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하루에 지치는 조교들
쉴 틈 없는 하루에 지치는 조교들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4.06.10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노동 연재③ - 조교 :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돼야 해

<연재 설명>  학문의 전당인 대학, 지식인들이 주인공인 대학이라는 무대 뒤편에서 대학 내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 이가 있을까. 이에 본지는 3회의 연재에 걸쳐 우리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대학이나 학과 일에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우리는 보통 학과조교로 불리는 교육조교를 찾는다. 그러나 막상 교육조교가 어떤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학내외 교육조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들어봤다.


  업무량과 업무시간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조교 
 
취업을 준비하며 용돈을 벌기 위해 조교 일을 시작했다는 우리대학 교육조교 A씨는 아침 9시에 출근해 학과 강의 출석부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과 사무실로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받은 뒤 강의에 쓰일 인쇄물을 교수들에게 전달하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하는 일이요? 너무 많고 다양해서 전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전반적인 학생 관리부터 학과 시간표 짜기, 졸업 관리, 예산 편성, 하다못해 비품 구매도 제가 하고 있는데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며 말끝을 흐렸다. 급여를 묻는 질문에 “임금이 아르바이트생 수준이에요. 세금을 제외하고 월 10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는데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최저임금 수준일 거예요”라고 답했다.

  올해부터 일을 시작한 한 교육조교는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에 비해 임금이 적은 것 같아요”라며 일한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임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대학 교육조교의 경우 학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월 1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조교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조교도 있다고 들었어요”라며 입을 모았다.

  가장 힘든 업무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부분의 조교들이 ‘졸업생 취업률 조사’를 꼽았다. 한 조교는 이로 인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취업 여부를 물어봐야 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화만 내는 친구들이 대다수예요”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또 다른 조교는 “모든 업무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요. 시험기간에 강의실을 잡을 때도 타 과 조교들과 경쟁하듯이 줄을 서가며 예약해야 합니다. 또 급박하게 일을 처리해야 되는 상황이 와요. 예를 들어 온갖 결제서류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갑자기 강의실에 문제가 생겨 강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당장 해결하러 가야 해요”라고 토로했다.

  조교에 대한 구성원 인식과
  업무 융통성 문제 커
 
조교에 대한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 문제와 업무 융통성 문제도 존재한다. 조교를 단순 서비스직으로 생각해 무조건적으로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한 대학의 조교 C씨의 퇴근시간은 오후 5시이지만 자잘한 업무는 퇴근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학생들의 전화를 모두 받고 용건을 해결해주면 비로소 하루가 끝난다. C씨는 “규정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대학에서 은근슬쩍 6시까지 근무시간을 늘렸고 추가 근무 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교수의 개인적인 일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하루에 공문 3개는 기본으로 타자를 치라고 하십니다. 100개 문항이 넘는 시험지를 혼자 채점하는 것도 모자라 논문의 일부분까지 저에게 맡기시죠. 교수님의 개인적인 일만 하다 하루가 끝나요. 이게 당연한 건가요?”라며 되물었다.

  우리대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조교는 “일부 교수님들은 커피를 타오라고 시키거나 강의자료를 직접 만들게 합니다. 그럴 때면 조교가 아니라 교수님의 개인비서로 취직한 건가 싶어요. 제가 아는 조교는 학과 교수님이 주말 아침에까지 전화를 해서 일을 시킨다고 해요.” 이어 다른 조교 또한 “교수님이 개인적인 은행 심부름과 음식 주문, 게다가 구두 수선까지 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게다가 주말까지 반납하고 대학 행정 업무에 협조하고 있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조교들은 조교라는 직책이 권한은 없지만 책임은 큰 자리라고 말한다. “조교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모든 일이 교수님 혹은 행정동과 상의 후 절차를 거쳐야만 진행이 되는 반면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조교가 책임져야 해요.”

  조교는 일을 안 한다는
  학생들의 인식 힘들어
 
조교는 빠른 시간 내에 학생들의 요구를 처리해주지 않으면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바쁜 업무가 많아 미처 학생 일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번 조교 진짜 일 못해’ ‘조교가 하는 일이 도대체 뭐야?’라는 글들이 올라 오기도 하는데 정말 속상해요.”
일부 학생들은 조교들에게 과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타 과 학생이 대뜸 조교실로 찾아와서 학과 내의 커리큘럼에 대해 전부 설명해 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조금만 검색해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인데 이럴 때는 무척 당황스럽죠.”
 
  조교들은 학생들이 조교의 선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 조교는 “공지를 내리면 학생들이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나중에 찾아와 이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정해진 기간이 지난 사안은 조교도 해결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교는 “조교가 출석처리와 수강신청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어요. 그러나 조교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또 조교가 일부러 수강생을 적게 제한해 놓는 게 아니라는 점도 알아주세요”라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특별히 부탁할 것이 있냐는 물음에 “저도 학생일 때 ‘조교들은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너무 무신경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조교가 되고 나니 그 부분은 조교가 해야 할 잡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학생들의 이해를 바라요”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교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생으로서 애교심이 있기 때문에 더 소속감이 느껴져요. 모교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대학마다 여러 형태의 조교가 있고 근무환경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모든 조교가 부당한 처우에 놓여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적지 않은 조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조교도 엄연히 대학의 구성원이지만 조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개선 없는 근무환경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업무량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서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이서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