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병합 1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디로?
크림 병합 1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디로?
  • 장덕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승인 2015.04.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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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지도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우크라이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월에 동부 우크라이나 분쟁지역의 휴전협정이 타결돼 전투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언제 또 다시 포성과 총성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그 파급효과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왜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했나?
  2014년 3월, 러시아는 왜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과 강력한 반발, 그리고 막심한 경제적 손실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러시아가 자신의 안보이익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은 자신의 앞마당인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고 유럽에 통합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흑해를 끼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단순한 이웃 국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나라이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다는 것은 미군이 러시아의 국경 가까이 배치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해군 기지 중 하나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쫓겨나고 그 대신 미국 해군함정들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러시아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시나리오이다.

  한편 러시아는 150년 이상 자국의 영토이던 크림반도가 1954년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제1서기에 의해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양도됐다고 본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크림반도의 병합은 주민들의 자결권을 존중한 것인 동시에 그동안 해묵은 논란의 대상이던 크림반도의 영유권 문제를 청산한 것이었다.
지난 2월 11일 러시아의 푸틴, 독일의 메르켈, 프랑스의 올랑드, 우크라이나의 포르셴코가 벨라루스 민스크에 모여 2차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출처/허핑턴 포스트

   내전에 휩싸인 동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병합이 이뤄질 무렵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친러시아 민병대원들이 자치권을 요구하면서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 반군 사이의 충돌은 격화돼 희생자들이 늘어났다. 그런 가운데 7월에는 말레이시아 항공사 소속 MH17편 여객기가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나 그 책임 소재를 놓고 러시아와 미국, 유럽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분쟁을 해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직면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대통령은 2014년 8월 양자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교전 사태를 조속히 중단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9월 3일에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영구적 휴전협정이 발효됐다. 그러나 휴전협정 이후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 반군 사이에는 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그 결과로 공식 발표된 이 지역의 민간인 희생자 숫자는 5천여 명을 헤아리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자 지난 2월 11일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푸틴과 포로셴코를 만나 동부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충돌을 중지시키기 위한 휴전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2월 1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우크라이나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교전 중지, 동부지역에 대한 자치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2차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휴전협정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 무엇을 남겼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라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국제질서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첫째, 국제적인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중 주요 2개국(G2) 경쟁을 당분간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했다. 그 대신 옛 소련권을 중심으로 하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미국,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과 대립 전선을 형성시켰다.

  둘째,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게 된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그리하여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을 주장하는 미국, EU 측과 권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러·중 연대 사이의 경쟁과 대립 구도가 부각됐다. 

  셋째, 서방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러·중 연대가 강화됨에 따라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비서구적 다자기구의 위상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넷째,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에 있어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발휘된 점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가 수년 전부터 주창해 온 세계질서의 다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할 것이다.

  다섯째, 크림반도의 병합과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장래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와 안보 및 주권 보장을 맞교환 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는 크림합병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됐다. 따라서 크림병합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크림병합은 중국에 자국의 안보를 구실로 유사시 북한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하나의 근거와 선례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EU는 크림반도의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것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유럽통합과 NATO 가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단히 말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반면, 서방측은 크림반도의 원상회복과 러시아의 동부 우크라이나 개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까운 장래에 정치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든 서방측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돼 강대국들 사이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게 본다면 크림반도는 서방측에 의해 공식 승인이 거부된 채로 러시아 영토로 기정사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은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방처럼 형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남아 있으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권 아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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