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메마른 현대사회의 돌파구를 찾다
사랑이 메마른 현대사회의 돌파구를 찾다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5.26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헌필(중어중문) 교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우리나라, 내 가족, 나 자신만을 중시하는 삭막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이미 이와 같은 사회의 폐해를 예측하고 함께 사는 이상세계를 제시한 사상가 캉유웨이의 저서가 있다. 사랑이 메마른 사회에서 박애의 길을 찾는 캉유웨이의 <대동서>를 오헌필(중어중문) 교수와 함께 읽어봤다.


  교수님의 독서생활이 궁금합니다
  전공이 중국 고전문학이라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제도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또 그때그때 한 가지 분야를 정해 관련된 책을 열 권 정도 한꺼번에 찾아 읽는데 최근에는 세계여성운동에 흥미가 생겨 여성운동조직, 여성운동의 세계적인 동향에 관한 책을 읽었다. 지난달에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관한 책을 읽기도 했다.
  
  이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동서>는 내가 대학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다. 대학시절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는데 <대동서>도 그런 관심에서 읽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물결을 탄 우리사회는 철저한 개인주의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잘사는 나라는 더 잘살고 못사는 나라는 더 못산다. 국가 안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 서글펐다. 내가 대학생이던 때보다 지금의 사회는 훨씬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했다. 이런 사회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내가 대학생 때 감명 깊게 읽었던 <대동서>의 유토피아 사상을 소화하고 사회발전에는 다른 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대동서>를 추천했다.

  <대동서>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대동서>는 캉유웨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 즉 이상사회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쓴 책이다. <대동서>는 총 10개의 부로 나뉘어 있다. 이 중 병부 ‘계급차별 없는 평등한 민족으로’, 정부 ‘인종차별 없는 하나의 인류로’, 무부 ‘남녀차별 없는 평등의 보장’, 임부 ‘인간과 짐승의 구별을 없애 모든 생명체를 사랑한다’ 이 4개 부가 <대동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이 사랑과 평등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대동서>는 유가사상의 지배하에 있던 당대 봉건제 사회질서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현대사회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이상세계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캉유웨이는 청나라 말기 사람의 생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사상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는 어떤 사람이며 <대동서>와 같은 사상서적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저자 캉유웨이는 청나라 말기의 개혁사상가이다. 캉유웨이가 살았던 청나라 말기에는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강대국과 아시아의 신흥 군사국가 일본이 청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던 시기였다. 당시 청은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외국과의 무역에서 쇄국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이 청에 아편을 유통시킴으로써 발발한 1840년 아편전쟁에서 청은 영국의 총포 앞에 속수무책으로 패배했다. 이후 계속되는 서양열강과의 전쟁에서 패한 청은 굴욕적인 불평등조약과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서양문물의 강대한 힘을 체감한 27세 청년 캉유웨이는 조국 청나라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펜을 잡았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대동서>를 집필한 것이다.

  <대동서>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계약 동거와 여성권 보장, 동성애 인정 등 현대에서도 참신하게 여겨지는 주장입니다. <대동서>에서 캉유웨이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 사회란 어떤 사회를 말하는 것일까요
 
캉유웨이가 말하는 이상사회는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차별 없는 무릉도원이다. 도원명의 무릉도원은 크지 않은 작은 나라에서 적은 백성이 서로를 가족처럼 사랑하며 남녀차별, 계급과 신분에 의한 차별이 없는 평등한 낙원으로 묘사되는데 캉유웨이 역시 이 사회를 이상적으로 본 것 같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캉유웨이는 당시 봉건적 질서 속에서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던 여성과 양민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봤다. 앞서 말했듯 그가 살았던 청나라 말에 청나라를 위협하던 서방국가들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혁명을 거쳐 봉건질서를 몰아내고 시민들에게 보장해주고 있던 것들이다.

  캉유웨이는 봉건질서 타파를 통해 청을 발전시키고자 했으며 <대동서>의 일부 내용에는 그 방향이 계약 동거와 가족제도 폐지 등 다소 급진적인 방식으로 묘사돼 있어 독자들이 당혹감을 느낄법하다(웃음). 그러나 내 생각에 캉유웨이는 기존 봉건질서의 장점까지 부정해 그것들을 없애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 질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인식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한 것 같다. 가령 앞서 예로 든 가족제도 폐지의 경우 가족이라는 집단이 내 가족, 내 자식만을 사랑하는 이기적 사랑을 조장한다고 봤기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같은 캉유웨이의 주장에는 기존 봉건질서를 유지하는 유가사상과 대비되는 노장사상이 저변에 깔려있다. <대동서>에서 말하는 유토피아 역시 만물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사회다. <대동서>에서 말하는 사랑은 모두 이타적인 사랑인데 민족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나아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박애정신은 의식하고 강조해야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해 사회를 보다 살기 좋게 한다. 캉유웨이의 이런 박애사상은 묵자의 겸애사상과 노장의 자연친화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본다.

  끝으로 덕성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했듯 현대사회에는 사랑이 부족한 사회다. <대동서>를 읽으며 현실의 문제점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직시해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둬야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하길 바란다. 또한 학생들이 지식인으로서 사랑이 부족한 이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모든 인류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을지도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끝으로 훗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사람으로서 우리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대동서>에서도 말하고 있는 이타적인 삶, 더불어 사는 삶을 자신의 가치로 삼을 수 있도록 보편적 사랑을 실천해 보이는 어머니가 되길 바란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이 미래사회를 따뜻하고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임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갔으면 한다.

 


‘교수님의 서재’
소감을 남겨주세요

 ‘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6월 4일(수)까지 덕기자 페이스북(www. facebook.com/press.duksung)에  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오헌필 교수님의 추천도서 <대동서>를 선물로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