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세상보기] 황혼 육아 250만 시대, 슈퍼우먼이 된 할머니들
[네모로세상보기] 황혼 육아 250만 시대, 슈퍼우먼이 된 할머니들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11.25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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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와 가정에서 활약하고 있는 워킹맘들을 뒤에서 지탱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식들을 모두 시집장가 보낸 뒤에도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는 슈퍼 할머니들이다. 현재 영유아가 있는 맞벌이 가정의 약 54.5%는 조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이른바 ‘황혼 육아’ 가정이다. 자녀들이 아이를 맡기려 해도 거절하는 것이 요즘 노인들의 추세지만 곤란해하는 자녀와 귀여운 손자를 보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다큐는 250만 가구에 달하는 황혼 육아의 이유로 맞벌이와 육아휴직제도의 허점에 주목한다. 이전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은서 엄마 이지은 씨는 복직 후 얼마 안 가 직장을 옮겼다. “다른 여직원들에게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원래 일하던 업무로 복직시켜주지 않았어요.” 그녀는 출산 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육아 환경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아이 낳기만 권장하는 국가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법이 정비됐다고 해도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는 없어요.” 육아휴직은 사용하기도 어렵지만 이용할 수 있더라도 지은 씨처럼 복직 후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엄마들은 아이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로 떠난다. 어린이집의 정원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어 사설 어린이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책임지게 된다.

 황혼 육아 가정이 갈등을 겪는 주요 원인은 양육방식의 차이다. 그러나 다큐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육아의 불만과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고 말한다.

  황혼 육아에서 자녀와 부모가 충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육아방식의 차이이다. 부모세대에 통용되던 생활의 지혜가 자녀세대에게는 무식한 민간요법으로 전락한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 역시 갈등을 깊어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골병들어가며 손자를 키워도 자녀가 당연히 여기며 고마워하지 않아 섭섭하다. 반면 자녀는 밖에서 힘들게 돈을 버는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한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의 백선정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기 때문에 황혼 육아 후 가족 간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자녀와 부모 모두 서로의 뜻에 따라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이가 조금만 더 클 때까지만 참자’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만이 드러나지 못하고 안으로 곪는 것이다.   아내를 손자들에게 뺏긴 채 홀로 생활하는 할아버지들도 황혼 육아의 숨은 피해자이다. 아내가 손자를 키우러 딸의 집으로 간 뒤 늘그막에 기러기아빠가 된 할아버지는 이전까지 전혀 해본 적 없던 가사를 홀로 해결해야 했다.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살림의 달인이 됐고 그럴듯한 찌개를 끓여먹을 만큼 요리 실력도 늘었다. 그러나 홀로 식사를 하다 보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이처럼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 위에 이뤄지는 황혼 육아는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 부족의 결과이다. 그러나 다큐는 황혼 육아를 통해 핵가족화 돼 가는 현대의 가족을 결속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바탕이 된다면 노인들의 고독한 노후를 방지하며 위킹맘의 사회진출을 지탱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머니, 애 좀 봐주세요”라는 외침,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어머니를 힘내게 하는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함께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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