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과 전망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과 전망
  •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15.05.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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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토마토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제 유가가 1배럴(159ℓ)에 100달러를 웃돌았던 것을 어렵지 않게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그 절반 수준인 50-6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그동안 꽤 많이 하락했다. 휘발유만 따져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리터 당 1,900원에 가까웠다가 최근에는 1,500원 수준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비록 국제 유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과 비교해 하락률이 낮지만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란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될 것이다.

  유가 하락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 높아
  사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단순히 교통과 관련된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석유는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의 수송연료 외에도 건설 장비, 기계 등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 사용되며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나 여전히 발전연료로도 이용된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등 역시 석유화학 제품으로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다. 결국 국제 유가의 하락은 경제 전반의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우리의 소비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매스컴에서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다’, ‘정유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등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퍼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최근의 저유가 현상을 우리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이러한 이유는 그동안 유가를 하락시킨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와 이로 인한 석유 소비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물론 석유 공급 측면에서 미국의 석유 생산이 빠르게 증가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2012년부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공급요인은 그동안 어느 정도 기저에 깔려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전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둔화되고 금융 불안이 확산된 것이 석유 수요 저하와 유가 하락을 결정적으로 촉발시켰다. 또한 유가가 급락하면서 중동, 러시아, 중남미 등 원유 수출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고 이로 인해 금융 불안이 더 심각해지면서 유가가 추가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출처/ 이투데이
  유가 하락,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영향 가져와

  세계 경제문제로 말미암아 수요의 저하로 발생하는 유가 하락은 우리가 체감하는 정도를 상당히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앞서 언급한 중동, 러시아, 중남미 산유국들은 우리의 주요 수출지역이기도 해 우리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이 발생하게 돼 유가 하락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또한 석유제품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최근의 저유가가 불편한 손님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유가 하락의 요인이 오로지 석유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계 경제를 작동하는 연료인 석유가 낮은 가격에 더 많이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물가하락으로 소비가 진작되는 한편 석유제품을 포함해 전반적인 수출이 개선되면서 소득 증가 효과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를 역시 지금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물론 세계 경제가 안 좋을 때 유가가 높은 것보다는 낮은 것이 더 좋다. 사실 요즘도 낮아진 유가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출처/뉴스1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는 또 한 가지가 디플레이션에 대한 것이다.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면 상품을 공급하는 주체인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상품을 소비하는 주체인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소비하기 위해 구매를 다음 시기로 미루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지금의 유가 역시 이러한 물가에 대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것이다. 어찌 보면 세계 경제 둔화로 발생한 유가 하락이 다시 세계 경제 둔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기치 못한 유가 변화에 경제가 적응하게 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등 다발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해 도입되면서 세계 경제둔화세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경제 전반에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 낮은 물가를 기반으로 회복세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석유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도 얼마 전부터는 완연한 상승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최근 유가 상승 이유는 석유 수요의 회복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미국의 원유생산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과 중동 산유국인 예멘에서 내전이 격화되면서 중동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 원유 생산이 감소한 것은 지나치게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 원유보다 생산비용이 상당히 높았던 셰일오일 유전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곳의 개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 결과
  유가 변동 최대 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석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과잉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유가가 계속 상승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리고 특별히 지켜봐야 할 변수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한 이란과 P5+1(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간 핵 협상이 오는 6월 30일까지 완료될 예정으로 최종 합의에 이를 경우 그동안 서방의 제재로 제약을 받았던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부터 유가가 다시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협상이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는데 실패한다면 유가의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지는 현재까지 불투명하다. 이란은 양측이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면 관련된 제재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최종 합의 이후 이란이 핵 활동 규제를 이행했는지를 확인해 가면서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을 최종 합의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유가 변동의 최대 변수로 이란 핵 협상 결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며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상반기까지는 국제 유가도 현재의 50-6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오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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