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알바몬’과 ‘사장몬’, 누가 甲일까.
[이슈 돋보기] ‘알바몬’과 ‘사장몬’, 누가 甲일까.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3.02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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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가 갑이라고 당당히 외친 알바몬 광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출처/<알바몬>캡처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 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알바라고 무시하면 새 알바를 찾아 나서세요.’

  사장이 갑이 아니라 ‘알바가 갑이다’라고 당당히 외친 광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최저시급’ ‘야간수당’ ‘인격모독’ 3편으로 이뤄진 알바몬의 광고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나 현실에서는 쉽게 지켜지지 않는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를 알바생들과 사장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광고가 신선하게 느껴졌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광고가 나오자 직원 대부분을 알바생으로 고용하는 PC방 사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PC방 대표 단체는 광고가 모든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일만 시키는 악덕 고용주로 매도한다며 광고 방영 중지를 요구했다. 특히 5인 미만의 영업장에는 야간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야간수당편을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의 광고에 대한 불만은 알바몬 탈퇴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한 자영업자는 ‘사장몬’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설해 자영업자들의 권리와 먹고살기 힘든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장몬의 불만이 계속되자 알바몬은 논란이 된 야간수당편의 방영을 중지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사장몬에 대해 발끈했고 사장몬은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카페를 폐쇄했다.

  광고는 근로기준법상에 명시된 알바생들의 권리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시급이 조금 올랐다’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에게 앞치마를 던져버리라’는 알바생들의 솔직한 생각을 덧붙였다. 많은 알바생들이 이 광고에 통쾌함을 느꼈다. 반면 몇몇 자영업자들은 불쾌감을 느꼈다. 자영업자들은 광고에서 ‘최저시급이 조금 올랐다’ ‘370원 올랐대’라고 언급하는 것을 두고 370원도 하루 8시간씩 30일 하루도 안 빠지고 근무를 했다고 치면 8만 8800원이라며 사장 입장에서도 적은 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영세 자영업자와 알바생들의 갈등은 ‘갑’과 ‘을’의 갈등이 아닌 ‘을’과 ‘을’의 갈등으로 볼 수도 있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도 고용주의 눈치를 보고 일하는 알바도 갑이 아니고, 최저 시급을 준다 할지라도 돈에 쪼들려 알바생들에게 임금을 덜덜 떨면서 주는 고용주도 쉽게 갑이라고는 할 수 없다.

  PC방, 카페, 치킨집, 편의점 등 영세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며 가게를 열었지만 임대료, 인건비 등 이런저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빠듯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가게들을 운영하려면 알바생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봐줄 수만은 없다. 알바생들의 근로 조건 역시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됐으나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쪽의 사정을 봐주면 한 쪽이 눈에 들어오고, 또 다른 쪽의 사정을 봐주면 또 다른 쪽이 눈에 밟히는 상황이다. 고용상의 을과 불황이 만든 을의 생존 다툼이 광고 한 편으로 드러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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