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화 교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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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5.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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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교양인 몽테뉴, 홋타 요시에, 한길사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 홋타 요시에, 한길사

"몽테뉴 같은 자가 세상에 태어나 글을 써 준 덕분에 사는 것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 해체의 선구자 니체가 『반 시대적 고찰』에서 한 말이다. 몽테뉴를 읽으며 니체는 의당 즐거웠을 것이다. "잘 써보려고 애쓰는 바도 없이 그저 쓰고 또 써서" 질리도록 방대한 책을 남긴 몽테뉴가 일생 동안 꾸준히 수행한 작업이 바로 해체였으니까. 말기 르네상스인답게 몽테뉴는 동시대인들을 한량없는 자부심으로 부풀게 한 지적 자산들을 헤집고, 흔들고, 좌충우돌하게 하여 마침내 우습게 만든다. 여의치 않으면, "그의 변설은 놀랍고, 사상은 장엄하며, 영혼 또한 고매한데 다만 콧물이 자꾸 나와서 탈이다"라는 식의 심술궂은 독설이 준비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웃고, 디오게네스의 안질을 조롱하고, 세네카의 말을 가당찮은 것으로 만들면서 그 자신도 얼마간 즐거웠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재미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형주 위에서 수많은 메노키오(『치즈와 구더기』)들이 불태워지고, 유럽인들의 칼끝에 신대륙의 수백만 원주민들이 꼬치처럼  꿰어지고―, 저마다 신이 자기편이라고 주장하는 신·구교도의 충돌이 나라를 피로 적시고 있을 때, 간단히 말해 이기심과 불관용의 폭력성이 끔찍하게 드러나고(인간 사회의 영원한 양상!), 독선이 정의로, 냉혹이 공정으로, 비겁이 신중으로, 회피가 사려 깊음으로 위장될 때(인간 실존의 영원한 양상!), 기만적인 확신들에 저항하여 정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회의(懷疑)'의 자세를 꼿꼿이 다지고 있는 것뿐이다. 『수상록』을 읽으면,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는 명구를 메달에 새겨 목에 걸고 다녔다던 그가 사실은 인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섹스피어가 그랬듯이.  완역본이 귀하므로, 근대 태동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유장하게 몽테뉴를 소개하고 있는 홋타 요시에의 책을 우선 권한다.

-심민화(교양)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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