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우리’가 경험하는 세월호
[학생칼럼] ‘우리’가 경험하는 세월호
  • 김보현(문화인류 3) 학생칼럼 위원
  • 승인 2014.05.1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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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건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화가 났다. 실종자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쿵쿵 떨어졌는지 모른다. 아무리 배가 침몰했다고 해도 저 많은 실종자들이 다 죽진 않겠지, 침몰 5일째까지도 시시때때로 인터넷에 접속해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침몰 일주일째 되는 날, 나는 더 이상 인터넷 기사에 접속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재난사고보다도 세월호에 마음 아파하는 이유는 세월호 탑승객들에게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어두컴컴한 바다에 갇혀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부모의 마음을 무너지게 할지, 수학여행에 들떴던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옆 반이었던 친구들이 모두 침몰된 배 속에 갇혀있어 살아서 나올 가망이 없을 때 구조된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지, 제대로 재조명받지도 못했던, 누군가에게는 부모, 자식, 친구, 선생, 제자였을 실종자들, 우리는 한 명 한 명 그들에게 이입하게 됐다. ‘예기치 못한, 불의한 사고’라는 말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생생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세월호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구조 작업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하고 승객들을 모두 두고 나왔던 세월호 선장을 비난했다. 보도 경쟁으로 정확한 정보보다는 그럴듯한 정보를 전달하는 보도국에 분노했고 실종자를 사칭해 사람들에게 혼란을 줬던 ‘관심종자’들에게 분노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대국민 사과를 얼마나 늦게 했는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여기저기서 이 무참한 희생에 대한 대가를 치러내려는 듯 세월호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비난을 쏟아 부었다.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을 치며 분노했고, 분노했고, 슬퍼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20여 일쯤 되는 지금 시점에서 세월호는 우리의 시야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살아내야만 하고 그동안 이러한 비난과 분노, 먹먹한 슬픔에 지친 까닭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게 된 지금,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 상처를 곱씹을 것인가?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에 누군가를 향한 불신과 피해의식으로 가득 채울 것인가?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건 때, 승객 누군가가 외쳤다고 한다. “세월호 때도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다가 다 죽었다!”

  더 이상, 세월호를 상처로만 마음속에 가라앉히지는 말자. 이 아픈 사건을 우리 모두가 ‘함께’ 겪어왔던 것만큼, 이제는 우리 개개인의 이야기로 ‘함께’ 의미화해야 한다. 단순히 ‘나는 배가 침몰할 때 꼭 탈출해야지, 안내방송은 믿을 게 못 돼’가 아니라 이제 우리의 마음을 함께 위로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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