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인간과 로봇 구별하기
[학생칼럼] 인간과 로봇 구별하기
  • 김보현(문화인류 3) 학생칼럼 위원
  • 승인 2014.06.10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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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이브의 시간>은 로봇과 인간의 구별이 없는 한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의 설정은 가정용 안드로이드 로봇이 상용화돼 있는 시대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안드로이드는 사람의 모양과 같다. 감정과 욕구에 대한 부분까지도 비슷해서 사람과 안드로이드를 구별하는 한 가지 기준은 머리 위의 전자 링뿐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가 전자 링을 끄고 다니는 것은 불법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로봇을 사람처럼 여기는 행동에 반대하며 탄압하는 ‘윤리위원회’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인간과 로봇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 주인공인 리쿠오는 자신의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자신이 명령한 일 이외의 일을 수행하자 경계하며 두려워했다.

  실제로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로봇이 개발된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러한 로봇이 횡행하는 시대에 대해 미리 걱정한다. <이브의 시간>뿐만 아니라 로봇 3원칙도, <아이로봇>과 같은 영화들도 이러한 걱정이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걱정들이 우리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논리적 사고’를 지향한다. ‘논리적 사고’를 지향하는 인간의 특징을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논리를 신봉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로봇처럼 우리에게 의무적으로 주어진 ‘해야 할 일’만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 로봇과 닮았다.

  영화 속에서 ‘인간다워지는’ 로봇은 그 능력을 억제당하거나 윤리위원회의 처분대상이 되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으면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과학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복잡다단한 일들을 보고서와 논문이라는 필터를 거치는 순간 그 일들은 원인과 결과의 연쇄적 반응으로, 논리적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상황과 의무를 ‘잘’ 해결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논리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지향한다. 계속 ‘논리적임’을 지향하다 보면 결국 논리적 인간의 가장 진화된 상태는 로봇이다. 로봇은 논리적으로만 사고하도록 시스템이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로봇에게 역으로 지배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브의 시간>에서 윤리위원회의 로봇 퇴치 운동은 어찌 보면 인간에게서 로봇의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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