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11.27 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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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 침투로 인해 문화 다양성이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 필요

  대학생들의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던 홍대, 대학로, 강남 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 중심지들은 언젠가부터 거대자본의 영향을 받아 점점 개성을 잃어갔다. 또한 클럽, 음주 등이 주된 문화로 자리 잡아 각 문화 공간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개성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 중심지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문화 중심지들이 부상하고 있다. 바로 연남동과 오프대학로, 세로수길이다. 이들은 홍대, 대학로, 강남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아직 거대자본이 유입되지 않았고 각 문화 중심지마다 특유의 개성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홍대의 대안 공간 연남동,
  번화는 피하고 아늑함을 더하다

  홍대는 언제나 젊은 세대들의 열기가 넘쳐 흐른다. 그러나 이곳은 주로 2~30대의 젊은 세대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고 이들의 입맛에 맞춰 문화가 발전됐기 때문에 모든 세대들이 어울려 놀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연남동은 다르다. 북적북적한 홍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연남동이 나온다. 불과 몇 발자국 떨어졌을 뿐인데 두 장소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본래 이곳은 화교들의 중식당이나 푸짐하고 값 싼 기사식당만이 즐비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작은 카페와 밥집, 책방, 공방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전 연령층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 

  연남동은 주로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주변과 동진시장 근처, 기사식당 골목을 중심으로 발달돼 있다. 홍대입구 3번 출구 주변의 연남동은 홍대의 영향을 받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에 띈다. 이색적인 카페들과 인테리어 소품 가게 등이 있어 이국적인 느낌 또한 물씬 느낄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낭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이런 가게들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기 때문에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어 정이 간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동진시장의 경우 시간이 멈춘 것과 같은 옛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옆이 홍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이와 함께 동진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전도성(남. 49) 씨는 “곳곳에 있는 향취적인 분위기로 인해 동진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며 “홍대는 20대의 전유물인 것 같아 가기가 꺼려지지만 연남동은 2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홍대의 번잡함을 피해 다니는 이들에게 연남동은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대학로의 대안 공간 오프대학로,
  상업화는 버리고 예술정신을 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과 한성대역 사이, 혜화역 로터리를 지나 성북동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가 본 적이 있는가? 골목 사이사이를 걷다 보면 다른 골목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가 사이사이, 식당 옆, 부동산 건물 지하, 빌라 옆 등 골목의 곳곳에는 10여 개의 극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극단들을 사람들은 ‘오프대학로’라고 부른다. 오프대학로는 변질된 미국 브로드웨이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유래된 말이다.

  대학로는 1990년대부터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전에는 순수예술과 창작극이 중심이던 대학로에는 언젠가부터 성인연극, 코미디 등의 기획 연극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대학로의 인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거대자본들이 대학로 극단 속으로 침투하게 됐고 대학로는 점점 더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이 되면서 대학로의 상권은 점차 확산됐다. 이로 인해 대학로의 극장 대관료와 임대료는 급등하게 됐고 비싼 대관료로 인해 연극 제작비의 대부분을 대관료에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 오자 가난한 연극인들은 하나둘 짐을 싸고 오프대학로로 모여들게 됐다.

  이들은 연극다운 연극을 지향한다. 지나치게 대중성을 강조하여 상업화된 연극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연극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상업적인 문제에는 얽매이지 않고 적은 관객이라도 보다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다. 이날도 연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었다. 연극을 좋아해 오프대학로를 자주 찾아온다는 박연경(여. 40) 씨는 “배우들의 숨소리와 작은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는 소극장을 좋아한다”며 “진짜 연극을 보는 것 같아 오프대학로에 있는 극단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예술은 돈이 아닌 열정에서 시작된다. 관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연극을 만들고 작은 숨소리와 미세한 떨림까지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배우들의 노력은 이곳, 오프대학로에서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가로수길의 대안 공간 세로수길
  홍대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한산함이 듬북
  ‘골목길’을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흔히 후미지고 비좁은 길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과연 당신이 이 골목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가로수길의 바로 양 옆에 나란히 있는 더 작은 골목, 세로수길이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3~4년 전 가로수길은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개인이 운영하는 소소한 카페, 일반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로드샵 등이 자리해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높아지는 인기와 함께 상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자 가로수길의 임대료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이에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세로수길로 하나둘 상권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디자이너들과 예술가들 역시 세로수길로 점차 작업공간을 옮겨갔다.

  세로수길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최재우(남. 38)씨는 “예전에는 가로수길을 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로수길보다 세로수길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면서 “가로수길에 왔다가 우연히 세로수길을 접한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져 또 다시 세로수길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로수길이 유명해지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아니다. 거리는 조용하면서도 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쉽게 지나쳤던 가게의 간판들도 눈에 들어오며 간판들 역시 개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은은한 풍경, 소박한 거리,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샵,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맛집들은 이전 가로수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변질되는 문화 중심지 
  문화 다양성이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 필요

  뜨고 지는 문화 중심지의 패턴은 매우 비슷하다. 먼저 문화 중심지에는 젊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개성있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그 문화만의 개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후 이러한 문화 중심지가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거대자본들과 프랜차이드들이 점차 침투하기 시작한다. 또한 명성과 함께 계속해서 높아지는 임대료로 인해 사람들은 그 동네를 떠나고 그곳에는 결국 프랜차이즈들과 대기업만이 남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남동과 오프대학로, 세로수길은 아직 거대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한 걸음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곳도 다른 문화 중심지들의 흐름에 맞춰 개성이 사라지고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런 끔찍한 상상은 뒤로 미루고 싶다. 문화 중심지가 그 모습을 잃어가는 것은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물론이며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손실로 다가온다. 문화의 다양성이 매몰되지 않도록, 그 빛을 잃지 않도록 문화 향유자들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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