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 그게 바로 조명 디자인입니다
우리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 그게 바로 조명 디자인입니다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10.3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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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빛과 함께 살아간다. 태양이 품어내는 아침햇살과 낮 시간을 함께하는 강의실의 불빛, 밤거리의 네온사인 등 모든 것이 당신을 밝혀준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빛이란 어떤 존재인가? 누군가에게 빛은 어둠을 밝혀주는 단순한 존재이다. 그러나 국내 최초 조명 디자이너 고기영(이하 고 디자이너)에게 빛은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우리나라 조명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한 그녀를 만나 세상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 
  조명 디자인의 매력에 빠지다 
  고 디자이너는 5살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피아노 하나로 중학교에 입학할 만큼 실력도 출중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녀는 피아노가 아닌 미술로 전공을 바꾸게 된다. “그 당시에는 하루 6~7시간씩 피아노를 쳤어요. 그런데 문득 ‘3분을 위해 내가 이런 노력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작곡한 악보를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생각과 나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잖아요? 그런 점이 저를 힘들게 했죠. 그런데 미술은 달랐어요.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니까 그런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하루아침에 전공을 바꾼 그녀의 나이는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당장 입시를 코앞에 둔 그녀가 전공을 바꾸겠다고 말하자 부모님은 ‘그림 그리는 일은 춥고 배고프다’며 반대를 했다. 그러나 끝없는 설득 끝에 결국 부모님은 고 디자이너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이화여대 실내디자인학과에 입학한다. “대학을 다닐 때는 모든 것이 행복했어요. 공부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교수님이 과제 한 개를 내주시면 세 개를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어요. 보통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대학교에 와서 놀러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을 늦게 시작한 저로서는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죠.”

  그러던 중 그녀는 운명적으로 조명 디자인과의 첫 만남을 가진다. “당시 설계 사무실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대표님이 저에게 천정도를 부탁했어요. 그래서 천정도를 그리고 있는데 문득 조명은 왜 이렇게 달아야 되고 이 조명은 왜 1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주위 디자이너 분들한테 물어봤죠.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아, 이 분야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해볼까’하고 느꼈어요. 그게 바로 조명 디자인이었죠.” 이후 고 디자이너는 조명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외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설립한 그녀의 첫 회사
  유학생활을 한 후 그녀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디자인 회사를 들어가 그녀가 처음 맡은 일은 국립중앙박물관 조명 디자인 사업이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용감하게 디자인을 한 저 스스로가 놀랍기도 해요. 국립중앙박물관 설계만 4년을 했는데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경험했죠. 그러다 보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이후 디자인 회사를 나온 고 디자이너는 1998년 조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명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이 시기에 용감하게 사업에 도전한 그녀는 “조명 디자인은 남들이 안하고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죠. 그래도 이 분야에서 씨를 뿌리고 길을 닦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라며 당시의 목표를 전했다. 이후 그녀가 맡은 첫 프로젝트는 제주나인 브릿지이다. “이곳의 경우 가로등 대신 땅 속에 조명을 설치해 나무가 스스로 빛을 내게 만들었어요. 단순히 환하게 만들기보다는 빛이 자연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다른 곳과 차별화된 부분이에요.” 이 밖에도 그녀는 창덕궁 부용지, 대구시민회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주제관 등의 조명 디자인을 맡았다. 국외의 경우에는 두바이의 오피스 빌딩, 아라비아의 경기장 등 수많은 사업들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녀는 조명 디자인 분야에서 고기영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켜 나갔다.

  사업을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젊은 여자가 현장에 일찍 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연륜과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여자라고 차별하는 말에 상처 받지 않아요. 그들이 나를 전문가로 보지 않는 게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남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냥 더 열심히 해서 이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 디자이너는 달빛 기획의 일환으로 창덕궁 부용지를 디자인했다. 연못의 경우 빛을 넣지 않았는데 연못 안에 달빛을 담겠다는 조 디자이너만의 철학이 들어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생소한 조명 디자인 분야의
  선구자가 되다
  현재 고 디자이너는 제자 양성을 위해 강단에 서고 있다. 강의와 사업을 병행하는 데 힘든 점이 없냐고 묻자 그녀는 “힘든 점은 많죠. 그렇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제가 21년 동안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물음표를 던져라’는 거예요. 디자이너라면 의자에 앉더라도 이 의자가 왜 불편한지, 이 의자는 어떤 점에서 편한지와 같은 물음표를 계속 던져야 해요. 이런 물음표에서 디자인이 시작되는 거죠. 그리고 디자인은 사회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발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죠.”

  그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명 디자인 분야는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편이다. 그러나 고 디자이너는 조명 디자인은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아주 쉬운 분야라고 말한다. “우리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 그게 바로 조명 디자인이에요. 우리가 집을 고를 때 북향인지 남향인지를 따지는 것처럼 빛이 얼마나 들어오느냐를 결정하는 것도 조명 디자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빛을 다뤄서 스스로의 생활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거죠. 그리고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 어떤 조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일의 능률에도 차이가 있어요. 조명을 통해 일의 능률을 높이고 생산력을 높이는 것, 그리고 인간의 감성을 다루는 것이 바로 조명 디자인이에요.” “빛은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빛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사물이나 공간이 무궁무진하게 변한다는 거에요. 검은 도화지에 빛 하나가 떨어졌을 때 그 도화지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하게 돼요. 바로 그 순간, 그 느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쾌감을 알 수가 없죠.”

  덕성인들에게 한마디
  마지막으로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녀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도전하라”고 말했다. “20대는 꿈을 꾸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꿈을 만날 수 있어요. 20대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고 항상 집중하며 살길 바라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꼭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그 재능을 사용해서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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