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통 창구, 대학생 커뮤니티
새로운 소통 창구, 대학생 커뮤니티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9.2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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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된 대학생들 인터넷 공간에서 다시 모이다

  우리사회는 대학생들이 이전과 다르게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져 학내 이슈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캠퍼스 내에서의 만남과 토론이 사라졌다고 해서 대학생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 내 새로운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된 대학생 커뮤니티에 대해 알아봤다.



  정보 교환 사이트가
  대학생 토론의 장이 되기까지
  대학생들이 스스로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대학생 커뮤니티가 대학가에 뿌리내렸다.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를 지켜온 대학 공식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은 갈수록 대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회원 수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며 몸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의 역사는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1999년 서울대 학생들이 ‘스누라이프’라는 대학생 커뮤니티를 만들며 시작됐다. 단순한 정보 교환 사이트에서 시작한 대학생 커뮤니티는 대학가에서 사라진 토론문화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이화여대의 ‘이화이언’, 고려대의 ‘고파스’ 등 하나둘 대학생 커뮤니티가 탄생하고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대학 커뮤니티인 ‘듈립’은 2010년 소통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듈립은 현재 약 8천 4백명의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대략 50명 정도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해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루에 약 4천 5백명 이상이 듈립을 방문하고 약 150~200건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 커뮤니티들이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듈립도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 서버구축 시 대학의 지원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듈립은 대학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광고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대학생 커뮤니티는 교직원까지 이용하는 대학 공식 홈페이지와 달리 학생들만이 이용할 수 있어 대학과는 독립적인 공간이 된다. 이처럼 대학의 구속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커뮤니티들은 자유로운 상태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익명의 힘으로
  자유로워진 의견 표출
  대학생 커뮤니티가 대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점이다. 대학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쓸 경우 자신의 아이디가 공개되고 대학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확인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필명이나 익명으로 글을 쓰게 해 이용자들이 마음 놓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듈립을 이용하고 있는 A학우는 “학교 홈페이지는 누구나 공개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신중해 지는 편이다. 그러나 듈립에서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가볍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용자들은 익명의 힘을 빌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많은 학우들은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다수의 학생들이 대학생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만큼 피드백이 빠르고 댓글도 많이 달린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서 대학생 커뮤니티는 점차 새로운 여론 형성의 장이 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할 학내 이슈나 사회 문제를 가지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 8월에 열린 세계대회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을 때와 우리대학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을 때 듈립에는 약 1천 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을 정도로 이슈에 대해 빠르게 반응했다.

  또한 커뮤니티는 학내 이슈를 선도해 대학의 태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지난 기말고사 기간 듈립에서는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다. 이 문제는 듈립에서 대학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으로 옮겨 갔고 우리대학은 처벌에 미흡했던 전과는 다르게 부정행위자를 적발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타대학의 경우 학내 사건의 전모가 커뮤니티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대 스누라이프에서는 총학생회장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성균관대 커뮤니티 ‘성대사랑’에서는 총학생회 후보의 성추행 논란 글이 오르면서 결국 후보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화이언에서는 학내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의 처우 개선 등 각종 학내 문제에 대해 인터뷰 기사와 칼럼을 게재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커뮤니티 지속하려면
  자정능력 키워야
  여느 익명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익명성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익명의 가면을 쓰고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이용자를 인신공격 하거나 마녀사냥을 하기도 한다. 또한 몇몇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노골적인 음담패설이 난무해 여성 이용자들이 커뮤니티를 떠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밖에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의 확산 또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커뮤니티의 운영자 역시 학생이기 때문에 그들이 커뮤니티에 매달려 철저하게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운영진이 자체 이용약관을 만들어 이에 어긋나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으나 게시글을 운영자가 과도하게 간섭하게 될 경우 커뮤니티의 장점인 자율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현재 듈립을 운영하고 있는 한 ‘듈리’는 “이용자들이 악플이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글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운영자들이 판단했을 때 부적절한 게시글의 경우에는 삭제를 하기도 하나 우선은 이용자들에 의한 자체적인 분위기 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인들의 커뮤니티 접근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학내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 이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 최근에는 기성 언론들이 대학생들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각 커뮤니티들을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내 구성원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밖으로 유출되면 특정 대학에 대해 잘못된 편견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로
  다시 뭉치는 대학생들
  점차 개인화되어 가는 대학생들에게 커뮤니티는 재학생들을 다시 뭉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듈립을 이용하는 B학우는 “커뮤니티의 말상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대학 학우라는 이유만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들이 인터넷에만 갇혀있지 않고 현실로 직접 나서기도 한다. 대학생 커뮤니티들이 연합해 외부로 봉사활동을 가거나 연합토론회, e스포츠 대회 등을 진행하며 대학생들의 현실적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들은 대학생들의 만남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듈립의 경우 주기적으로 듈립매거진을 만들어 학우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셜커머스를 접목한 듈립몰을 운영해 창업을 한 학우들에게는 홍보의 장을 제공하고 일반 학우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듈립 운영자 듈리는 “콘텐츠나 게시판을 세분화하고 다양화할 예정이다”며 “듈립을 통해 학우들이 다양한 정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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