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라이프]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無 라이프]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3.17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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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쓰레기 배출량 1,034kg을 24g으로 줄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편리함이 우리에게 독으로 다가와 개인의 건강을 망치고 환경을 훼손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자들은 며칠 동안 현대인들의 필수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과연 기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은 하루 동안 약 1kg의 쓰레기를 배출한다고 한다. 이러한 쓰레기들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토지를 오염시키며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쓰레기 없이 살아봤다.
 

  하루 쓰레기 배출량 1,034kg 
  [하루 전/3월 9일]

  하루 전날, 기자는 하루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했다. 학교에 도착한 기자는 여느 때와 같이 3명의 동료 기자들과 함께 도시락을 배달시켰다. 배달된 도시락은 두 겹의 비닐봉지로 쌓여 있었다. 비닐봉지는 대표적인 일회용 쓰레기이다. 비닐봉지 한 장이 썩고 분해돼 없어지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


  비닐봉지를 열자 온갖 종류의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는 도시락들이 보였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도시락 용기와 숟가락과 젓가락, 국물 용기가 전부 일회용 용기였다. 밥과 반찬의 양이 푸짐했기 때문에 기자들 모두 절반 이상의 잔반을 남겼다. 음식을 먹은 뒤 남은 음식물 쓰레기들을 한 곳에 모아 무게를 재자 약 473g이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이 하루 동안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평균량은 250g이다. 즉, 2인이 하루 동안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양을 4명의 기자는 한 끼를 먹으면서 배출한 것이다. 주로 배달 음식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는 기자들이기에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쓰레기 배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갈 때, 일회용 화장품을 사용할 때,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쓰레기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기자는 결국 음식물쓰레기 298g, 일반쓰레기 736g을 버려 총 1,034kg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기자는 내일부터 쓰레기를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도전을 시작하다
  [첫째 날/3월 10일]

  평소 일회용품을 자주 사용하는 기자는 아침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일회용 종이컵에 과일을 담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회용 종이컵도 재활용 쓰레기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루에 평균 3개의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년 116억 개의 종이컵을 소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12명이 하루 1개씩 종이컵을 아끼면 한 해 동안 20년 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부엌 찻장에서 도시락통을 꺼내 과일을 담았다. 왠지 모르게 소풍을 가는 것처럼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학교에 도착한 기자는 도시락을 먹은 후 화장실 세면대로 향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달리 계속 사용해야 하는 도시락통은 깨끗이 씻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번거로웠지만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수업이 끝난 후 기자는 집에서 미리 가져온 텀블러를 들고 학교 내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한편으로는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달라고 부탁하면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문을 열고 들어간 기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르바이트생은 “네! 당연하죠”라며 커피를 담아줬다. “일부 카페에서는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갈 경우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짓자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날 밤, 기자는 가족과 함께 고깃집으로 외식을 갔다. 삼겹살을 시키자 약 10여 종류의 반찬이 서비스로 나왔다. 그러나 반찬의 양이 많아 반찬을 모두 비우기 힘들었다. 기자가 “남은 반찬들은 모두 버리는 건가요”라고 묻자 사장님은 “한 번이라도 손댄 반찬은 세균 때문에 모두 버릴 수밖에 없어요. 먹는 반찬보다 버리는 반찬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실제 한국 환경공단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중 약 68%가 손님이 먹고 남은 잔반이라고 한다. 음식점에서 반찬의 양을 조금만 줄이면 음식물 쓰레기는 현저히 줄 것이다.

 

  쓰레기 없이 사는 것에 익숙해지다
  [둘째 날/3월 11일]

  둘째 날 오후, 신문사 동료들이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을 때 기자는 빈 도시락통을 들고 학교 앞에 있는 김밥 가게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밥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기자를 반갑게 맞아 줬다. 기자는 김밥을 싸는 알루미늄 포일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김밥을 도시락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도시락에 김밥이 다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하며 끝까지 김밥을 알루미늄 포일에 감싸주려고 했다. 그러나 기자는 주인아주머니에게 기사 의도를 설명하며 한사코 거절하고 김밥을 도시락에 담아왔다. 그리고 일회용 나무젓가락 대신 집에서 가져온 쇠젓가락을 사용해 김밥을 먹었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나무가 벌목된다. 또한 여러 단계의 화학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한편 기사 마감 날인 3월 둘째 주는 신문사 곳곳에 A4 용지가 가득 쌓여있다. 기자들이 A4용지에 기사를 인쇄해 교정한 후 남는 용지를 아무 곳에 던져놓기 때문이다. 가끔은 깨끗한 종이를 무심코 버리곤 한다. 한때는 버려지는 A4용지를 모으기 위해 이면지 상자를 만들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쓰레기통이 돼 버렸다. 기자는 이날 신문사 곳곳에 아무렇게 방치된 종이를 분류했다. 깨끗한 종이는 다시 A4 상자에 담고 쓰지 못하는 종이는 재활용 상자에 넣었다. 새 종이 1톤을 만들려면 나무 3톤이 필요하지만 재활용 종이 1톤을 만들려면 폐지 1.1톤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기자는 ‘쓰레기 없이 살기’를 잘 실천해 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날 밤 기자는 기사를 마무리하던 중 야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든 만두를 사 먹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에 온 동료 기자들에게 적발됐다. 동료 기자들은 기자를 질타했다. 결국 기자는 쓰레기를 만든 대신 신문사를 청소하는 벌칙을 수행했다.

 

  3일 동안 쓰레기 73g 배출
  [셋째 날/3월 12일]

  마지막 날, 기자는 자연스럽게 텀블러와 빈 도시락통을 가방에 챙기고 집을 나섰다. 기자는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 들렀던 김밥 가게에 갔다. 기자를 발견한 주인아주머니는 “어제 그 학생이죠? 오늘도 도시락 가져왔어요?”라며 웃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자연스럽게 기자의 도시락에 김밥을 담아줬다.


  오후엔 동료 기자와 학교 앞에 있는 베이글 전문점에 갔다. 기자가 베이글을 구경하는 사이 동료 기자는 베이글 하나를 사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으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는 “베이글 하나를 사면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담는 것은 쓰레기 낭비야. 그냥 손에 들고 가자”라며 동료 기자를 말렸다. 동료 기자는 “어느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기자는 ‘쓰레기 없이 살기’ 도전이 끝나간다는 것이 아쉬워졌다.

 

  기자는 지난 3일간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해 총 73g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이는 1인 하루 생활 쓰레기 배출량의 약 1/10에 미치지 않는 수치이다. 무엇보다 일상에 사소한 변화가 생겼다.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편식도 줄었고 매일 습관처럼 입에 달고 다녔던 인스턴트 식품도 끊게 됐다. 비닐봉지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 했고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녔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환경에 좋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부터 작은 텀블러를 들고 다녀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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