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사랑’의 교훈을 되새기며
[교수칼럼]‘사랑’의 교훈을 되새기며
  • 이향주 수학과 교수
  • 승인 2015.04.13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면서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로또 1등 당첨? 대기업 취업? 일등 신랑감? 우리가 그러한 것들을 얻고자 오늘을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는 공기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숨 쉬는 행위도 의미를 찾지 못한다. 

  고등학교 신입생 시절 한 교훈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중학생 시절까지 내가 본 교훈은 ‘근면하자’ ‘성실하자’ ‘최선을 다하자’ 등이 다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칠판 위 교훈이 적힌 액자 속에는 ‘자유, 사랑, 평화’ 라고 쓰여 있었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넓은 바다를 대한 느낌이었다. “자유? 그것은 주어지는 거 아닌가?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사랑 그까짓 거 하면 되지.” 학교는 우리를 격동의 사회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개나리와 팔짱을 끼고 목련 밑에서 생각하고 노천극장에 앉아 고민하며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키웠다. 고등학교 3년의 재학 기간 동안 나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자유와 사랑과 평화를 경험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닌 대학원의 교훈은 가슴 뿌듯할 만큼 멋졌다. “그대 ○○의 자랑이어 듯 ○○, 그대의 자랑이어라.” 우리대학의 이름을 넣어 다시 써보면 “그대 덕성의 자랑이어 듯 덕성, 그대의 자랑이어라.” 그 순간 내 모습은 보잘것없는 거죽을 벗고 자랑스러운 그 무언가가 된 것만 같은 벅찬 뜨거움이 느껴졌다. 이렇듯 교훈은 사회라는 넓은 바다를 항해할 때 가슴속에 새겨야 할 삶의 지혜와 힘의 원천을 알려줬다. 우리는 대학에서 취업하는 법과 스펙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익히기 전에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문을 사랑하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요즘 누구에게 물어봐도 다들 “힘들어, 죽겠어”라고 말한다. 과거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렸기 때문에 지식의 수명이 길었다면 오늘날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돼 지식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지식과 정보의 굴레에 빠르게 적응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현대인에게 손톱과 같다고 한다. 깎아도 다시 자라나는 우리 몸의 일부, 오죽하면 책 이름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현대인이라고 힘들게 사는 게 마땅한 것인가? 그리고 청춘이 반드시 아파야 하는가? 내일 사랑하기 위해 오늘은 아파야 하는 것이 맞는가?

  여기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의 우화 한편을 옮겨본다.


  어느 날 저녁, 가난한 할머니 라비아가 자신의 오두막집 앞 길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몰려갔다. “무슨 일이세요? 무엇을 찾으시죠?” “바늘을 잃어버렸어.” 라비아가 대답했다. 사람들은 라비아를 도와 바늘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물었다. “라비아 할머니 날이 저물어 곧 어두워질 거예요. 이렇게 넓은 데서 조그마한 바늘 하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요. 그걸 어디다 떨어뜨리셨는지 혹시 모르세요?” 라비아가 대답했다. “응, 집안에서 떨어뜨렸어.” 사람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외쳤다. “이런, 그럼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집안에다 떨어뜨린 걸 왜 여기서 찾는단 말이에요?” 라비아는 “여기가 밝기 때문이지 집안은 어두워”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물었다. “아무리 밝아도 그렇지, 여기서 잃어버린 적도 없는 바늘을 어떻게 찾는단 말이에요? 집안에다 불을 밝히고 찾으면 되잖아요.” 라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똑똑한 양반들이구먼. 작은 일에는 말이지. 근데 그대들 내적 삶에서는 어떻던가? 죄다 바깥에서만 찾지 않던가. 그대들이 찾는 그것들이란 안에서 잃어버린 게 아니던가. 머리를 바로 쓰게들! 왜 바깥에서 은총을 찾는가? 거기서들 잃어버렸는가?”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멍청히 서 있었고, 라비아는 슬며시 집안으로 사라졌다.


  사랑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엄한 곳에서 사랑을  기다리며 사랑이 언제 올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을 보낸다. 오늘을 사랑하고, 내가 서있는 이 땅을 사랑하고, 지금 내 옆을 지나는 그 무엇이라도 사랑하자. 덕성인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