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융·복합 학과 구조조정과 짬자면의 기억
[사설] 융·복합 학과 구조조정과 짬자면의 기억
  • -
  • 승인 2015.04.26 14: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가가 지속적으로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대학을 평가해 정원을 감축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대학은 융·복합 특성화에 기반을 둔 학과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대학이 어떻게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또한 시너지 효과를 이끌 수 있는 융·복합 특성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융·복합 특성화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융·복합 특성화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짬자면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는 중국집에 식사하러 가면 자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원 재학 시절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짬자면이라는 신메뉴가 나온 것이다. 당시 필자는 이 좋은 메뉴가 왜 지금까지 만들어지지 못했는지 의아해했다. 또한 이 메뉴를 개발한 사람은 분명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동안 중국집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짬자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짬자면을 먹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짬자면을 먹으면 자장면을 먹은 것도, 짬뽕을 먹은 것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융·복합 특성화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짬자면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융·복합 특성화가 제대로 되려면 짬뽕과 자장면을 분리해서 같이 먹는 방식이 아니라 둘을 섞어서 전혀 새롭고 매력적인 음식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이 보편적으로 잘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자장면과 짬뽕을 같이 섞어 비비면 이상한 음식이 되듯이 대학의 학과도 별다른 비전 없이 융·복합시키면 오히려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 융·복합 특성화라는 이름으로 합쳐진 학과들은 오히려 갈등 심화와 책임 회피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융·복합 특성화는 정말로 잘해야 되는 것이다.

  교육부 평가의 파고를 어떻게든 넘기 위해 융·복합 특성화를 해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학과가 융·복합 특성화를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이 대학의 경쟁력 제고와 학생의 교육 선택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와도 잘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의 경우 이번 교육부 평가를 통해 최소한 평균 수준, 그리고 평가의 결과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정원 감축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 피해를 어떻게 지혜롭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고민이 더 크고, 치열한 갈등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 노력을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서로 간의 갈등과 불신만 조장하면서 큰 비전 없이 융·복합 특성화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이 큰 파도를 헤쳐 나아가기 어려워 보인다.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