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과 재치로 슬픈 현실을 그리는 만화가
자신의 경험과 재치로 슬픈 현실을 그리는 만화가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5.1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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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최규석

 
 

     최규석 작가(이하 최 작가)의 만화에는 재미와 재치가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픈 현실이 담겨있다. 그의 만화를 읽은 독자들은 그의 만화가 마치 실제 사건, 실제 인물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최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만화에 드러나는 것들이 실제 그의 삶과 경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만화를 통해 최 작가의 삶과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울기엔 좀 애매했던 10대 시절
  최 작가는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정확히 몰라 울기엔 좀 애매한 상태에 놓여있는 10대들의 모습을 <울기엔 좀 애매한>에 담았다. “제가 입시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의 경험을 그린 만화예요. 대학은 이미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재수를 하는 은수라는 캐릭터도 실제 제자를 모델로 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제 10대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미술적 재능을 인정받아왔고 저 또한 미술이 좋아서 미술을 하고자 마음먹었죠. 그런데 미술학원에 다닐 돈이 없었어요. 재능과 의지가 있음에도 돈이 없어 미술을 못 할 수도 있는 상황이 굉장히 억울했습니다. 다들 ‘자신의 꿈을 찾아라’ ‘자신의 재능을 발굴해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 직업을 갖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았어요. 꿈에는 가격표가 달려있고 그 꿈을 이루려면 노력뿐 아니라 그만큼의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현실들을 만화에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명랑만화 둘리는 왜 현실에 찌들게 됐나 
  1997년 최 작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해 새로 신설된 상명대 만화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대학시절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때이다. 그가 만화가로서 주목을 받게 된 작품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도 대학시절의 작품이다. 원작 만화 속 밝고 명랑했던 둘리가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린 이주노동자가 됐다는 설정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만화는 <아기공룡 둘리>를 패러디하라는 대학시절 과제였어요. 패러디는 진중한 것을 가볍게 희화화하면서 얻어지는 재미를 노리는데 패러디를 패러디하자는 생각으로 가벼운 것을 매우 무겁게 그렸죠.” 많은 둘리 패러디 과제들 중 그의 만화는 유독 어두웠다고 한다.

  여기서 그의 대학시절이 궁금해졌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과 모여 살았다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1기 입학생이라 선배가 없었다는 거예요.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는 게 좋았습니다(웃음).” 최 작가는 대학시절 발생한 한 가지 사건으로 이야기를 이었다. “동기들이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는 사건이 있었어요. 저는 그것이 탐탁지 않아 그 자리에서 소위 말하는 ‘깽판’을 쳤죠. 이를 계기로 동기들과 싸워서 따돌림을 당했어요. 군대에 가기 전까지 동기들과 인사를 하지 않을 정도였죠. 그 당시에는 제가 동기들의 행동에 반대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요. 친하지 않은 친구를 잃는 것은 잃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죠.”

  사실적인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기자는 최 작가가 그의 작품 <송곳> 속의 캐릭터인 이수인처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저 자신이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집합체로 불리는 군대에 들어가니 웬만한 건 다 참아 넘기게 되더라고요. 사실 군대에서도 나서봤자 잃는 게 크지는 않아요. 영창 며칠 갔다 오고 제대가 늦어지는 것뿐인데 그건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군대에서 불의에 참고 견디는 것을 배웠죠.”

  이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만화 속 캐릭터들이 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자유도가 높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아요. 체제에 갇힌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이죠. 체제에 벗어나는 사람은 보통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또라이’이거나 ‘돈이 엄청 많은 재벌집 아들’이죠. 그들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은 결국 캐릭터의 자유도를 위한 설정일 뿐이에요.”

 

  우리나라 노동 현실을 찌르는 ‘송곳’
  그는 현재 네이버에서 웹툰 <송곳>을 연재 중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두고 이에 순응해야 할지, 아니면 이를 박차고 나와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수인 과장의 이야기다. 사회의 요구에 맞춰 살지 못하는 이수인 과장은 사회의 ‘송곳’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웹툰의 주 독자인 젊은 층이 노동 현실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송곳>을 연재하기로 했다.

  “높은 자살률, 내수 부진 등 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이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노동운동, 특히 노동조합운동은 다른 문제들에 비해 뒤로 빠져있는 이슈입니다. 노동이라는 이슈가 사회를 떠받치는 하나의 큰 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 작가는 만화를 본 후 독자들이 회사에서 당했던 일을 토로하고 만화 내용에 공감해주는 댓글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 만화를 본다고 해서 본인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아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위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쁘면서도 슬프죠.”

  나의 ‘진짜 행복’을 위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만화가 최규석은 엄청난 포부를 가진 개혁가라기보다 소박한 꿈을 꾸며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사는 보통의 현대인이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살기보다는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그의 생각은 <송곳>이 전하는 바와 통한다. “노동문제는 자신의 소박한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에요. 노동환경에 따라 내가 근로하는 시간, 취미생활의 가능 여부가 결정되죠.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의 사고의 틀 안에 노동문제를 끌어들이고 싶어요. 노동환경이야말로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진짜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노동문제를 대중문화 안으로 끌어 들이고 싶어요. 심슨이나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 스토리 상에서 파업이라는 이슈가 자연스럽게 등장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것이 어색하지 않은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열정을 가진 20대를 잘 활용해라
  20대를 위한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작가는 현재 20대들의 상황이 자신이 20대였던 때와 달라 조언을 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진중한 조언을 전했다. “아무리 세상이 망가져도 20대는 고생을 고생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어느 정도의 낭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들이 그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20대에 많이 존재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30세가 넘어서면 자신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어려워합니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인 20대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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