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범죄 위험에 놓인 대학가
성 범죄 위험에 놓인 대학가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5.03.03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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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제자, 선·후배 간의 성희롱 문제 심각해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는 매년 빠짐없이 발생하는 대학 내 성 범죄 사건으로 인해 빨간불이 켜졌다. 교수와 제자, 선배와 후배, 심지어는 총장과 교수까지. 계속해서 발생하는 성 범죄 문제는 이제 단순히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진보적 탐구의 공간으로 알려진 대학에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점점 증가하는 성희롱 사건
  유명 대학들도 피해갈 수 없어
  지난 2월 4일 서울대 경영학과 A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한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됐다. 공개된 A 교수의 성희롱 녹음 파일에는 ‘뽀뽀를 하면 입술이 닳느냐, 네가 나를 기분 좋게 해주면 내가 연구를 많이 하고 그게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이후 서울대 측은 학생들의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국민대에서는 한 학과의 남학생들이 동기 여학생의 사진을 SNS 단체 채팅방에 올리고 집단 성추행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고려대와 한국교통대 등의 유명 대학에서 올해만 약 10건 이상의 성 범죄 문제가 발생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대학 내 성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4년제 대학의 성 범죄 건수는 100건이며 성 범죄 교원은 3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성 범죄 문제는 대학가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11일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잇따른 여학생 성추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 성희롱,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했다    출처/브릿지경제

  여대생 5명 중 1명은
  성희롱 피해 경험 있어
  실제 대학교 4학년 여대생 5명 중 1명이 재학기간 동안 학내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베이몽키와 애드투페이퍼가 전국의 대학생 2,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0%가 학내에서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1학년 여학생은 9.7%, 2학년 10.1%, 3학년 17.1%, 4학년 19.8%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 학생의 66%는 성희롱을 당했을 당시 ‘불쾌하지만 참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성희롱 대처 교육과 피해학생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해자는 주로 선배(68.7%), 동기(36.3%), 교수(17.0%), 후배(4.4%) 등이었다.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나는 사건들

  대학 내의 성 범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함에 따라 음지에 있던 사건들이 점점 양지로 드러나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원준재 대표(이하 원 대표)는 “이전에는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에는 ‘너가 얼마나 모자라면 성희롱을 당하냐’는 식의 비난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최근에는 성 범죄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사람들 역시 자기표현을 확실히 하다 보니 이전처럼 사건을 숨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주로 상하관계,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일어나

  대학 내의 성 범죄 사건은 주로 상하관계, 갑을관계와 큰 관련이 있다. 교수와 제자의 경우 특수한 갑을관계에 놓여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소속 학생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고 교수는 근로자이지만 교육현장에서 교수는 학생을 평가하고 학점을 매긴다. 그리고 학생은 자신의 성적을 평가하고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수의 말을 거스를 경우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교수의 말을 쉽게 거절할 수 없다. 또한 선·후배 관계 역시 매우 엄격한 상하관계에 놓여있어 신고가 쉽지 않다. 그리고 성 범죄 사건의 조사가 주로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피해가 주변에 알려질까봐 쉽사리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원 대표는 “대학 내 성 범죄 사건은 주로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쉽게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총장이 교수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총장은 재직 중인 한 여교수를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성희롱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교수의 인식과 대학의 조직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한다. 대학은 오래전부터 학내에서 성희롱과 성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상을 조사하려고 하기보다는 사건을 덮고 교수를 면직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처리해왔다. 그러나 면직의 경우 해임과 달라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재취업 등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이로 인해 여론은 대학 측이 사건을 덮으려고 해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년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성 범죄 예방 교육 진행

  우리대학은 학내에서 이뤄지는 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임 교원 및 교직원 임용 시 학생상담센터의 주관으로 성 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및성폭력예방과처리에관한규정에 따라 재직 중인 교수나 교직원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의무적으로 연수회 등을 통해 성 범죄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성 범죄 예방 교육에서 교육을 받은 대로 학생과 밀폐된 공간에서 상담을 진행할 때에는 문을 여는 등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의무적으로 성 범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성과 관련하여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선정해 매년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확보

  남학생의 경우에도 대학 내 성 범죄에 노출될 수 있지만 여학생의 경우 그 빈도가 더욱 높기 때문에 성 범죄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해야 한다. 만일 교수 등의 가해자가 성적으로 옳지 않은 발언을 할 경우 즉각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성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당시의 정황 설명이나 가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그리고 학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이용하고 이후에는 사법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원 대표는 “간단한 접촉도 자신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 범죄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증거 확보가 중요하므로 이러한 대처 방안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관심과 예방이 필요

  현재 대학의 성 범죄에 관해서는 여성가족부가 전담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각 대학마다 성 범죄 상담기관을 두기로 돼 있어 거의 모든 대학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성폭력 상담소’나 ‘인권센터’ 등 대다수의 성 범죄 상담기관의 전문위원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있어 교내 성 범죄 예방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이로 인해 대학 내에서의 관리와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예산 배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에 성 범죄로 형이 확정된 교사나 대학 교수를 교단에서 퇴출하려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과 교육부의 제도적인 개선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원 대표는 “학생들은 대학마다 성 범죄 상담기관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시하고 피해를 받았을 시 쉬쉬하지 말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심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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