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전통문화가 숨 쉬는 그곳을 찾다
도심 속 전통문화가 숨 쉬는 그곳을 찾다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3.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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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보고 느낀 서울의 전통공방

  ‘서울’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화려한 불빛과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등의 익숙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그러나 이 휘황찬란한 도심 속에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전통공방’이다. 지난 2월 설 연휴를 맞아 ‘철수네 도예공방’ ‘하늘물빛 전통 천연염색 연구소’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을 찾아가 일일 체험을 해봤다.


 

  이국적인 곳에서 전통을 만나다
  [철수네 도예공방 봉우]

  “이태원 프리덤 저 찬란한 불빛 oh oh oh. 이태원 프리덤 젊음이 가득한 세상.” 이태원역 3번 출구를 나서자 가수 UV의 <이태원 프리덤>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이태원 거리는 이국적인 음식점과 술집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기자는 ‘철수네 도예공방’을 찾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태원 중심가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골목 사이로 5분 정도 걷다 보니 작은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철수네 도예공방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투명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규철 도예가(이하 한 도예가)가 웃으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너 명이면 꽉 찰 것 같은 아담한 공방에서 김철수 도예가(이하 김 도예가)와 한 도예가, 그리고 도자기를 배우는 수강생들이 두루두루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공방 왼쪽 공간에는 도자기를 빗기 위한 물레가 돌아가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도자기 인형, 접시, 항아리 등 도자기로 만든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입구의 오른편에는 일일 체험을 할 수 있는 책상도 마련돼 있었다. 김 도예가는 “우리 공방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작업실이에요. 사람들이 도자기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정기적으로 도자기를 배우는 수강생도 있지만 일일 체험을 할 수도 있어요”라며 공방을 소개했다.


  기자는 도자기 일일 체험을 통해 코끼리 인형과 컵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칼로 점토 아래 부분을 십자가 모양으로 그은 뒤 주물러서 다리를 만들어 주세요. 코끼리 코는 더더욱 길게 늘려야 해요.” 한 도예가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점토 덩어리가 하나의 작품이 돼 있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쉴 새 없이 수강생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이곳에 기자는 어느새 녹아들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도자기를 배우고 있다는 김나영(여. 37)씨에게 철수네 도예공방이 어떤 곳이냐고 묻자 “요즘 홍대나 이태원 같은 곳에 예쁜 공방들이 많지만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많아요. 반면 철수네 도예공방은 정말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방 같아요. 이런 곳이 서울 시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죠. 무엇보다 친구 같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 상담도 할 수 있는 곳이에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철수네 도예공방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였다.

푸르른 쪽빛을 머금다
[하늘물빛 전통 천연염색 연구소]

  유난히 한가한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창경궁 방향으로 뻗어있는 길을 걷다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건물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물빛 전통 천연염색 연구소’를 만날 수 있다.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 색색의 포스터가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드러났고 하늘물빛 전통 천연염색 연구소 대표 홍루까 장인(홍 장인)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홍 장인은 전통매듭 장인으로 국내에 멸종됐던 쪽 염색을 부활시킨 어머니의 뒤를 이어 20년 넘게 천연염색 연구에 몰두해 왔다. 공방의 내부 벽면에는 풍경화, 스카프 등 천연염색을 이용한 작품들이 가득했고 갖가지 천연염료로 물들인 색색의 예쁜 천들이 보관함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강좌가 열린다.

