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조별과제를 한다
나는 오늘도 조별과제를 한다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12.08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심 불러일으키고 스트레스의 근원이 된 조별과제

  대학생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조별과제. 우리는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조원들을 만난다. 그러나 조별과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설렘은 실망과 짜증으로 바뀐다. 무임승차를 하는 조원부터 잠수를 타는 조원,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조원까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유형의 조원들로 인해 오늘도 우리는 괴롭다.


출처/ 취업포털 커리어
조별과제가 넘쳐나는
대학가
  우리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A양은 조별과제를 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몸을 움직인다. 그녀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전주가 가장 바쁘다”며 “조별과제가 많을 때는 일주일에 2, 3번 정도 조원들과 모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최근 팀워크와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에도 팀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플이나 조별과제가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의 78.2%가 팀플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에게 조별과제는 매우 친숙하고 익숙한 것이 됐다.

  조별과제나 팀플은 100여 년 전부터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존재해 오던 보편적인 교육 방식이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에 도입됐고 이후 팀플이 대학으로 넘어오면서 현재의 조별과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별과제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대학생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점수가 깎일까봐
교수님께 말할 수도 없어 
  조별과제는 조원을 만나는 과정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어떤 조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한 학기가 평탄할 것인지, 위기와 고난의 연속일 것인지 결정된다. 조원이 정해진 뒤에도 모임을 가지고 의견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피곤함을 느낀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조별과제를 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의 10명 중 8명이 ‘조별과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조별과제 시즌이 되면 SNS나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은 조별과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로 도배된다.

  조별과제는 대학생들의 교우관계나 수업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예로 꼽히기도 한다. 우리대학 인문대에 재학 중인 B양은 “대학에 들어와 조별과제를 한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잊고 싶은 경험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B양의 경우 얼마 전 있었던 팀플에서 최악의 조원을 만났다. B양은 “한 조원이 자료조사를 하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사진을 9개를 보내왔다. 사진도 1개만 열리고 파일은 모두 오류가 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 파일을 열심히 복구한 후 확인을 했더니 모두 같은 사진 파일이었다”며 분노를 삭혔다. 결국 그 과제는 B양이 마무리를 한 후 제출했지만 점수는 조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 B양은 “조원이 아무리 참여를 안 하더라도 같은 조라는 이유로 교수님께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또한 무임승차를 하는 조원으로 인해 고통받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무임승차를 하는 조원들의 경우 다른 조원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한 학생의 대학생활을 망치기도 한다. 대진대에 재학 중인 김보경(아동 2) 학생은 “의견도 내지 않고 마지막에 이름만 올리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며 “복사 붙여넣기라도 좋으니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주로 직접 만나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고도 그냥 무시하는 무임승차 조원의 태도는 조별과제 중 팀원과의 감정 대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무임승차를 하는 조원들은 다른 조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학생들 간의 분란도 야기시킨다.                출처/ 웹툰 <치즈인더트랩> 캡쳐

조별과제 날만 되면 아프고
잠수를 타는 조원들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이 안 가는 조원들로 인해 대학생들은 심지어 유형을 나눠 이들을 구분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아프다는 이유로 모임에 매번 빠지는 유형이다. 조소연(국어국문 2) 학우는 “조별과제 때마다 아프다는 이유를 들며 빠지는 조원들이 꼭 있다”며 “이들은 세상의 모든 질병을 앓고 있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유형은 집안에 우환이 많은 유형이다. 이들은 조별과제 모임 날만 되면 집안에 일이 생기고 친구, 할아버지, 아빠 할 것 없이 모두 아파 병문안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유형은 모르쇠 유형이다. 신입생 혹은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회의에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형도 있고 자신이 마치 잠수부인 것처럼 잠수를 타는 유형도 있어 조원들은 힘든 조별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공모전 지원이나
기업 면접에 좋은 영향 미쳐
  교수들이 조별과제를 내주는 이유는 단순히 주입식, 암기식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부딪쳐서 정보를 얻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토론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이 과정 속에서 갈등 조정 능력과 공동체 정신 등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별과제를 내기도 한다.

  학과의 특성상 조별과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사회대의 경우 인문대, 자연대보다는 조별과제가 많은 편이다. 주로 기업에 취직을 하는 학생들이 많고 과목의 특성상 조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의견을 추합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대의 한 교수는 “취직을 하게 되면 항상 한 팀이 돼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므로 대학시절에 조별과제를 경험해보는 것이 공모전 지원이나 기업 면접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조별과제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에서도 조별과제와 비슷한 형식의 팀플 면접이나 PT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조별과제는 왜
이기주의를 양산해 내는가
 
학생들은 조별과제가 자신의 성적에 반영됨에도 불구하고 왜 조별과제에 열중하지 않는가? 조별과제는 특성상 결과물로 모든 것을 평가받기 때문에 준비과정은 크게 주목받지 않는다. 가끔 준비과정도 평가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결과물로만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이기주의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조별과제가 자신의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만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로 인해 조별과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계산적으로 변하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주은경(국어국문 2) 학우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는 조별과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조원들이 많다”며 “개인의 이기심이 조 전체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피해를 보면서도 조원 간의 팀워크가 평가에 적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SNL 코리아> 캡쳐

  이에 최근 교수들은 조별과제의 폐해를 막고자 ‘피어 이벨류에이션(Peer Evaluation)’ 방식을 도입했다. 조원들의 과제에 대한 태도를 직접 평가하는 이 방식은 해당 조원이 조별과제에 대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여도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등 서로의 작업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어서 보다 객관적이다. 또한 이러한 평가가 자신의 학점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조별과제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도입도 좋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조별과제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취업포털 커리어 홍보마케팅팀 정가영 주임은 “무엇보다 과제의 목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경청하는 자세와 희생 정신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신뢰를 쌓다 보면 조별과제가 즐거워 질 것 이다”고 말했다.

조별과제에 있어서 영원한 피해자와 가해자는 없다. 다른 조원으로 인해 고통받던 오늘의 피해자가 내일의 가해자가 되어 다른 조원들의 속을 썩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는 조별과제, 반드시 해야 하는 조별과제라면 이기주의자보다는 이타주의자가 돼 보는 것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