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아이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노키즈존
[이슈 돋보기] 아이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노키즈존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03.30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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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어린이가 있는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노키즈존' 업소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에 업소들은 '노키즈존'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사진 캡쳐/MBC 뉴스데스크
  최근 육아 예능이 열풍을 불면서 TV에서는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TV 속 아이들은 ‘예능 대세’로 불리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현실에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린이를 받지 않겠다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선언하는 업소들의 증가는 아이들을 꺼리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TV 속 아이들은 엄청난 사랑을 받는데 현실의 아이들은 어째서 피해를 주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최근에는 ‘만 7세 미만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라며 ‘노키즈존’을 선언한 가게들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선언은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진 않지만 어린이 손님의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노키즈존’을 외치는 업소들도 있다. 어린이용 의자나 식기 등을 준비하지 않는 등 부모들이 어린이와 함께 가게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것이다. 가게 안에 놀이방과 수유실을 마련했던 과거의 업소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그렇다면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업소들의 태도가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온라인 상에는 한 여성이 아기의 변이 묻은 기저귀를 카페 식탁 위에 그대로 놓고 간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아이에게 신발을 신긴 채 식탁 위에 아이를 세워 놓거나 종이컵에 아이의 소변을 받고 그대로 놓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실제로는 그보다 더한 일도 일어난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이렇듯 아이들을 출입시킴으로써 쌓이는 불편한 경험들이 업주들에게 ‘노키즈존’을 선언하게 한다. 한 네티즌은 “외식을 하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잔반 그릇을 엎거나 사고를 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사과도 없는 뻔뻔한 부모들의 모습에 나도 아이 엄마지만 왜 ‘노키즈존’이 생겨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람들이 ‘노키즈존’ 업소들을 환영하면서 업소들은 ‘노키즈존’을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노키즈존을 옹호하는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린이 혐오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키즈존이 모든 아이들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 백인만 출입 가능했던 가게와 같이 우리사회가 차별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차별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아이의 출입을 막아버리는 것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구역을 만드는 등 포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키즈존은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처럼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갈등요인이 됐다. 출산을 권하는 사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노키즈존은 모순적이다. 각박해진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단 자신이 불편함을 조금도 겪지 않으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신의 아이를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부모도, 아이들을 무조건 말썽을 일으키는 존재로 보는 사람들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 TV 속 아이들뿐만 아니라 현실의 아이들도 어디서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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