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격에 눈물 흘리는 한국 소비자
높은 가격에 눈물 흘리는 한국 소비자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9.15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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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입품도, 국내용 제품도 우리나라에서는 비싸

  ‘한국 소비자는 봉이다’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소비자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비싼 수입품에 눈물을 흘렸고 우리 기업이 만든 수출용 제품이 국내용 제품보다 싼 값에 팔린다는 얘기에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왜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가. 과연 해결책은 없는 걸까.


높아지는 수입품 가격
독점적 유통구조가 주범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높아지는 수입품 가격에 대해 그동안 많은 말들이 있었다. 인터넷상에는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물건을 사주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호갱님’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려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품 가격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단순한 투정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고가의 유모차는 우리나라에서 159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그러나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 제품의 수입가격은 원래 62만 원이었고 미국에서는 11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는 115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제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32만 원에 팔리고 있는 유모차도 본래 수입가격은 9만 원으로 판매가격이 수입가격보다 3.5배 높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품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원인으로는 수입 후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유모차의 경우 브랜드별로 독점적인 공식 수입업체가 존재하고 수입업체는 정해진 공급업체에게, 공급업체는 백화점으로 유모차를 유통시킨다. 독점적인 유통구조에서는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쉽게 올리고 소비자는 속수무책으로 그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판매가격이 시장경쟁이 아닌 마케팅 전략에 의해 책정됨으로써 한국 소비자들은 외국과 동일한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진의 5~7%가 물류비용으로 빠져나가고 AS비용과 판촉지원비용으로 각각 10%가 빠져나간 후 수입업체는 약 30%, 공급업체는 약 15~20%,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유통업체는 약 30~35% 정도의 유통마진을 가져갔다. 
 

우리나라에서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이 제품은 본래 수입가격보다 2.5배 높은 159만 원에 판매됐다. 출처/스토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 풍토
  유통업체 맘 놓고 가격 올려
  관세청이 조사한 수입품 중 가격이 가장 부풀려진 품목은 바로 립스틱이었다. 립스틱은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되며 그 수입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립스틱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저가인 제품일수록 수입가격 대비 국내 판매가격 비율이 높아졌다. 비교적 고가인 A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은 3만 9천 원이었다. 이는 9200원인 수입가격에 비해 4.22배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이보다 저가인 B제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은 약 1만 5천 원으로 1700원인 수입가격에 비해 9.16배 높았다. 유통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수입되는 제품일수록 더 많은 비율로 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했다. 립스틱 외에도 와인 판매가격은 수입가격의 4.8배, 등산화는 4.6배, 생수 4.2배, 전기면도기와 가공 치즈가 2.8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비싼 게 더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막연한 생각을 유통업체가 이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이 가격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소비 풍토를 노려 고가격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수출용 제품 우대
  국내 소비자는 배신감 느껴
  유통업자들의 가격 부풀리기도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지만 국내 업체들이 국내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에 차이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또 한 번 화나게 했다.

국민 과자로 불리는 맛동산의 국내용과 수출용 중량,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캡쳐/불만제로 UP

  얼마 전 국내 한 제과업체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동일 제품의 양과 가격에 큰 차이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과자의 중량은 420g이었고 가격은 1.99달러(한화 약 2048원)였다. 반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과자의 중량은 325g이었고 가격은 3840원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과자에 비해 1800원 정도 비쌌다. 둘 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었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과자가 양도 많고 값도 쌌다.

  또한 수출용 제품과 국내용 제품의 성분마저 다르게 생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에 수출되는 아몬드 초콜릿에는 질 좋은 카카오버터가 함유돼 있었지만 국내용에는 저렴하고 질이 떨어지는 식물성 유지가 함유돼 있었다. 

  제과 업체들은 현지 상황에 맞춰 제품에 차별화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국내 제과업체들이 계속해서 가격을 인상하고 제품의 겉포장만을 키우며 내용물을 줄여가는 모습까지 더해져 국내 제과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업체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국산 과자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또한 최근 반년 사이 수입 과자 전문 판매점이 5배 넘게 문 연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과자 대신 수입 과자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가 늘기도 했다. 

 
  정당한 가격을 되찾기 위한
  소비자들의 새로운 움직임
  독점 유통업체와 국내 기업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가격에 소비자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존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본인들이 직접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외국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지난해 직접 구매 주문 건수는 200만 건을 넘어섰고 해외 인터넷 쇼핑 매출 역시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 직접 구매가 새로운 소비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기업이 태도를 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미국보다 60%가량 비싸게 폴로 셔츠를 판매한 랄프로렌은 소비자들의 직접 구매가 증가하고 병행 수입이 늘어나면서 판매 감소를 겪었고 결국 이를 못 이겨 국내 가격을 낮췄다.

  현재 정부 또한 독점적인 수입 유통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구조 다변화와 병행 수입 품목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관세청 김주현 담당자는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수입가격 정보를 확대 제공해 소비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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