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진짜 투명망토가 나왔다?
영화로 보는 학술-진짜 투명망토가 나왔다?
  •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 승인 2014.11.10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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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2002)> 
  영화 <해리포터>의 주인공 해리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으로 수차례 위기를 모면한다. 바로 몸에 두르기만 하면 감쪽같이 몸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투명망토이다. 이 영화가 처음 개봉한 2001년만 해도 투명망토는 그저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8년 전부터 투명망토를 개발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다.


 

 

  망토의 가장자리를 따라
  빛이 휘돌아 나간다
  빛은 물체와 만나면 반사되거나, 흡수되거나, 통과하는 게 전부이다. 반사되면 빛이 우리 눈에 들어와 물체가 보이고 흡수되면 주변보다 어두워 물체가 금방 눈에 띈다. 만일 어떤 물체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려면 물체가 빛을 반사해서도, 흡수해서도 안 된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인간>에는 화학적으로 몸이 빛을 통과하게 만들어 투명하게 한다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빛이 통과할 수 있는 몸이란 더 이상 몸이 아니라 공기와 같은 형태이다. 현실성이 없단 소리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도대체 뭘까. 빛이 물체에 닿지 않고 지나가면 가능하다. 시냇물이 돌을 만났을 때 휘돌아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눈에는 물체 뒤에서 출발한 빛만 보인다. 마치 물체가 사라진 것처럼 뒷배경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빛을 굴절시키는 물질은 자연에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개발했다. 이것을 ‘메타물질’이라고 한다. ‘메타’는 희랍어로 ‘범위나 한계를 넘어서다’라는 뜻이다.
 
  메타물질을 가장 처음 개발한 사람은 영국 런던임페리얼대 존 펜드리 교수이다. 1990년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전투기 소재를 연구하던 펜드리 교수는 물질의 구조를 미세하게 인위적으로 바꾸면 빛에 대한 성질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지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펜드리 교수는 영화 <해리포터>를 떠올렸다. “마법학교가 있는 호그와트로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플랫폼’이 메타물질로 돼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진 것이다.

  얼마 뒤 메타물질에 관심이 있던 미국 듀크대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가 펜드리 교수를 찾았다. 진짜로 투명명토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스미스 교수의 말에 펜드리 교수는 “자네, 정신 나간 게 틀림없군”이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2006년 5월, 스미스 교수와 펜드리 교수 연구팀은 진짜로 세계 최초의 투명망토를 개발했다.

  최초의 투명망토는
  10겹의 성벽 모양

  최초의 투명망토는 해리포터의 망토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라지게 한 대상도 사람이 아니라 너비 5cm, 높이 1cm의 작은 구리관이었다. 연구팀은 구리관 주변에 10장의 메타물질 고리를 성벽처럼 겹겹이 세운 뒤 빛(8.5GHz의 전자기파)을 이 성벽을 통해 휘돌아가게 했다. 마치 구리관이 없는 것처럼 뒷배경만 보이게 한 것이다. 그 이후로 투명망토는 하나둘 진화했다. 2009년에는 좀 더 그럴듯한 금속 그물망 망토가 나왔고 2010년에는 투명망토가 평면에서 입체로 발전했다. 최초의 투명망토는 물체가 깨끗하게 숨겨지지 않고 그림자가 약간 생겼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발전해 그림자
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개발된 투명망토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의 투명망토는 조금이라도 휘거나 접으면 은폐 기능을 잃었다. 그런데 김경식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가 개발한 신개념 투명망토는 망토의 각도를 바꿔도 빛이 깔끔하게 휘돌아 은폐 기능을 유지한다. 그는 두께 0.5mm의 실리콘 고무로 지름 10mm의 원통을 만들어 여러 개를 이어 붙였다. 마치 구멍이 송송 뚫린 스폰지처럼 만든 것이다. 스미스 교수가 했던 실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성공이었다. 기존 투명망토는 조금이라도 망토 모양을 바꾸면 빛이 반사되고 산란됐는데 김 교수의 스폰지 망토는 빛이 깔끔하게 휘돌았다.
 
  변형이 일어나면 알아서 굴절률을 조절한다는 의미로 ‘스마트 메타물질’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연구 결과는 2012년 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논문은 큰 화제가 됐고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7회 메타물질학회에는 스마트 메타물질 특별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물론 김 교수가 초청됐다. 올해 2월 13일, 김 교수는 그의 투명망토를 업그레이드해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업그레이드된 투명망토는 기존의 스폰지 투명망토보다 훨씬 많이 변형해도 은폐 기능을 유지한다.

김 교수의 업그레이드된 투명망토는 많이 변형해도 기존의 스폰지 투명망토보다 은폐 기능을 유지한다.                                                                          출처/ 연세대 김경식 교수

  나노 메타물질 만들어야
  진짜 투명망토될 것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리 눈에서 물체를 감춰버리는 투명망토를 만들려면 우리 눈이 보는 가시광선 영역(파장 380~770nm)에서 물체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실험은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했다. 2011년 영국 버밍엄대 슈앙 장 교수팀과 미국 MIT 조지 바바스타티스 교수팀이 거의 동시에 방해석을 이용해 가시광선에서 미리미터 크기의 물체를 감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방해석은 빛의 방향에 따라 빛이 꺾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빛이 잘 휘돌아 나갈 수 있도록 방향만 잘 정해주면 투명망토로 만들 수 있다.

  메타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구조의 너비가 나노미터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도 난제이다. 물질이 이 정도로 작아야 빛과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투명망토도 금속물질의 너비가 0.75cm 정도로 가늘었다. 만약 초록빛(파장 500nm)에서 물체를 투명하게 숨기려면 메타물질을 이루는 단위 구조의 너비는 125nm 정도여야 한다. 이 정도로 작은 나노 구조를 연결해 사람만큼 큰 망토를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현실에서 볼 날이 올까. 층층이 쌓인 난제를 듣고 보니 투명망토란 백일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응용 분야를 찾기 어려운 데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예상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너무 이르다. 투명망토로 비유할 뿐 사실 과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첨단 재료를 연구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또 어떤 기술이 파생돼 인간을 이롭게 할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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