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지옥의 통학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지옥의 통학시간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4.1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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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선정기준, 안전, 비용 문제로 통학을 선택하는 학우들

  당신이 오늘 학교에 오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넘어지면 코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사는 학우들은 출발한 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학교에 도착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우들은 오늘도 긴 통학시간을 견디며 등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학시간이 긴 학우들은 왜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것일까? 또 통학에 어려움은 없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안산, 남양주, 인천에 사는 세 명의 학우들과 함께 통학하며 이야기를 나눠봤다.


  “4호선 노선도를 전부 외웠어요”
  [안산. 통학시간 1시간 50분]
  지난 7일 오전 8시, 기자는 이지현(사학 3) 학우(이하 이 학우)와 함께 등교하기 위해 안산지역 중앙에 있는 ‘중앙역’으로 향했다. 등교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 기자를 보며 이 학우는 “이제 시작이에요. 학교에 가려면 무려 36개 역을 지나야 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저는 그나마 다행이에요. 중앙역이 4호선이기 때문에 학교로 가는 버스가 있는 수유역까지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어요. 그러나 작년 초 4호선 지하철이 고장난 적이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지하철 중간에 내려 버스를 탔지만 저는 4호선을 타는 것만이 학교에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 할 뻔했죠(웃음).” 이 학우는 긴 통학시간으로 인해 체력이 부족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두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조금만 다른 일을 해도 지치기 일쑤죠.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에서 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해요.” 기자가 통학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학우는 “가끔 수업이 없는 날에 전공 보강수업이 생기기라도 하면 한 시간짜리 강의를 듣기 위해 네 시간을 통학시간으로 버려야 해요”라고 답했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지역이 멀어서 추가 요금이 나오기 때문에 통학만 했는데도 한 달 교통비가 10만 원이 넘게 나와요. 학생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금액이죠.” 기자가 장점은 하나도 없느냐고 묻자 이 학우는 “4호선 노선도를 전부 외울 수 있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9시 17분이 되자 중앙역에서 30개 역이 떨어져 있는 ‘혜화역’에 도착했다. 이 학우는 고지가 보인다며 기뻐했다. “오늘은 그나마 일찍 도착한 거예요. 출근시간이랑 겹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죽음이죠(웃음).”

  기자는 이 학우에게 굳이 안산에서 통학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대학 옆에 있는 경기장학관 선발에 떨어졌어요. 우리대학 기숙사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데다가 경인지역 인원을 5% 밖에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이에 기자가 이 학우에게 자취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자 이 학우는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자취하는 여대생을 노리는 강도, 성폭행 등의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숙이나 자취를 할 경우 범죄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반대하세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산에서 통학하고 있죠.” 이 학우는 우리대학에서 경인지역에 사는 학우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산다고 해도 다 같은 경기도가 아니에요. 저처럼 두 시간 넘게 걸려서 학교에 오는 학우들도 있어요. 시험기간에 언어교육원을 개방할 때도 통학시간을 먼저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시골에서 상경하는 것 같아요”
  [남양주. 통학시간 2시간]
  박혜경(영어영문 3) 학우(이하 박 학우)는 불과 어제 남양주로 이사해 오늘 처음으로 남양주에서 등교했다. 기자가 함께 하교한다고 하자 박 학우는 “집이 엄청 먼데 괜찮겠어요?”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경춘선을 타기 위해 ‘상봉역’으로 가는 7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박 학우는 기자에게 첫 등교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문이 아래로 열리고 의자도 접이식인 거예요. 게다가 지하철에 용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저는 ‘경춘선이라서 지하철이 특이하게 생겼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ITX 청춘열차였어요.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느라 학교에 지각할 뻔했죠.” 남양주에서 등교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학우는 ‘시골에서 상경하는 줄 알았다’고 대답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전에 살았던 잠실은 도시 중심에 있었어요. 그러나 남양주에는 산과 들밖에 없죠(웃음). 게다가 학교가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려요.” 박 학우는 남양주로 이사를 하게 돼 수업시간표를 전부 바꿨다고 말했다. “대부분 오전 수업이었어요. 그러나 남양주로 이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하루를 제외하고는 전부 오후 수업으로 바꿨어요. 도저히 아침에 등교할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웃음).”

상봉역에 도착하자 박 학우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경춘선은 한 시간에 두세 번 정도밖에 안 와요. 이번 지하철을 놓치면 25분을 기다려야 해요!” 기자와 박 학우는 전력질주를 해 간신히 경춘선에 올랐다. 박 학우의 집은 상봉역에서 9개 역 떨어져 있는 ‘평내호평역’ 부근에 있다. 그러나 박 학우가 집에 도착하기 위해선 평내호평역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165번 버스를 타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기자는 박 학우에게 앞으로 고생길이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등교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벌써 막막해요. 스쿨버스를 이용하면 학교 가는 데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고 해서 남양주 쪽으로 오는 스쿨버스를 찾아봤는데 하나도 없더라고요.” 박 학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평내호평역에 도착했다. 기자와 박 학우는 평내호평역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박 학우는 기사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남양주로 오는 스쿨버스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굴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인천. 통학시간 2시간 10분] “오늘 잘해봐요!” 김경진(국제통상 3) 학우(이하 김 학우)는 기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김 학우는 기자가 만난 세 명의 학우 중 가장 통학거리가 길었다. 김 학우는 강의실에 도착해 수업 준비를 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넉넉히 두 시간 삼십 분 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7시에 일어나면 9시 수업은 그냥 지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시험기간이 되면 시간이 매우 부족하죠. 수업이 저녁 6시에 끝나면 집에 8시가 넘어서 도착하기 때문에 시험공부를 하지 못해요. 또 아침에는 피곤이 몰려와서 오전 수업을 들을 땐 집중이 되지 않아요. 굴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김 학우는 지난 2년 반 동안 인천에서 통학하면서 길고 지루한 통학시간을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주말 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고 통학시간에 몰아서 봐요. 특히 영화는 한 편을 다 봐도 시간이 남죠. 1, 2학년 때는 <이해와 소통 세미나>의 토론 주제를 생각하거나 논문 내용을 구상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긴 통학시간에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김 학우는 “아니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점은 하나도 없어요”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김 학우는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에는 우리대학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스쿨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쿨버스를 타면 등교 시간이 삼십 분 이상 단축돼요. 시간이 남아서 마음이 너무 편하죠. 다만 오후에도 스쿨버스를 운영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김 학우는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숙사 비용과 자취방 월세가 경제적으로 부담되긴 해요. 식비도 따로 내야 하고요.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인천에서 통학하느라 너무 고생해서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김 학우와 수다를 떨다 보니 1호선 끝자락에 있는 ‘부평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 학우는 부평역에 내려 버스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학우는 “기숙사에서 경인지역에 사는 학우들을 더 뽑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보다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학우들이 많을 것 같은데 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자가 만난 세 명의 학우는 기숙사 선정기준과 안전, 비용 문제로 인해 먼 거리에서 통학할 수 밖에 없었다. 긴 통학시간으로 인해 고통받는 학우들을 위해 하루빨리 기숙사 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이며 대학가 자취방에서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범죄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도 많은 학우들이 학교에 오기 위해 매일 집을 나서고 있다. 사는 곳도, 통학시간도 모두 다르지만 매일 통학을 한다는 것, 그리고 통학이 고되다는 것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 통학시간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면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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