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서재] 여행, 나와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교수님의 서재] 여행, 나와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6.10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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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정(미술사학) 교수


  오늘날 대학생들은 학점을 쌓기 위해 교양과목을 수강하지만 18세기 영국 상류계급의 자녀들은 교양을 축적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다. 훗날 모험의 시대를 열어간 그들은 어떻게 여행을 하고 타국의 문화를 공부했을까? 그 내용을 담은 <그랜드 투어>를 통해 정무정(미술사학) 교수와 이야기 나눠 봤다.




  교수님의 대학시절 독서생활이 궁금합니다
  학부시절에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회과학서적을 많이 읽었다. 내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에는 사회과학서적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교수가 된 후에는 미술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게 됐다. 그밖에도 연구를 하다가 흥미를 끄는 내용이 있으면 그에 맞춰 관련 분야의 책을 읽는 식으로 독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랜드 투어>를 추천도서로 선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에서 저자는 ‘여행’과 ‘관광’을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여행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반면 관광은 유희, 쾌락, 즐거움을 목적으로 떠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으로 많이 떠나는 유럽에는 미술관과 유적지가 많다. 그러나 아무런 지식 없이 떠난 학생들은 전시관을 한 바퀴 거닐고 유명한 작품 한두 개를 보거나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난다. 이는 여행이 아닌 관광이다. 이러한 관광은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20대를 낭비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여행 지침서인 <그랜드 투어>를 읽으며 여행과 관광 두 개념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과연 무엇을 얻고자 여행을 떠나려는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의도에서 추천했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평소 근대미술사 강의 중 신고전주의 부분에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바 있는 ‘그랜드 투어’에 관해 다룬 책이다. 그랜드 투어란 영국 상류계급 자제들이 자신들이 교육받은 것을 실물로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대규모의 해외여행이다. 이 책은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 이들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목적을 갖고, 여행을 통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그랜드’라는 단어에서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랜드 투어는 여행의 기간과 범위, 비용이 매우 길고 크다. 당시 영국 상류계급 자제들의 교육은 고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이 주요 여행지였다. 평균 2, 3년에 이르는 장기 여행이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그랜드 투어라는 단어는 이렇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여행을 떠났던 계급이 주로 상류계급이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책의 저자는 그랜드 투어가 16세기에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랜드 투어가 유행한 시기는 18세기이다. 저자는 그랜드 투어의 뿌리를 고대 로마제국의 도로에서부터 찾는다. 이어 중세시대의 순례, 르네상스시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탐험을 모두 연결시켜 그랜드 투어의 유래를 설명한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을 당시 유럽 귀족자제들이 떠났던 그랜드 투어가 세속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책 속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국 상류계급 자제들의 여행에는 항상 가정교사가 동행합니다. 가정교사가 여행의 일정부터 모든 교육을 담당하면서 ‘곰 사육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오늘날 대학생들은 교수님들과 떠나는 답사 외에는 좋은 교사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해 그랜드 투어를 떠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요
  학생들이 가정교사나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대신 대학 내부를 둘러보면 중국, 유럽 또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좋은 강의가 많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이 이 강의들을 활용하면 좋겠다. 가령 유럽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나라도 듣고 간 학생과 아무런 지식 없이 떠난 학생은 유럽에 가서 보고 오는 것, 느끼고 오는 것이 전혀 다르다. 혹시 앞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그런 강의를 하나라도 듣는 것을 준비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이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간다면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문화재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덕성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행을 떠나라.’ 대학생들이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은 학생들의 개인적인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점점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관용과 이해라는 가치가 필요한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에서 나와 다른 타인, 다른 문화의 국가를 이해한 경험은 젊은 학생들이 관용의 가치관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여행은 의미가 크다.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시간은 관용의 가치관을 심어줄 뿐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여행을 떠나면 낯선 환경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여행자를 성장시킨다. 나는 대학생 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싶어서 국내 도보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내려간 그 여행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많은 발견을 했고, 이후 진로를 미술사학으로 결정하는 데에도 그 여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 후에 여러번 여행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의 도보여행이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 다른 문화를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도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은지 <그랜드 투어>를 읽으면서 생각해보고 방학 동안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

 

 ‘교수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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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의 서재’를 읽고 6월 18일(수)까지 덕기자 페이스북(www. facebook.com/press.duksung)에 짧은 소감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해 정무정 교수님의 추천도서 <그랜드 투어>를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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