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위치에 놓인 근로장학생들
애매한 위치에 놓인 근로장학생들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5.26 17: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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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노동 연재② - 근로장학생 : 단순히 ‘장학생’으로만 인식돼 ‘근로자’ 권리 주장에 어려움 있어

  학문의 전당인 대학, 지식인들이 주인공인 대학이라는 무대 뒤편에서 대학 내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있을까. 이에 본지는 3회의 연재에 걸쳐 우리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대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것은 꽤 괜찮은 아르바이트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는 근로장학생을 두고 ‘꿀 알바’라고 말할 정도로 근로장학생을 아르바이트로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공강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학업과 일을 제약 없이 병행할 수 있고 시급도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장학생의 실제 근로환경도 ‘꿀’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근로환경을 파헤쳐봤다.

 

도서관에서 서가정리를 하는 학생들은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근로장학생들이다.

 

근로장학생들은 교내 행정기관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신문사의 근로장학생은 주로 발행된 신문을 접어 배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
  근로장학생제도

  근로장학생제도는 1980년 대학생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과외활동이 금지되면서 대학생들의 생활이 궁핍해지자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렇게 탄생한 근로장학생제도는 점차 근로처와 장학 혜택이 확대되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대학생들에게 금전적 도움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근로장학생들은 교내 도서관에서 서가정리를 하거나 실험실, 연구소, 학과 사무실 등 교내 행정기관에서 사무보조 일을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장학금을 지급받고 있다. 2009년에는 국가장학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장학재단이 ‘국가근로장학금제도’를 신설해 국가적으로 이를 관리하며 대학생들의 장학 혜택이 증가했고 교내뿐만 아니라 교외에서도 근로할 수 있게 돼 근로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우리대학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최시은(철학 2)학우는 “공부에 방해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고 무엇보다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높은 점이 좋다”며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근로장학생제도에 대해 학업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며 만족했다. 그러나 종종 수면 위로 드러나는 문제들과 의혹들은 근로장학생제도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임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근로장학생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임금 즉, 시급이다. 근로장학생제도는 운영 주체에 따라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제도와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나뉜다. 그중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근로장학생제도의 경우 보통 정부가 지정한 최저임금 정도의 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 다음 학기 근로장학생 모집에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공서연(광운대 1) 학생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일도 힘들뿐 아니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학교에서는 최저임금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린다”며 현재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환경에 대해 말했다. 우리대학의 경우 교내 근로장학생들은 한 학기에 120시간 근무하며 근무가 완료된 후 636,000원의 장학금을 지급받고 있다. 즉, 시급으로 5,300원을 받고 있는 것인데 이는 2014년 5,21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100원 단위에서 올림한 값이다. 우리대학 근로장학생의 시급은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2012년에는 4,600원, 2013에는 4,900원으로 올라 현재 5,300원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근로장학생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시급을 지급하고 있다. 작년 전국 1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중 17%인 20개 대학은 지난해 최저임금인 4,860원보다도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1천 원대 시급을 지급하는 대학도 있었다. 이들 대학들은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근로장학생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장학금은 최저임금과 관련이 없다며 시급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학생이 근로를 제공하고 있고 대학이 고용주임에도 불구하고 장학금이라는 명목하에 근로기준법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장학금을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대학도 많았다. 이렇게 근로장학생을 근로자가 아닌 단순히 장학생으로만 보는 시선은 근로장학생들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편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근로장학금제도는 근로장학생에게 교내 근로의 경우 시간당 8,000원, 교외 근로의 경우 9,500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시급에 대해 학업 유지에 필요한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에 적합하게 측정됐다고 설명한다. 이와 우리대학이 운영하는 교내 근로장학생들이 받는 시급을 비교했을 때 우리대학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제공하는 시급보다 2,700원이나 낮아 많은 차이가 났다. 사실상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어느 근로장학제도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받는 금액이 다른 것이다.

  갸우뚱한 근로장학생 선정 방법
  근로장학생 선발 기준에 의문이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에 따른 우선 순위 기준을 마련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내 근로장학생을 선발할 때는 학생들의 소득이 아닌 시간표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내 근로장학생 선정을 희망하던 한 학우는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교내 근로장학생에 선정될 줄 알았는데 근로처에서 일하는 도중에 수업이 없는, 일할 시간이 많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선정 기준에 의아함을 표했다. 단순히 근로처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학생을 뽑음으로써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보조한다는 근로장학생제도의 본래 의미가 옅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확한 선발 기준이 없다보니 근로처 교직원과의 인맥과 친분에 따라 선발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있었다.

  근로장학생 선발에서 성 차별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대학의 경우 도서관 데스크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은 여학생만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었으며 기술직에는 ‘남자 우대’ ‘군필자 우대’라고 지명하기도 했다.

  근로장학생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해
  한편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부당하고 불쾌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기관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하는 익명의 학우는 “교직원이 사무보조가 아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며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교직원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기 싫어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직원들은 근로장학생들을 단순히 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근로장학생들도 자신의 일을 편한 아르바이트라고 인식하며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교직원도 학생 스스로도 근로장학생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근로계약서의 작성이 이뤼지지 않는 것은 물론 추가 근무 시 추가 수당을 받는 등 근로자가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근로장학생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근로장학생을 단순히 쉽게 돈 받는 장학생들이 아니라 근로자로 바라봐야 한다. 본래 근로장학생제도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선 근로장학생에 대한 대학의 배려가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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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2018-11-03 08:32:09
1. 짜증이 먼저 솟구칩니다.
실력 행사는 근로 장학생 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던 근로 장학생 활동을 모두 중단 하십시오.
파업을 하시길 강력히 권고 드립니다. 犬太夭 쓰레기 같은 인금 ㅡㅡ;;;
차라리 업소에서 아르바이트 하시길 권고 드립니다.
업소에 일하는 미성년자보다 더 안 챙겨주는 근로 장학생 짜증납니다.

2. 안타깝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신 분은 더더욱 근로에
지원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시간에 학업을 하시면 미래가 더
탄탄해 집니다. 쓰레기 같은 임금 받으려고 지원하시는 어려우신
분들이 안타깝습니다. 모두가 그러신 것은 아니 것은 압니다만.
진심 생계가 달린 문제라면 학업을 중단하시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일당 15만원 30만원 되시는 분이 그런 쓰레기 같은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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