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치킨에 중독됐다
우리는 치킨에 중독됐다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5.03.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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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넘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치킨

  지금은 2015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치킨에 열광 중이다. 치킨집의 전화기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울리고 사람들은 퇴근 후 지치고 고된 몸을 달래기 위해 치맥(치킨+맥주)을 선택한다. 심지어 치킨을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 칭하며 신적인 존재로 찬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 흔한 닭튀김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리고 치킨 속에는 과연 어떤 인생들이 담겨 있을까?


 

  치킨에 위로받고 치킨을 찬양하는 사회
  ‘1인 1닭’ ‘치킨은 가슴이 시킨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인생은 치킨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등 최근 치킨에 관한 명언들이 물 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치킨이라고 하면 열광을 한다. 치킨을 무척 좋아해 1주일에 9번 정도 치킨을 시켜먹는다는 김보경(여. 22) 씨에게 치킨이 어떤 존재인지 묻자 그녀는 “치킨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라고 답했다. 이처럼 치킨은 이제 음식의 존재를 넘어섰다. 누군가에게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음식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요소인 것이다.

  우리가 치킨을 시켜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프로야구 중계를 볼 때, 월드컵 경기를 볼 때, 저녁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야식으로, 기념일이어서, 그것도 아니면 입이 심심해서 등 가지각색인 이유로 우리는 치킨을 찾고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치킨을 찾는 우리들로 인해 치킨은 1997년 이후 항상 외식 메뉴 1위로 꼽혀왔다.

  이러한 치킨의 인기에 비례해 최근 한 치킨 브랜드에서는 1인 1닭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 응모하는 UCC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작년 대구에서는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치킨 브랜드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메뉴가 무궁무진해지자 치킨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치킨의 변신
  치킨 시장은 한 달에도 수없이 많은 변화를 한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치킨집들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어느샌가 이런 유명 브랜드의 치킨집보다 작은 체인점들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치느님을 영접해 자꾸 새로운 맛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치킨집 사장님들은 메뉴개발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치킨집 사장님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치킨의 모습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홍대와 가로수길에 가보면 치킨 대박집들은 이른 시간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통 문어를 곁들인 치킨, 치킨 위에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올려진 치킨, 치킨 그라탕 등 사람들의 높아진 입맛으로 인해 치킨은 새로운 옷을 입으며 오늘도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건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웅(남. 32) 씨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메뉴개발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며 “최근에는 뼈 있는 치킨보다는 순살이 대세이고 프라이드 치킨보다는 퓨전치킨 요리를 더 찾는다”고 말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치킨
  치킨은 단순히 음식의 한 종류만이 아니다. 우리가 치킨과 함께 한 세월만큼 그 속에는 우리의 다양한 인생이 담겨 있다. 기름에 튀겨진 닭은 70년 대에 식용유가 널리 보급되고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초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치킨 시장은 본격적으로 커졌다. 당시에는 국내에 치킨을 만드는 기계가 없어 외국에서 기계를 수입해서 치킨을 만들었다. 이처럼 치킨집이 우리사회에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치킨집 사장님들의 눈물과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는 흔히 ‘퇴직을 하면 치킨집을 차린다’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 명예 퇴직자들,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고 망하는 업종 1위가 치킨사업이다. 그러나 현재 ‘한 집 건너 치킨집’이라고 할 정도로 동네에는 치킨집이 많다. 치킨집의 월 영업이익은 189만원(2012년 기준)이며 이러한 치킨집의 3년 내 폐업률은 52%에 달한다. 그리고 점포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매출액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 치킨집의 현실이다. 중화동에서 2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인 정병완(남. 56) 씨는 “치킨이 인기가 많아 보이지만 유명 브랜드가 아닌 이상 작은 치킨집들은 하루 20마리도 팔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을 넘어 한류의 중심이 된 치킨
  한편 작년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중국에서는 치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는 드라마 속에서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라는 대사를 치고 몇 번이나 치맥을 먹는다. 이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된 후 인기를 끌자 치킨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한국식 치킨집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중국에 있는 한국식 치킨집의 매출이 3배 이상 올랐고 작년 중국 닝보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는 4일 동안 약 46만 명의 관람객이 참여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치킨은 이제 음식을 넘어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문화상품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와 동고동락 했다. 긴 세월만큼 치킨 속에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담겨있고 한류가 담겨있으며 치킨을 둘러싼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오늘도 치킨을 시킨 당신. 오늘 당신이 시킨 치킨의 맛은 즐거움, 희망, 눈물, 도전, 경쟁 중 과연 어떤 맛인가? 그리고 당신에게 치킨이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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