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기사가 주는 압박감
[기자석] 기사가 주는 압박감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3.03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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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기사를 써내려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기사를 쓰기 때문일까. 한글 파일을 열어 기사 제목만 달랑 써두고 한두 시간을 고민만 하며 몸을 뒤척이기 일쑤였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다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기사를 망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을 내려 두고 도망가고 싶다.’ 나는 마감 이틀 전까지 기사 작성을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기사를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무거워졌고 결국 다짐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노트북을 꺼냈다.

  어느 순간부터 기사를 쓰는 일이 나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짧은 단신과 학과 소식 등을 쓰는 수습기자 시절에는 아무런 부담 없이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정기자가 돼 비중이 있는 학내 보도를 맡게 된 후에는 기사 하나하나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번은 학우들에게 새로 적용되는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담당 부처에 전화를 걸어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나는 당시 우리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재된 공지문만을 참고해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공지문에 있는 내용은 요약본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오보를 내고 말았고 잘못된 기사로 인해 많은 학우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날 이후 나는 기사를 쓴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압박감이 생겼다. 한편으론 사전 취재를 철저히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극복한 것처럼 여겨졌던 압박감을 가중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우리대학이 ‘대학교육 특성화 사업’과 관련해 한창 들썩일 때 기자들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연이어 보도해야 했다.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지만 해당 기사를 맡았던 동료 기자가 기사에 삽입된 표의 수치를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했다. 끝까지 내용 확인을 하지 않은 결과였다.

  사안의 결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였기 때문에 잘못된 기재된 수치가 실제 결과를 나타내듯이 여겨졌고 해당 학과와 부처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기자들은 신문 발행 후 항의 전화가 온 뒤에야 실수를 알아차렸다. 결국 자유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한 뒤 다음호에 정정 보도를 싣고 나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기자들은 기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더욱 열심히 발로 뛰었다. 기자들 스스로 나태해진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서로가 나태해졌다는 게 느껴질 때면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다시 서로를 다독이곤 한다.

  나는 여전히 기사의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퇴임 전까지는 이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마음을 누르고 있는 압박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책임감이 주는 가벼운 짐의 무게라 여기고 남은 임기를 마무리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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