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인권을 위한 작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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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4.09.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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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인권을 위협하는 관습과 종교, 법률로 인한 악습 근절돼야

지난 5월 파키스탄에서 가족의 동의 없이 결혼한 여성이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 돌을 맞아 죽는 ‘명예살인’이 발생했다. 이에 이슬람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을 상대로 한 명예살인이 국제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현재 전세계의 많은 여성들은 문화나 관습, 종교 등으로 인한 악습에 고통받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무엇이며 여성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관습으로 인한 여성 폭력
  문화적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여성 할례(FGM)이다. 할례는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해 손상을 입히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대부분 5~14세 여자아이들에게 성인식이라는 명목으로 시행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29개 국가에서 약 1억 4천만 명의 여성들이 할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할례는 대부분 비위생적인 칼과 바늘로 마취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 이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은 할례 도중 과다출혈과 감염 등으로 생명을 잃기도 하며 살아남은 여자아이들도 평생 후유증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한편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우 지역단체의 활동과 법률 제정으로 30년 전에 비해 할례의 비율이 1/3로 줄었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이라크, 라이베리아에서도 할례의 비율이 1/2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문화와 전통의 압박으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딸에게 할례를 강요하고 있다.

  할례보다 더 만연한 관습은 바로 조혼이다. 전세계적으로 7억 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했으며 그중 2억 5천여 명은 15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혼은 대부분 집안 어른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어린 여자아이들은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임신을 하게 되며 학교에서 교육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조혼으로 인한 피해 역시 상당하다. 조기 출산 합병증으로 매년 15~19세 여성 7만 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 또한 18세 미만의 산모가 출산한 아이는 일반 산모가 출산했을 때보다 생후 1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60% 이상 높다. 조혼은 대부분 빈곤과 가난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일어나지만 성 차별, 전통, 미신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집안의 명예로 인해
희생되는 여성들
  이슬람권에서는 화형, 생매장, 돌팔매질 등 잔인한 방법으로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예살인은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관습이지만 주로 정조를 잃었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상대로 자행돼 왔다. 유엔인구기금(UNPFA)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명예살인으로 숨지는 여성이 매년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명예살인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파키스탄의 인권위원회는 작년 한 해 동안 파키스탄에서 869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명예살인이 자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나 부족과 같은 집단의 명예를 개인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성을 일종의 자산으로 취급하고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여겨진 여성은 가족들이 직접 처단한다. 심지어 여성들조차도 죽음으로 가족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명예살인에 동조하기도 한다.

파키스탄의 퀘타에서 명예살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출처/ 연합뉴스
죽음 강요하는 사티와
자유를 억압하는 히잡
  종교적 영향으로 악습이 반복돼 여성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사망하는 경우 죽은 남편을 화장할 때 아내도 같이 불 속에 뛰어드는 ‘사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도에서는 사티를 한 여인을 신으로 모시고 이 여인을 위한 사원이 세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티를 감행한 여성들은 자의로 불에 뛰어들기보다는 대부분 가족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던져지는 경우가 많다. 사티는 1829년 영국 식민지 정부가 법률을 제정한 후 점차 소멸됐고 인도에서도 사티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5년에 한 번 꼴로 사티가 나타나고 있으며 인도의 일부 극보수 힌두교도들은 사티가 힌두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어 여전히 사티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이란에서는 여성의 신체가 남성을 자극하고 도덕적으로 타락시킨다고 여겨 여성의 머리와 목 등에 신체를 가리는 전통 복장인 히잡을 강제 착용시키고 있다. 이에 지난 5월에는 히잡 강제 착용에 반대하기 위해 수천여 명의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벗는 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처럼 히잡을 여성 억압의 수단 중 하나라고 여기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각종 법률
  사우디와 모로코에서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멘의 경우에는 여성이 혼자 하는 법정 증언은 무시되며 남성이 함께 증언할 때에만 증언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 특히 강간, 절도, 명예훼손, 남성 동성애와 관련해서 여성은 법정에서 발언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 이처럼 여성들은 법정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며 법률 역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명예살인을 야기하는 법률도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여성 살해를 가족 내부의 문제로 규정하며 고의적 살인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를 개정하기 위해 명예살인 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보수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기각됐다. 요르단 형법 98조에는 ‘간통처럼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목격한 뒤 심한 분노에 이끌려 저지른 범죄는 가벼운 형량을 언도한다’고 규정돼 있기도 하다. 1999년에 요르단 국가위원회가 설립되고 이러한 법에 대한 개정 서명운동이 확산됐지만 의회에서는 ‘남성들에게만 명예가 존재하며 이러한 명예 요구는 여성과는 무관하다’고 법 개정을 반대했다.

  반면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법률을 개정한 사례도 있다. 지난 1월 모로코 의회는 성폭행범이 피해 여성과 결혼하면 처벌을 면제해 주는 형법 제475조를 폐지했다. 이는 재작년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과 결혼한 16세 소녀 아미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법안 폐지를 요구하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의 관심과
인권교육 필요해
  전세계 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억압당함에 따라 이를 극복하고 여성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유니세프는 영국 정부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제1회 소녀들의 정상회담 2014’를 개최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여성 할례와 조혼 등 여자아이들을 위협하는 악습을 근절하기 위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에 더해 국제 엠네스티, 유니세프 등 여러 국제인권운동 단체들은 여성 인권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후원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악습이 이뤄지는 해당 국가의 지역단체들과 국민들은 스스로 시위를 벌이며 여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억 명의 여성들이 개인의 권리와 의사를 무시당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제엠네스티 이정주 캠페인 팀장은 “사회 전반의 더 많은 관심과 일괄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외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악습이 자행되는 국가 내부에서 인권교육이 이뤄져야 악습을 근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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