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니 남자친구가 아깝고 계속 사귀자니 내가 아깝고
헤어지자니 남자친구가 아깝고 계속 사귀자니 내가 아깝고
  • 김미리혜 교수
  • 승인 2004.03.30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학생이 지난 호에 필자가 쓴 글을 읽고 이메일을 보내 왔다. 잘 읽었고 도움이 되었노라는 상투적 띄우기(?)에 이어, ‘그 글에서는 심하게 학대하고 상처주면 헤어지는 게 생산적인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어떤 경우 헤어지는 게 낫고 어떤 경우 계속 사귀는 게 좋은 지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자신과 남자 친구의 얘기를 줄줄이 쓰고는 ‘헤어질까요, 말까요?’하고 내게 물었다. 오늘은 그 학생의 예를 들고 답을 해주는 대신 그 학생을 비롯해서 ‘과연 계속 사귀어도 좋은가’, ‘이 관계를 끝낼 때가 된건가’ 결정의 기로에 선 여러분을 위해 글을 쓰고자 한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경우는 헤어지는게 해피엔딩이다(해피엔딩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 언해피할 수 있다).
  1. 지난 번에도 살짝 말했었다. 적어도 ‘두’ 번 때리거나(뺨 포함) 머리칼을 휘어 잡는 등 신체적 공격을 가하거나 겁을 준 적이 있다면 ‘두’ 말할 것 없다(한번 봐 주는 것은 옵션이다). 남자친구가 아무리 평소에 잘 해 준다 해도 뒤돌아 볼 것 없이 도망간다. 멀리 멀리~~혹시 ‘내가 맞아 싼 짓을 했다’라고 느낀다면 심리상담감이다. 그렇게 느낀다면 내 자긍심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맞아 싼 짓이란 세상에 없다.
 2. 내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지나? 무시당하는 것 같은가? 내가 뭐 원하는 게 있어도 얻기 힘든가? 얻는다고 해도 힘이 너무 들어 지치는가? 가끔이 아니라 거의 항상 그렇게 느낀다면 심각하다. 남자친구가 실제로 너무 훌륭해서 그렇다고? 그런데 정말 훌륭한 사람은 주위사람들도 덩달아 훌륭하게 느끼게 한다. 모든 사람들을 자신이 휘어잡아야 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 발밑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손아귀안에, 또 발밑에 있는 기분이 들 뿐이다. 이런 남자친구와 내내 쓸데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싶은가? 혹은, 내 욕구는 하나도 채워지지 못한 채 그의 발밑에 깔려서 죽은 듯 살고 싶은가?
3. ‘아무래도 날 속이는 거 같은데’찝찝한가?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나?
거짓말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못 믿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두 번 죽는 건 나다. 배신감, 피해망상(또 뭘 속고 있는 건지 전전긍긍 할테니까), 그리고 깊어 가는 상처 때문에.
 4. 날 변화시키려고 난리인가? 뭔가 세뇌당하고 있는 느낌인가? ‘좀 그만 먹어. 여자라면 팔뚝이 한 뼘이 넘어선 안되는 거 아냐?’ ‘공부 좀 한 다음에 거기에 대해 얘기해라. 무식이 드러나지 않게.’하면 난 ‘나도 알아. 맞아.’하면서도 ‘얘가 어쩌다가 이렇게 날 허구헌날 갈구게 된거지?’하고 의아해 하게 되는가? 세상에는 가까와 지는 것이 만만하게 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한을 풀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옆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화를 입지 않는 길이다. 

 헤어지는 쪽이 나은 경우에 대해 더 쓰고 싶지만 어짜피 필자가 대신 결정해 줄 문제가 아니니 이정도로 하겠다. 그런데, 헤어지자니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와 죽였던 성질이 아까운가?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는 앞으로 살날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