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급식비를 다시 걷으려고 한다면
[이슈 돋보기] 급식비를 다시 걷으려고 한다면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4.13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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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일 무상으로 지원되던 경상남도의 학교 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됐다.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도의 재정악화와 부채로 인해 더 이상 무조건적인 무상급식은 안 된다”며 무상급식 중단을 주장해왔다.

 도의 학교 급식비 지원이 중단됨에 따라 도내 초중고교생 28만 5천여 명 중 저소득층과 특수학교 학생을 제외한 21만 9천명이 다시 급식비를 내게 됐다. 이에 몇몇 학부모들은 등교 거부, 촛불집회, 도시락 싸기 운동, 급식비 납입 거부 운동을 벌이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들은 “무상급식으로 예산이 대규모 낭비된다고 볼 수 없다”며 과거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인 홍 도지사에 대해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홍 도지사는 지난 3일 '무상급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출처 / 연합뉴스

 무상급식 논란은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시작됐다. 복지정책이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져야할지,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할지의 시각차가 무상급식 논란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은 급식을 의무교육의 하나로 보며 소득에 상관없이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무상급식이 제공돼야 한다고 본다. 반면 무상급식 반대론자들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것은 복지 예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이때 ‘이건희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나?’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입장은 저마다의 논리를 가지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홍 도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성급히 밀어붙였다는 평이 많다. 또한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이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며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무상급식은 좌파들의 잘못된 논리에 국민이 놀아난 것’이라는 거침없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의 표현에선 홍 도지사 본인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고 반대론자들은 감정에만 앞서는 무지몽매한 사람인 것만 같다. 홍 도지사는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두고 ‘지금은 욕 먹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신만 드러낼 줄 알지 그에게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무상급식 운동단체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논란 와중에 간 출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반대론자들의 화를 더욱 돋웠다.

 홍 도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한 후 교육청에 제공하던 기존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을 저소득층 교육사업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반대의견은 여전하다. 현재 몇몇 경남 도민들은 무상급식 중단을 철회하기 위해 홍 도지사를 상대로 주민 소환을 추진 중에 있다. 찬반이 맞서는 상황에서 충분한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홍 도지사는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려하기보다는 그들을 훈계조로 비판하고 압박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그가 무상급식 이슈를 키워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계획이었다면 성공적이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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