 여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남성들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나의 신분상승책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 필리핀 유학생은 “필리핀 술집 여성들 사이에 ‘한국인과 결혼하면 2천만 원의 지원금이 한국 정부에서 나온다’는 소문이 퍼져있다”며 “2천만 원이면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돈이니 이런 소문에 혹한 어린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 생계비로 살며 육아비도 모자른 실정
  일시적인 관계를 맺고 떠난 한국인 남성들과 달리 코피노 엄마들은 계속해서 한국인 남성을 기다린다. 한 코피노 엄마는 “우리는 혼인서약서까지 작성했다. 10년이 지났지만 돌아올 때까지 꼭 기다릴 것이다”며 한국인 남성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코피노의 경우에도 아빠의 이름과 주소를 외우며 만나기만을 기약하고 있다.

  코피노는 주로 빈민가에 살고 있으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필리핀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또한 한국 남성들에게 육아비를 받지 못해 코피노 엄마들이 유흥가에서 버는 2천 페소(한화 5만 2천 원)정도로 생계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병이 있어도 고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흥가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후 성매매에 관련된 일을 해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것은 코피노들이 성인이 된 후 반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월드컨택코피노재단 김병조 이사장(이하 김 이사장)은 “이들이 성인이 된 후 자신들이 ‘사생아’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복수심에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피노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한국과 필리핀 간의 외교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필리핀의 가톨릭 문화도
코피노 증가에 큰 영향 미쳐
  코피노 문제를 키운 것은 필리핀 내 종교적인 영향도 크다. 김 이사장은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로서 전체 여성의 88%가 가톨릭 신자다. 때문에 낙태는 범법행위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어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더라도 낙태하지 않는다”고 코피노 증가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필리핀은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은 전체 인구의 5% 정도만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어 나머지는 병원에 갈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돈이 많이 드는 낙태 수술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며 임신 검사지를 살 돈이 없어 스스로 임신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피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 있는 일본
  자피노는 일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 자피노의 수가 10만 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자피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 있으며 향후 그들의 취업까지 보장해 준다. 이미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피노 문제가 혼혈 아동 문제 중 하나로 언급됐고 이들을 위해 아버지 찾기 운동을 시행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부모 중 한 명이 일본인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일본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해외 혼혈 아동에게 취업비자를 주는 관문을 낮추는 등 코피노를 자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1천 명 이상의 자피노들이 필리핀 내 민간단체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배우고 있다. 자피노들은 이 과정을 마치면 일본으로 취업할 기회를 얻거나 필리핀 내 일본 기업에 우선 채용될 수 있는 특혜를 가진다. 


그릇된 성 인식을 고치고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
  그렇다면 코피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국내 여성단체와 법무법인에서는 코피노를 돕기 위해 종교 상담과 후원, 친아버지 찾아주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코피노를 키울 비용이 부족한 코피노 엄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단순히 후원이나 기부를 통해 코피노를 돕기 보다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 물고기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한국 남성들의 그릇된 성 인식도 고쳐져야만 한다. 김 이사장은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문에 성매매에 대한 내용을 한 줄이라도 담아서 더 이상 코피노가 늘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하고 한국인 남성들이 책임감을 가져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 법무법인에서는 코피노 엄마들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영어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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