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환경의 빈틈으로부터 시작된다
범죄는 환경의 빈틈으로부터 시작된다
  • 강소현 기자
  • 승인 2014.09.3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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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이후 설치되는 셉테드가 아닌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 돼야 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김길태, 강호순, 조두순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범행 발생 지역이 모두 노후하고 인적이 드문 재개발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재개발 지역과 같이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셉테드’가 떠오르고 있다. 환경의 작은 변화로 범죄 발생률을 크게 낮추는 셉테드에 대해 알아봤다.


  환경 디자인과 범죄율의 상관관계를 찾다
  미국의 건축학자 오스카 뉴먼은 범죄로부터 안전한 집을 설계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의 어느 두 마을은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범죄 발생 수가 3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두 마을의 범죄율 차이는 마을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설계와 범죄율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오스카 뉴먼의 발견은 하나의 이론으로 발전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 예방 환경설계 기법이 셉테드이다.

  셉테드(CPTED)란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약 20년 전부터 도시 설계 등에 셉테드를 적용해온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도입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나 국외에서 셉테드의 범죄 예방 효과가 입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미 우리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CCTV와 가로등을 추가 설치하는 것부터 여성전용 주차공간을 건물 출입문에 가깝게 배치하는 것, 외부에서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로 설치하는 것까지 셉테드라고 할 수 있다.

 

24시간 경비 초소인 ‘소금나루’에서는 소금길 곳곳에 설치된  CCTV의 화면을 모니터링 한다.      사진/ 강소현 기자

    환경에 변화를 주어
  범죄율을 낮추다
 
셉테드는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잠재적 범죄자에게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 범죄 욕구를 억제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셉테드를 적용해 범죄율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범죄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절감하고 있다. 강부성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이하 강 교수)는 “셉테드를 통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길거리를 누빌 수 있게 된다”며 “셉테드는 시민들에게 투자비용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재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셉테드를 적용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은 주민들의 이주로 인적이 드물고 주택 노후와 가로등 및 CCTV 등의 안전시설 부족으로 범죄 발생 위험이 높다. ‘염리동 소금길’은 범죄에 취약한 재개발 지역에 셉테드를 적용해 범죄율을 낮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염리동은 재개발을 앞두고 많은 주민들이 이사를 했으나 재개발이 늦춰지면서 범죄자들의 소굴로 전락했다. 이에 과거 소금창고로 사용됐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소금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재작년부터 환경 개선을 시작했다. 소금길 입구에는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피할 수 있는 24시간 초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길의 중간에 CCTV와 위험을 알릴 수 있는 비상벨, 노란 대문의 지킴이집이 있다. 또한 가로등마다 번호가 적혀있어 112에 신고할 경우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 나아가 노란색, 하늘색 등의 밝은 색으로 담벽과 대문을 칠하고 길가에 꽃을 심는 등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소금길은 이러한 환경 개선으로 전체 범죄 발생율이 73.6% 감소했으며 강간 등의 중범죄 발생율은 0%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의 셉테드 사례로는 아미골 행복마을,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동대문 청소년이 만드는 예쁜골목 이야기 등이 있다. 이들 지역 역시 환경에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범죄를 저지르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염리동의 극히 일부지역만 환경 개선이 이뤄졌으며 다른 지역은 방치된 상태이다. 사진/ 강소현 기자

   포퓰리즘식 셉테드
  더 이상은 안 돼
  셉테드의 범죄 예방 효과는 뛰어나지만 환경 개선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위험 상황 시 대피 공간인 지킴이집의 경우 민간인이 운영하는 것인 만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킴이집 실태 조사 결과 지킴이집 운영자의 60%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응답자 또한 지킴이집의 취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셉테드 도입이 시급한 범죄 취약 지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적용된 지역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적용된 지역에서도 전체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주민들의 불안을 잠시 가라앉히기 위한 일부 시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죄 예방을 위한 셉테드이지만 마을 설계 단계부터 셉테드가 적용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범죄가 발생한 후에야 셉테드가 적용돼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강 교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업체의 주도하에 환경 개선이 이뤄지나 단독주택이 많은 재개발 지역은 환경 개선을 주도하는 주체가 존재하기 어려워 범죄에 노출되기 싶다”며 “지자체가 앞장서서 재개발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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