  “오늘 손수건 천연염색을 도와줄 조교예요.” 홍 장인은 홍성하 실장(이하 홍 실장)을 기자에게 소개했다. 홍 실장은 홍 장인의 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1년 넘게 천연염색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홍 실장은 천연염색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에게 쪽 염색과 쪽 염액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쪽 풀은 유일하게 파란색이 나올 수 있는 천연염료예요. 오늘은 쪽 염색을 이용해 손수건을 염색할 거예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기자는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색 손수건을 고무줄로 여러 군데 묶었다. 이 기법은 ‘홀치기염색’으로 염색하기 전 원단의 일부를 견고하게 묶거나 감아서 염색을 방지한 후 침염법으로 염색하는 것이다. 이후 고무줄이나 실로 감았던 곳을 풀면 묶은 모양대로 무늬가 나타나게 된다. 쪽 염액이 담겨있는 대야에 손수건을 넣고 주무르자 손수건에 푸른색 물이 골고루 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세 번 거쳐 염색을 끝내고 손수건에 묶여있는 고무줄을 풀자 푸르른 쪽빛을 머금은 물결무늬 손수건이 완성됐다.


  홍 실장의 목표는 천연염색을 열심히 공부해 자신의 공방을 만드는 것이라 한다. 홍 실장에게 천연염색의 어떤 매력에 이끌렸냐고 묻자 “화학염색이 된 천을 보면 단지 ‘예쁘네’라는 생각이 드는데 천연염색을 보면 ‘정말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염료를 만드는 작업이 고되고 염색을 하는 과정도 힘이 들지만 천연염색을 마치고 널어둔 천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전통 공방의 메카에 가다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은 설 연휴로 인해 유난히 많은 방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중 북촌 가회동 11번지 일대는 전통공방이 밀집된 지역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명인이 꾸리는 공방도 많은 곳이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전통공방이 일일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데 한 곳을 택하기 힘들다면 종로구가 운영하는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을 찾아가는 것이 무난한 선택일 수 있다.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은 북촌을 방문하는 국내와 해외 관광객들에게 체험을 통해 한국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한지와 염색, 매듭, 단청, 민화, 금박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우수한 전통공예를 북촌 장인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기자는 오늘 이곳에서 한지공예를 체험하기 위해 심화숙 한지 공예가(이하 심 공예가)를 만났다. 현재 전통 한지공예가 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심 공예가는 국내외에서 전시회와 강연을 펼치며 한지공예를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한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에는 색이 고운 한지들이 놓여 있었고 한지로 만든 보석함과 예쁜 손거울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전통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수초지를 말하는데 이를 이용한 한지공예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다. 색색의 한지를 붙여 그림을 만드는 한지 회화, 한지를 꼬아 끈을 만들고 이것을 엮어 기물을 만드는 지승공예, 한지실로 직물을 짜는 한지섬유 공예 등이 대표적이다. 심 공예가는 “한지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지혜가 함축돼 있어요. 강인하고 다부지면서도 부드럽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활용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한지를 이용해 손거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한지를 만져보면 비교적 단단한 면과 부드러운 면이 있어요. 이 중 단단한 면에 풀을 칠해주세요.” 기자는 한지 한장 한장에 풀을 먹여 손거울 표면에 붙여나갔다. 손거울에 한지를 붙이자 심 공예가는 신문지로 한지를 붙인 표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자가 신문지를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심 공예가는 “손으로 문지르면 보푸라기가 생기기 때문에 신문지로 표면을 두드려야 해요. 풀이 마르면서 표면이 뜨게 되는데 신문지는 이것을 방지해주고 남은 물기도 빨아들이는 기능도 있죠”라고 설명했다. 풀칠 작업을 끝내고 색색의 한지 옷을 입은 거울에 꼬리 장식을 매달자 하나 밖에 없는 한지 손거울이 완성됐다. 우리 전통 대명절인 설날에 한옥 마을에서 한지로 만든 손거울을 보면서 마음이 벅차올랐다. 무엇보다 심 공예가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져 더욱 값진 시간이 됐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모두 마치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반갑게 맞아줬다. 전통공방은 쳇바퀴 굴러가듯 흘러가는 일상의 쉼터 같은 곳이었다. 바쁘고 획일적인 일상에 지친 당신, 전통의 향취가 가득한 전통공방을 찾아가 전통공예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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