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의 위기, 존재 의미를 잃어가는 여대들
여대의 위기, 존재 의미를 잃어가는 여대들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10.13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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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여대만의 생존 전략 찾아야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생겨난 여대가 여성 권익이 향상되면서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또한 취업률, 대학 평가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여대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냐는 질문 위에 서 있다. 이로 인해 여대들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강구하는 중이다. 여대 위기론이 들려오는 지금, 여대들은 과연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여대의 낮은 취업률
  여대 위기론에 무게 실어

  우리나라에 여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은 예전부터 종종 들려왔다. 그러나 최근 여대들이 낮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대학평가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면서 이를 근거로 여대 위기론이 다시 부상했다.

  이번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에서 전국 7개 4년제 여대 중 3개 여대가 잠정 지정됐다. 여대 중 절반 정도가 대학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은 여대 위기론에 무게를 실어줬다. 전문가들은 대학평가지표에서 15%로 높은 반영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취업률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한다. 여대의 취업률은 광주여대를 제외하면 모두 40%대로 우리대학은 45.5%, 동덕여대 42.5%, 서울여대 46.3%, 성신여대 46.7%, 숙명여대 48.3%, 이화여대 47.5%이다. 이는 수도권 대학 평균 취업률 54.6%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이에 여대 관계자들은 대학평가 방식이 여대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대 취업률은 타 대학의 여학생 취업률과 비교 평가하므로 타 대학의 남학생 취업률과는 비교되지 않고 인문 계열과 예체능 계열은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인문 계열과 예체능 계열이 많은 여대라고 해서 평가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부족한 이공계 교육
  취업률 경쟁에서 뒤떨어져

  여대의 사정을 고려해서 평가한 취업률이 수도권 대학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을 준다. 여대의 낮은 취업률은 여대의 이공계 교육 부족과 연결된다. 대부분 여대의 경우 이공계보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 사회, 예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이에 따라 대학의 평가 기준에 취업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취업률이 낮은 여대들은 저평가 받기 쉽다. 일각에서는 여대의 낮은 취업률을 ‘여대의 위기’가 아닌 ‘인문학의 위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여대 선입견으로
  수험생 선호도 떨어져

  여대 진학을 바라는 수험생들의 수가 감소하는 것도 여대 위기론의 또 다른 근거이다. 고등학생 최선미(여. 19) 씨는 “여대에 가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 같다”며 “비슷한 성적대라면 남녀공학 대학을 가겠다”고 말했다. 최은진(여. 19)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여대는 시험 성적에 맞춰 가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취업 시에도 여대 출신인 점이 불이익이 될 것 같아 여대 진학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취업 시 불리, 좁은 인간관계 등의 이유로 여대 진학을 바라는 수험생들의 수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다. 출처/홍보실

  또한 동문 간 결합이 약한 것도 여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여대 학생들은 남녀공학 학생보다 개인주의 경향이 강하다 보니 사회 진출 시 선후배 간의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남녀공학 대학보다 약한 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여성이 고위직을 맡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여대 학생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가 적다.

  여성 혐오적 시선
  여대에 무차별 공격 가해

  많은 사람들은 여성이 교육받기 어려웠던 시기에는 여대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여대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여성 권익이 향상되고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더 이상 여대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대가 대학입학정원을 독점하고 있어 성차별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여성혐오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여대 반대 의견도 있다. 남성 이용자가 주를 이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여대’를 검색한 결과 여대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였다. 이들은 여대생들이 여대라는 공간에서 남자와 생활하지 않고 여자들과 있다 보니 남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여성의 권리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몰지각한 여성의 행동을 여대 전체의 행동으로 간주해 버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여성혐오적인 시각을 가지고 아무런 이유 없이 여대를 비난하는 태도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여대에 다닌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데 여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하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는 여대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직접 여대에 입학하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경쟁력 키우기 위해
  남녀공학 전환 주장도

  여대가 남녀공학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선 여대가 여대 정체성을 버리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상 몇몇 여대들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나 타 대학과의 합병까지 고민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부산여대는 신라대로 이름을 바꿨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하면서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됐다. 성신여대는 4년 전 공학으로의 전환을 계획하다 동문들의 반발로 유보된 적이 있었다. 우리대학 홍승용 전 총장도 9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이후 모든 것을 다시 논의할 생각이다. 남녀공학으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ROTC가 운영되고 있는 숙명여대와 성신여대는 군사훈련에서도 남성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출처/숙명여대 ROTC

  또한 지난 2010년 여성 인재 배출과 사회 전 영역에서 남성과의 동등한 경쟁을 위해 우리대학을 비롯한 전국 7개 여대 모두 ROTC 신설을 신청한 바 있다. 현재 ROTC가 운영되고 있는 숙명여대와 성신여대는 군사훈련에서도 남성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숙명여대 학군단은 2010년에 열린 동·하계 군사훈련에서 전국 110개 대학 학군단 중 종합 1위를 차지했으며 성신여대 학군단 또한 작년에 열린 동계 군사훈련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임관하는 후보생 4천여 명 중 여성 후보생이 졸업성적 1위를 차지한 것은 여대도 남녀공학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대 위기론 아직 성급하다
  여대 정체성 지켜나가야

  반면 연세대 젠더연구소 나윤경 교수(이하 나 교수)는 여대만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남성화하려는 여대의 태도를 우려했다. 나 교수는 “남녀공학 대학과 경쟁하고자 하는 여대들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여대가 여성주의적 시각에서의 여성 정체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대가 설립 이유를 받들어 정체성을 지키고 학교 자체적으로 여성파워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고 여권이 신장됐다고 해서 완전한 남녀평등이 이뤄진 것은 아니므로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서의 교육이 아닌 여성 전체가 주도해나가는 교육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대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성 교육은 여전히 중요시되고 있으며 여대만이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만큼 여대의 위기를 성급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여대의 위기론이 들려오는 지금, 각 여대들은 변화에 따른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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